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탐방기⑲ 올데 보름 박물관 내부광경, 1655, 동판화
명화탐방기⑲ 올데 보름 박물관 내부광경, 1655, 동판화
  • 전북대신문
  • 승인 2018.12.06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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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기한 방’ 쿤스트카머와 ‘그림의 방’ 피나코테카

오늘날 박물관으로 통칭되는 뮤지엄(Museum)과 차별적으로 미술관은 갤러리(gallery) 혹은 아트 갤러리(Art Gallery)라는 용어로 공식적으로 표기한다. 갤러리의 어원은 르네상스 시대 피렌체 메디치 가문의 미술품을 전시하던 우피치 궁전의 긴 복도, 즉 갤러리아라는 회랑 건물에서 유래했다. 이와 유사한 공간으로 알프스 북쪽의 독일어권 지역에서는 지리상의 발견과 함께 다양한 물건을 수집해 모아 놓은 곳을 ‘미술품과 진기한 것들의 방’이라는 쿤스트카머(Kunstkummer) 혹은 분더카머(Wunderkummer) 또는 ‘호기심 찬 것들이 케비넷(Kuriositäten-Kabinett)’ 등으로 불렀다.

덴마크의 올레 보름(Olé Worm, 1588-1655)의 수집과 전시는 ‘진기한 방’의 모습을 잘 보여 준다. 올레 보름은 라틴과 그리스어 교사였고 고고학자였으며 코펜하겐대학에서 약학과 자연철학을 가르치는 교수였다. 그는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박물관을 세웠는데 이는 곧 유럽에서 유명해졌으며 코펜하겐에서 가장 유명한 볼거리가 됐다.

여기서 전시된 신대륙에서 가져온 물건들은 식물과 동물, 광물 등 다양했다.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거대한 거북이의 등, 아프리카 대륙에서 사는 가죽이 딱딱한 동물인 아르마딜로 껍질, 일각고래의 나선형 어금니 뿔, 톱상어의 톱, 펭귄과 북극곰의 가죽 등 그들이 처음 보는 희귀한 것들에 놀랐다. 여기에 아프리카, 중국, 터키 등에서 온 이국적인 사물들도 전시됐고 천정에는 에스키모인들의 카약을 매달고 창, 활, 화살, 옷, 악기 등을 벽에 걸어 놓았다.

이렇듯 ‘진기한 방’은 예술품과 함께 희귀하고 값비싼 진품들과 온갖 잡동사니를 다 모아놓은 곳으로 근대 박물관의 기원이라 할 수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피나코테카(Pinacoteca), 피나코테크(Pinakothek)는 오로지 미술품들 그 가운데 주로 회화작품만을 모아놓은 곳으로, 오늘날에는 주로 회화만을 수집한 공공미술관을 일컫는 말이다.

피나코테카의 기원은 기원전 5세기 고대 그리스의 사원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고대 그리스의 사원들은 금, 은, 청동 오브제, 조각상, 회화, 심지어 비상사태 시 쓸 수 있는 금괴 등의 봉헌물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미술품은 공공의 재산으로 생각해 학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보고 즐길 수 있게 했다. 이 사원들은 봉헌된 제물, 조각상, 그림 등을 진열했으며 특히 그림은 패널에 그려 그 컬렉션을 피나코테카라고 불렀다.

이곳은 오늘날 미술관의 개념과 비슷한 것으로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 에페수스, 사모스 등지에서 볼 수 있으며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언덕에 세워진 피나코테케(pinakotheke)였다. 아테네 피나코테케는 신을 찬미하는 그림들이 걸려 있었고 쉼터도 마련해 아크로폴리스 언덕을 올라오느라 수고한 사람들이 이곳에 들러 그림을 감상하며 쉬었다 가곤 했다고 한다.

김미선|예대 강의전담교수‧서양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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