CBNU 교양 100선 읽기프로젝트 20. 프란츠 카프카 『변신』
CBNU 교양 100선 읽기프로젝트 20. 프란츠 카프카 『변신』
  • 전북대신문
  • 승인 2018.12.0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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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을 향한 카프카의 철학적 고뇌

▲벌레가 된 사나이와 인간 실존에 대한 의문

세상에는 변신을 모티브로 한 많은 이야기들이 존재한다. ‘그리스로마신화’에서 신들은 동식물 등으로 스스로의 모습을 자유자재로 바꾼다. 최근에는 자고 일어나면 외모가 변화는 ‘뷰티인사이드’ 같은 영화가 인기를 끌었다. 먼 과거부터 지금까지 인간은 늘 다른 존재로의 변신을 꿈꿔왔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변신이 어떤 형태로 이뤄지느냐에 따라 이야기의 서사는 달라진다. 과연 그 형태가 벌레라면 어떨까?

평범한 외판원인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나니 벌레로 변해 있었다. 소설은 이 황당하기 그지없는 사건에 ‘그는 왜 벌레가 되었는지’ 혹은 ‘어떻게 하면 다시 인간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에 답해주지 않는다. 소설은 첫 문장부터 끝이 날 때까지 철저히 그가 벌레가 되고 난 이후의 삶을 조명한다. 벌레의 모습으로 출근을 할 수 없게 된 그레고르는 무단 결근을 하게 되고 그의 방 밖에서 가족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결국 그의 직장 상사가 판매 대금 횡령을 의심하며 집에 방문하게 되고, 열린 방문을 통해 사람들은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의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그를 본 직장상사는 도망쳐 달아나고 어머니는 실신한다.

모든 인간은 가족, 직장, 교우 등 다양한 사회적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그러나 더 이상 인간이 아닌 벌레 형상 그레고르의 사회적 관계는 모두 파괴된다. 그는 가족 유일의 소득원이었으나 일을 할 수 없게 되고 가족들에게 의미 없는 존재로 몰락한다. 자본주의 사회 속 그는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는 벌레가 된 것을 자각한 그레고르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분노하기에 앞서 출근을 걱정했던 모습과 대비되며 인간소외의 극단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이제 그레고르는 인간과 벌레 사이의 정체성의 경계를 오가는 절대 고독 속에 남겨진다. 모순적이게도 그는 벌레가 된 후에야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된다. 인간처럼 사유하지만 타인과 소통할 수 없게 된 그는 가족과 사회에서 완전히 배척돼 점점 진짜 벌레가 돼 간다. 그의 본질이 무엇인가와는 상관없이 말이다. 일상생활 및 소통이 단절된 공간 속에서 그레고르는 자신의 실존을 상실한다. 언어, 외향의 변화는 관계의 몰락을 이끌었고 이 변화를 토대로 독자들은 ‘과연 인간의 실존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된다. 이에 대한 프란츠 카프카의 고뇌 결과가 바로 『변신』에 녹아있다.

▲작품 속 드러나는 카프카의 일생과 내면세계

소설 속 주인공의 모습에는 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모습이 투영돼 있다.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는 인간의 말을 들을 수는 있지만 소통할 수는 없어 인간과 벌레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방황한다. 이와 유사하게 카프카는 체코 프라하에서 태어났지만 독일어를 썼고 유대인이지만 신을 믿지도 않았다.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해 독문학을 공부했지만 아버지의 뜻에 따라 법학으로 전공을 바꾸고 일반 보험회사에서 일하며 틈틈이 글을 썼다. 하지만 생전에 그가 출판한 책은 몇 권 되지 않았고 작가로서의 명성도 얻지 못했다. 그가 걸치고 있던 수많은 세계 속에서 어디에도 온전하게 자리하지 못했던 것이다.

카프카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아버지는 매우 중요한 존재다. 카프카의 아버지는 몹시 엄했다고 알려지는데, 이는 그의 작품 속에도 내재돼 있다. 벌레로 변한 직후 그레고르를 대하는 아버지의 냉정한 태도는 소설 초반에 드러나는 어머니와 여동생의 동정심과는 대조적이다.

타의에 의해 전공을 택한 카프카처럼 성실하게 일하는 외판원이었던 그레고르의 모습은 자의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가 벌레가 된 이후 사색하는 장면에서 이런 문장이 나온다.

‘부모님 때문에 꾹 참고 있으나 그렇지 않았더라면, 벌써 사표를 냈을 것이고 사장 앞으로 걸어가 내가 생각하고 있는 바를 남김없이 털어놓았을 것이다.’

이는 그레고르의 가족을 위한 ‘가장으로서의 나’와 ‘원하는 삶을 사는 나’ 사이의 딜레마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작가와 소설 속 주인공 모두 가족이긴 하나 엄격히는 타인의 기대에 충족하는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작품의 제목 『변신』은 카프카의 아버지와 관련됐다는 설이 있다. 아버지가 카프카에게 화를 내며 “이 벌레 같은 놈”이라고 발언하자, 작가가 소설 속에 실제로 벌레가 돼버린 주인공을 등장시켰다는 것이다. 『변신』의 주인공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존재가 되자 가족의 냉대를 받는 상황은 카프카가 아버지의 기대에 충족하지 못하는 삶에 대한 두려움이 무의식에서 답습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주체적인 삶의 가치와 의미를 찾아서

소설은 결국 가족들의 멸시와 소외 속에서 그레고르 잠자의 쓸쓸한 죽음으로 끝맺는다. 소외는 단순히 홀로 고립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사회 및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누군가와 맺고 있던 연결고리의 변화에서 시작된다. 그레고르에게는 그것이 단지 외향의 변신에서 출발했을 뿐이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삶을 영위하는 현대인들에게 소외는 두려움과 불안을 상기시키는 존재다. 사람은 모두 고유하고 독립적인 개인으로 존재하고자하나 모순적이게도 집단을 탈피한 인간으로서 온전히 존재하기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어딘가에 소속돼 가치를 증명하려고 하며 자신의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존재 이유를 찾게 됐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가를 생각하기 이전에 무엇이 돼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앞설 때가 많다. 내면을 들여다보며 성찰을 통해 발전을 꽤하는 것보다 누군가가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어떻게 하면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을 것인가가 더 중요해져버렸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스로를 고독에 매몰시켜 벌레로 변신하게 한 것은 자기 존재의 의의를 잃어버린 그레고르 바로 자신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또한 그의 모습은 타인의 관계와 시선 속에서 자신을 만들어내고 있는 우리들의 자화상일지도….

카프카는 『변신』을 통해 존재의식을 상실한 현대인들에게 실존을 향한 철학적 물음을 던지고 있다. 주체적인 자아 인식과 의지, 비판적 성찰을 통해 존재 의미를 찾아나가고픈 이들에게 그레고르의 변신 이야기는 신선한 자극이 될 것이다.

김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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