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대 폐교 후 1년, 현장 르포]폐교 후 그대로 방치된 서남대…지역상권 몰락
[서남대 폐교 후 1년, 현장 르포]폐교 후 그대로 방치된 서남대…지역상권 몰락
  • 전북대신문
  • 승인 2019.04.1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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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대 교직원 체불임금, 190억 원에 달해


보건복지부, 남원에 국립공공의료원 설립 예정

남원시청, 소상공인 위한 실질적 대책 없어

 

지난해 2월 남원의 유일한 대학이던 서남대학교가 폐교 됐다. 이는 이홍하 이사장의 등록금 및 교육부 국비 보조금 횡령 때문이다. 폐교로 학생들은 뿔뿔이 흩어졌으며 교직원들은 모두 실직했다. 그로부터 1년 동안 서남대 캠퍼스는 그대로 방치됐다. 폐교 이후 사라진 유동인구에 인근 지역의 상권은 속수무책으로 몰락해갔다. 그러나 이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은 전무해 소상공인들의 곡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서남대 폐교 후 1년, 전북대신문이 그 현장을 찾아가 봤다. <여는 말>

남원역에서 택시를 타고 서남대로 가는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서남대 폐교 이후의 택시기사의 속사정을 들을 수 있었다. 택시기사 정태수(남원시‧70) 씨는 “서남대로 오가는 학생들이 정말 많았기 때문에 폐교 이후 택시 손님이 훅 줄었다”고 토로했다. 하차 후 탄 버스는 젊은 청년 한명 보이지 않고 나이가 지긋한 승객들로 가득 찼다.

버스를 타고 내린 곳은 인적 없는 대로 한가운데였다. 말끔히 잘 닦인 보도에 비해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조금 걸어가자 나뭇가지에 둘러싸여 보이지 않던 서남대학교의 간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멀리 보이는 서남대의 정문 출입구는 부서져 있었다. 정문 옆 위치한 경비실은 부서진 가구, 수많은 소주 뚜껑 등 온갖 쓰레기로 가득 찬 상태였다. 정문에 들어서자 가지치기를 하지 않아 늘어진 나뭇가지들이 학교를 뒤덮고 있었으며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아야 할 벤치에는 낙엽만이 뒹굴었다. 운동장은 푸른 잔디대신 허리 높이만큼 무성하게 자란 갈대와 마른 풀만이 자리하고 있어 음산함을 물씬 자아냈다.

지난 2012년 이홍하 서남대 이사장은 1000억 원 대 교비를 자신의 개인 이득으로 취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구속됐다. 뿐만 아니라 대학 교직원의 사학연금 부담금인 2억 4000만 원을 사학연금에 제출하지 않고 가짜 세금계산서를 만든 혐의도 받았다. 서남대는 지난 2011년부터 계속 정부재정지원 제한 대학에 선정됐으며 신입생 충원율은 33.9%에 재학생 등록률은 28.2%에 그쳤다. 교육부는 서남대가 학생 충원율이 매우 낮아짐에 따라 등록금 수입도 줄었기에 정상적인 학사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지난 2017년 12월 서남대에 학생모집 정지와 대학 폐쇄 명령을 내렸다.

지난 2013년부터 서남대는 경영부실대학 선정명단에 이름을 올려왔다. 폐교 당시 교직원 체불임금은 190억 원에 다다랐다. 그리고 현재 교직원 임금 체불 건은 하나도 해결되지 못한 상태다. 17년 전부터 서남대에서 일한 직원이자 현재 청산인 사무소에 근무 중인 ㄱ씨는 “갑작스럽게 대학이 폐교돼 교직원들이 대처할 틈도 없이 모두 실직상태에 이르렀다”며 제대로 된 사후 처리 없는 국가의 결단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결국 지난해 2월 28일자로 서남대는 폐교됐다. 폐교 후 지역 상권은 크게 휘청거렸다. 이에 남원시는 자체적으로 서남대 인근 소상공인들을 돕기 위해 저리대출, 지방세 깎아주기, 지방세 납부 기한 연장 및 유예제도 등을 실시했다. 하지만 다른 지역의 소상공인들과의 형평성 문제로 지원에는 한계가 있었다.

