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터러시 능력이 필요할 때
리터러시 능력이 필요할 때
  • 전북대신문
  • 승인 2019.05.10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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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리터러시 능력이 필요할 때

태어났을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 둘러싸여 있었던 디지털 네이티브, 이른바 ‘Z세대’는 일반적으로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중반에 태어난 이들을 일컫는다. 디지털 가전을 이용하는 데에 거리낌이 없이 자라 난 이들은 스마트폰, 노트북, 데스크톱, 태블릿PC, TV 등 여러 IT기기들을 동시에 활용하면서 각기 다른 작업이 가능한 멀티태스킹에 능하다고 설명된다. 이들에게 있어 ‘정보 검색’이란 관련 서적이나 검색 엔진이 아니라 유튜브에서의 검색을 말하며, 이들에게 ‘뉴스’와 관련해 떠오르는 단어란 지상파나 종편, 라디오 등의 뉴스 프로그램이나 유명 앵커의 이름이 아니라 유튜브, 페이스북,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등의 SNS라고 한다.

미국 소비 인구의 1/4을 차지하며 국내에서만도 약 646만여 명으로 추산되는, 20대에 진입한 이들 Z세대가 가진 (잠재적) 영향력이 어떠할지를 추정해 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정보 권력을 손에 쥔 자들이 작금의 글로벌한 정치 영역에서 어떤 위치를 점하고 있는지가 바로 그 힌트다. 영국이 유럽연합을 떠나는 결정을 내리게 한 잠재적 브렉시트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어낸 일이나,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를 끝내 승리자로 만든 일에 영국의 한 데이터 분석 회사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물론 이 데이터 분석 회사는 2018년 페이스북 개인 정보 유출 스캔들로 재판 중이며 현재 폐업한 상태지만, 이 회사가 폐업한다고 해서 이미 정보화 시대 가장 강력한 생존력을 획득하게 된 데이터 권력이라는 괴물이 사라지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다. 이렇듯, 정보 권력이 모든 일의 최종 병기로 떠오르는 시대에 정보를 빠르게 취득하고 재배열하고 실시간으로 활용하는 일에 능한 세대가 가지게 될 파급력은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다.

이때 이들의 진짜 실력을 판가름할 요소는 결국 리터러시 능력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디지털 리터러시나 데이터 리터러시, 유튜브 리터러시를 말하기 이전에,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이 대두되었던 때가 있음을 상기해 보자. 1960년대 대중매체의 보급과 영향력이 커지면서, 특히 텔레비전이 가진 역기능에 대한 우려에서 출발한 것이 미국, 영국, 독일 등을 중심으로 발달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었다. 이는 TV 방송, 신문, 잡지, 영화 등 모든 영상매체와 인쇄매체가 재현하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읽어낼 수 있는 능력과 이를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교육 방식이었다. 지금이야말로 이 미디어 리터러시의 개념을 디지털 리터러시나 데이터 리터러시에 적용해야 할 것이다. 디지털 환경에 적합한 기술적인 능력을 갖추는 것 이상으로, 디지털 기술의 적절한 활용과 이에 대한 책임감을 갖출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말이다.

청소년이나 어린이 등의 피교육자나 Z세대의 젊은 층에게 보다 중요한 리터러시 능력은 결국 특정 정보나 사안에 대한 판단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하는 통찰력의 추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어떤 특정 정보나 콘텐츠가 가짜인지 사실인지를, 간단한 근거를 수집해 판별하거나 비판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러한 단순 검증 능력보다는 그 정보가 어떤 영역에 위치하고 있는가, 그 정보가 도출되게 된 데에 어떤 과정이 있었는가, 그 정보가 어떤 자금 출처에 의해, 어떤 변수에 의해, 어떤 목표에 의해 수립됐는가 등을 총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이 정보가 미칠 영향력을 비판적으로 통찰하고 결론 내릴 수 있을 때, 그 유저가 갖는 데이터는 비로소 힘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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