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NU 교양 100선 읽기프로젝트 21 조세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CBNU 교양 100선 읽기프로젝트 21 조세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전북대신문
  • 승인 2019.04.1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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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들의 천국에서 잊혀져야 할 난·쏘·공

 

▲40년이 넘도록 해결되지 못한 ‘화두’

계속해서 읽히고 공감을 받는다는 것. 작가로서 이보다 더한 영광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2005년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200쇄를 찍는 기록을 세우자 책의 저자 조세희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 책이 200쇄를 넘겼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또 2008년 출간 30주년을 기념하는 인터뷰에서도 ‘아직도 청년들이 이 책의 내용에 공감한다는 게 괴롭다’라고 말했다.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우리나라가 자본주의에 점령되기 시작했던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이 책에서 자본가와 노동자·빈민은 먹이 피라미드에서 맨 꼭대기를 차지하는 육식동물과 맨 아래층에서 먹힐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는 약한 초식동물은 각각 비유되고 그 둘 사이의 극명한 격차를 나타내고 있다. 아직 인간 개인의 권리와 자유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사회 분위기 속, 급격한 경제 성장과 재개발은 약육강식의 구조를 더욱더 강화하기 충분했다. 작가는 재개발 지역에 대한 강제 철거 및 이주의 피해자인 난장이 가족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며 당시 세태의 실상을 짧고 명료한 문체로 고발했고 당시 많은 공감을 얻었다.

하지만 책이 발간 된지 약 4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 의해 고발된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못했고, 여전히 우리네 주위에는 강자와 약자가 존재하며 가난과 부의 세습을 의미하는 ‘금수저’, ‘흙수저’, ‘갑질’ 등의 용어들이 만연하다.

▲쏘아올린 희망과 떨어져 버린 절망

책은 전체적으로 짧은 이야기가 모인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됐다. 각각의 이야기는 모두 ‘소외된 도시 근로자들의 생활’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은 난장이 식구들인 아버지, 어머니, 영호, 영희, ‘나’와 윤호, 은희, 신애가 반복적으로 등장해 하나의 장편소설을 읽는 듯 한 느낌을 준다.
난장이 가족들은 모두 다른 시간 속에 살고 있다. 3년 여 전을 사는 난장이 아버지와 스무날 뒤의 철거를 걱정하는 어머니, 천 년인지 500년인지 알 수도 없는 세월 속을 사는 영수와 영호, 50억 광년이라는 영원을 그리는 영희. 너무도 다른 시간 속에 사는 그들을 이어주는 것은 행복동에 위치한 철거 예정의 집뿐이다.
난장이의 가족을 이어주는 행복동의 집은 난장이가 일평생을 바친 130만 원짜리 집이다. 하지만 투기업자들에게는 그 집이 얼마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그 집은 그저 웃돈을 붙여 팔기 위한 투기의 대상일 뿐이었다. 그렇게 난장이의 일평생은 선조들이 그러했듯, 누군가에 의해 거래된다.

난장이 가족과 가깝게 지내는 지섭은 열심히 일하고 나쁜 짓 하지 않으며 살아온 난장이 아버지를 향해 “뭐가 잘못된 게 분명하죠? 불공평하지 않으세요?”라고 묻는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한 지섭 역시 ‘달나라로 떠나자’는 현실적이지 못한 결론을 늘어놓는다.

등장인물 중 제일 현실적인 사람은 역설적이게도 현실에 뿌리내리지 않은 주정뱅이일 것이다. 난장이 가족의 막내 영희가 사라졌을 때, 주정뱅이는 머리가 크고 다리가 가는 외계인들이 영희를 잡아갔다고 말한다. 그리고 영희가 잡혀간 곳을 난장이가 알고 있다고 말한다. 터무니없는 말이지만 사실이었다. 영희가 따라간 사람은 행복동과 어울리지 않는 다른 세계의 외계인이었다. 영희는 아버지의 서커스를 대신해 외계인의 품에 안긴 것이다.
영희는 외계인으로부터 ‘난장이의 일평생’이 헐린 자리에 지어질 아파트의 분양권을 되찾아오려고 한다. 손을 벌벌 떨며 철거 확인증에 아버지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을 적어가던 영희는 눈물을 흘렸다. 집을 떠나있던 시기에 진행됐던 철거 날을 알 수가 없던 것이다. 그리고 영희가 집을 떠나있던 시기에 아버지 역시 굴뚝 공장에서 떨어져 숨을 거둔다. 아버지-‘난장이’는 벽돌 공장의 굴뚝을 허무는 날 발견됐다.

▲사회고발을 넘어 ‘난장이’를 끌어안은 작품

이 책은 달동네를 폐쇄하려는 정부와 갈 곳 없는 달동네 빈민층인 주인공의 갈등을 다뤘다. 여기서 난장이가 죽은 채 발견됨으로써 책 속 이야기는 사회 현실적 부조리에 대한 비극성을 심화했다.

죽은 난장이는 산업 사회의 진행 속에서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도시 빈민 노동자등의 소외 계층을 뜻하고 ‘난장이’ 라는 신체적 불구성이 암시하는 바는 사회적 부조리로 인해 빚어진 신체적·정신적 불구성을 암시하고 있다고 본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전반적으로 도시 빈민의 궁핍한 생활, 자본주의의 속에서 노동자의 현실적 패배를 낱낱이 보여 준다. ‘난장이’는 가난한 소외 계층과 공장 노동자의 삶의 모습을 표현 하고, 70년대의 노동 환경을 고발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말하는 문제는 아직도 우리 사회가 당면한 엄연한 현실적인 문제이자 풀어야 할 과제로 산적되어 있다.
우리 주위의 소외된 근로자의 여러 문제는 생존에 필요한 수준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턱없는 저임금, 열악하고 위험한 작업 환경, 고용자로부터 강요되는 부당한 노동, 보호는커녕 탄압에 앞장서는 노동조합, 폭력으로 저항할 수밖에 없는 극한의 심리 상태, 그리고 가진 자들의 위선과 사치, 그들의 교묘한 억압 방법 등 산업 사회의 부정적 현실을 나타내고 있다.

작품은 결말부에 영희의 절규를 장치해 더 이상 난장이로 남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사회적 문제를 고발하는 동시에 노동자의 정서적인 면을 보듬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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