폐교 이후 서남대 캠퍼스는 방치됐다. 캠퍼스 안은 사람의 온기 한 점 없어 스산한 기운이 감돌았다. 공사가 중단된 채 내버려진 중앙도서관, 파랗게 표지가 바란 책들은 서남대가 폐교라는 사실을 더욱 일깨워줬다. 그때 삭막하기만 한 이 폐교에 사람이 드나들지 않을 거란 예상을 깨고 산책하러 온 마을 주민을 만날 수 있었다. 서남대 앞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이영섭(남원시‧65) 씨는 “근방에 있던 편의점은 한 곳을 제외하고 모두 문을 닫았다”며 “장을 보려면 버스를 30분 정도 타고 시내로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학교 주변에서는 문을 연 가게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복사집, 술집, 당구장 등 대학생들이 자주 이용했을 가게들은 전부 닫혀있었다. 아직 영업을 하는듯한 중국집의 문을 두드려 봤지만 텔레비전의 소리만 새어 나올 뿐 가게 안은 조용하기만 했다. 학교 주변 주민인 최금식(남원시‧75) 씨는 “서남대가 지어진다고 해서 장사하러 내려온 주민들이 전부 망했다”며 “젊은이들의 발길은 아예 없고 원룸에는 현장 노동자들이 잠깐 머물고 간다”고 말했다. 현재 장사를 하고 있지 않는 가게에서 생활하는 주민도 만나볼 수 있었다. 학교 앞에서 분식점을 운영하던 주민 ㄴ(남원시‧80) 씨는 “학생들이랑 교직원들이 다 떠나 장사가 전혀 안 돼 문을 닫았다”며 “지나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어 절간에 사는 기분이다”라며 쓸쓸함을 내비쳤다.

현재 보건복지부에선 주민들의 의료제공측면을 해결하기 위해 남원의료원 인근에 국립공공의료대학원을 설립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부에서 아직 서남대 인근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세워진 대책은 없다. 남원시청 기획실은 “국립공공의료대학 설치로 주민들의 의료시설 제공은 높아지더라도 서남대 인근 소상공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서남대를 나와 큰길을 건너 율치마을에 다다랐다. 율치마을에 위치한 가게들의 간판들은 대부분 색이 바라 푸른빛이 감돌고 있었다. 문 닫은 가게 안에는 물건들이 그대로 방치 돼 있었다. 율치마을의 가게들을 둘러보던 중 폐교를 막기 위해 주민들과 같이 데모에 참여하셨던 주민 ㄷ 씨를 만나게 됐다. ㄷ 씨의 경우 이곳에서 21년 째 가게를 하시다가 현재는 장사가 안 돼 장사를 접은 상태였다. ㄷ 씨는 눈물을 글썽이며 “폐교 이후 지역민들의 생계에 희망이 없다”며 “캠퍼스를 방치하지 말고 무엇이라도 유치해 지역경제가 되살아나길 바란다”고 절실한 심경을 전했다.

주민들의 고충에도 현재 정부에서는 아무런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다. 남원시청도 무너진 상권을 살리기 위한 뚜렷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서남대가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법안이 마련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남원시 스스로 소상공인 지원이나 교직원 임금체불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남원시청 기획실은 “국가의 지원이 받혀줘야 조금이나마 주민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조유정 기자 whd5974@jbnu.ac.kr

주연휘 기자 aquanee98@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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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윤 2019-05-12 00:59:41
다니던 학교가 사라진 학생들도 안타깝지만 지역 상가주민들의 문제도 크네요.. 하루 빨리 해결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