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의 향기]고양시 능곡동 파마러미 아줌마 / 닭공장
[時의 향기]고양시 능곡동 파마러미 아줌마 / 닭공장
  • 전북대신문
  • 승인 2019.05.10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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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 능곡동 파마머리 아줌마

박양건 사학 18

오늘도 무사하길. 수많은 또각쟁이들이 들이닥치기 전에, 그들을 위한 의식을 치러야 한다. 주어진 시간은 30분. 베테랑들은 시간을 남길 줄 안다. 오히려 숨는 게 일이다. 간혹 그들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우리는 죽어라 일하는데, 저 아줌마들은 공으로 먹네. 카-악 퉤! 나도 청소나 해볼까? 온 정신으로 귀를 막으며 밥 한 끼 값의 담배 머금은 가래를 닦고, 부모 빽 믿은 아이놈이 뱉은 프리미엄 생과즙 독일산 포도젤리를 떼어낸다. 커피 중독자들의 팔자걸음 구두 자국을 닦는다. 바닥의 타일 무늬도 깨끗하게 닦아낸다.

덕은동의 김 씨는 허리가 아파 나오지 못했다고 한다. 풍산동의 이 씨는 회장님을 알아보지 못해 짤렸다. 국회에서 일하는 박 씨는 정규직이 되었다고 소 웃음을 웃는다. 원흥동 김 씨는 주택담보대출의 먼 길을 하염없이 닦고 있고, 주교동 오 씨는 아들내미 학자금 대출의 이마를 빛나게 닦고 있다. 오순도순 모인 청소도구함 속에는 꿉꿉한 곰팡내가 풍긴다. 등허리에 파스를 붙여주며 나누는 자식 이야기는 휴게시간의 진짜 휴식이다. 통장 속 웃고 있는 딸내미 얼굴은 동그라미가 부족하다. 티브이에선 세상이 바뀔 거라 근거 없이 말 떠들어대지만, 그 누구도 미래를 눈치 채지 못한다.

녹빛 퇴근 버스가 후유, 숨을 내쉬고 나면, 허청허청 집에 기어들어와 누런 걸레로 식탁을 닦는다. 언제나 위태로운 식기들을 언제나 그렇듯이 조용히 더욱 조용히 설거지한다. 그녀의 이름은 호모클리니쿠스이다. 그녀는 또 다른 물구나무 파마머리와 함께 청소의 달인으로 진화하고 있다. 원시공동체의 평원을 그리워하며.

 

 

 

닭공장

정동균 국문 18

아침 일찍 닭공장에 출근하여 후줄근한 장화를 신고

장화 코에 묻은 닭 껍질을 거듭 닦아냅니다.

날이 무더워도 공장은 겁나게 추우니

곤룡포 닮은 두꺼운 잠바를 걸쳐주세요.

비닐장갑 속에 천장갑을 반드시 착용하세요.

장갑 모양은 신경 쓰지 마세요.

어차피 한 시간이면 축 젖어버려 바꿔야 하니까요.
 

포스트잇에 --상급 육계 300--

2인 1조의 여사님들이 순백의 닭을 깨끗이 손질해 포장하면

나는 끈을 묶어 편안한 닭 잠자리를 만들어주지요.

한창 바쁜 일이 끝나면 모여서 커피를 마셔요.

따뜻하고 달달한 신의 젖 혹은 꿀과도 같은.

담배를 길게 빨아 몸의 고통을 삭제하다가

내뱉은 연기가 닭 모양을 그릴 때

깜짝 놀라 후다닥 공장으로 귀환합니다.
 

시간이 허우적허우적

하루가 눈 깜짝일 새도 없이 흐르고요.

아 긍게, 여러분. 닭 냄새가 역겹다고요?

사실 닭 체취는 행복한, 사랑스러운, 아늑한, 정의로운 내음이라고요.

만약 하나 부족한 게 있다면

복날 하루 닭공장은 몇 억을 번다는데

왜 제 일당은 하냥 여전할까요?

이게 마르크스 씨가 설파한 자본론, 뭐 그런 건가요?

그치만 저는 행복해요. 허기 진 사람을 먹여 살리는 저는 행복하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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