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기자수첩
낡은 기자수첩
  • 전북대신문
  • 승인 2019.04.1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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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과 펜을 들고 광화문광장에서 꺼이꺼이 울던 이가 있었다. 그는 어릴 적부터 국민의 알 권리에 우선한 기사를 작성해서 신뢰할 만한 기자가 되는 것을 꿈꿔왔다. 하지만 광장 바닥에 주저앉은 그는 그런 건 모르겠다며 한동안 눈물을 쏟아냈다. 왜 네가 더 우냐며 호통 치는 목소리가 들리기 전까지는.

그는 바로 나였다. 2016년 11월 12일 박근혜 퇴진을 위한 민중총궐기가 있던 날, 아침부터 서울행 버스에 올랐다. 대학로에서부터 서울시청, 광화문광장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을 만나 취재를 했고 사진으로 현장을 담았다. 그러는 와중 점차 하늘이 캄캄해지고 하나둘씩 촛불이 켜지며 광장에는 이동이 힘들 만큼 인파가 몰렸다. 사람들 틈에 섞여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마침 옆에 세월호 유가족들이 있었다.

조심스레 취재 요청을 했고 ‘윤희 엄마’와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몇 마디 나누지 않았지만, 기존에 언론을 통해서만 접하던 내용을 실제로 듣게 되니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터지려는 울음을 꾸역꾸역 눌러 담아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나는 그렇게 어렸고 여렸다. 개인적인 감정이 앞서 도리어 취재원에게 폐를 끼친 것이다. 하지만 당시의 만남은 나에게 자양분이 됐다. 그 어떤 사람을 만나더라도 ‘기자’로서 대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후로도 나는 더 많은 사람을 만났고 기사를 작성했다. 경험을 쌓인 만큼 새것이었던 나의 기자수첩 역시 닳아버렸다.

그래도 여전히 취재 전에는 긴장을 하고 기사를 작성하는 것은 힘들었다. 책상에 앉아 날을 새며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을 고치고 또 수정한다. 한 장의 좋은 사진을 건지기 위해 수십, 수백 장의 사진을 찍기도 했다. 편집국에서 3년간 이야기하며 웃고 글을 쓰며 남몰래 울음을 삼키기도 했다.

그랬던 나이기에 퇴임을 하면 마냥 시원할 줄 알았는데 어쩐 일인지 섭섭하기도 하다. 그래도 이제는 낡은 기자수첩을 품에 안고 떠난다. 나의 모든 것을 담아왔던 낡은 기자수첩은 내 인생을 성장시키는 발판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임다연|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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