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세상 모든 것을 정복할 수 있는 절대적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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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대신문
  • 승인 2019.05.10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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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탐방기

 

㉓산드로 보티첼리, <비너스와 마르스>, 1485

사랑, 세상 모든 것을 정복할 수 있는 절대적 존재

영국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에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 화가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 1445-1510)의 작품 <비너스와 마르스>가 있다. 가로로 긴 이 작품에서 비너스는 화면의 왼쪽에 비스듬히 앉아있고, 맞은편에는 전쟁의 신 마르스가 옷을 걸치지 않은 거의 전라의 모습으로 깊은 잠에 빠져 있다.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는 사람과 염소의 모습을 둘 다 가진 반인반수의 어린 사티로스들이 마르스의 투구와 무기를 가지고 천진난만 하게 놀고 있다. 화면은 전체적으로 화려하고 장식적이며 그들은 평화롭고 한가로운 분위기이다.

그러나 평온한 화면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화가는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 그림을 그렸을까? 먼저 화면에서 단순하고도 명백하게 보이는 것은 비너스는 아름다움과 사랑의 여신이고, 마르스는 가장 남자다움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전쟁의 신이라는 것이다. 미인과 젊은 영웅의 만남만으로도 이 그림은 우리에게 모든 이야기를 다해주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 예상할 수 있듯이 이 그림의 주제는 남녀 간의 사랑이다.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 뒤로 밝아오는 하늘로 보아 비너스와 마르스는 밤새 열정적인 사랑을 나눈 이후 편안한 모습으로 쉬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두 남녀가 격정의 밤을 보낸 뒤 남자는 곯아떨어졌는데, 여자는 오히려 냉정한 듯 정숙한 모습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마르스는 장난꾸러기 사티로스 하나가 귓가에 조개 나팔을 세차게 불어도 미동도 없이 깊은 잠에 빠져있다. 반면 비너스의 모습은 우리가 보티첼리의 그림에서 흔히 보았던 고전적이고 우아한 전형적인 여신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과적으로 이 모습은 비너스의 아름다움과 매혹적인 힘이 잔혹한 전쟁의 신인 마르스에게서 승리했음을 말해 준다. 서양에서는 “사랑은 모든 것을 정복 한다”는 격언이 있다. 그림은 “사랑은 전쟁의 신까지도 정복한다. 그러므로 남녀 사이의 문제는 싸움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말고 사랑으로 해결하자. 사랑은 영원한 승리자이다”라는 주제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이들의 사랑은 순수하고 순결하고 숭고하기까지 하다. 화가는 이들 사랑의 순수성을 강조하기 위해 순백의 옷과 천을 사용하고 있으며, 어린 사티로스들의 등장으로 아이의 순수성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자 했다. 어린 아이는 언제 어디서든지 순수, 순결 등의 상징이 내재해있다고 여겨진다. 물론 아이들의 순수한 특징으로 인해 종종 그림에서 경솔함이라든지, 변덕 등과 같은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아니다. 즉 성모 마리아의 주위를 아기 천사들이 둘러싸고 있는 경우처럼, 어린 사티로스는 비너스의 순결함을 뒷받침해주는 요소이다. 따라서 여기서 사랑의 여신 비너스는 성모 마리아의 미덕에 힘입어 순수하고 숭고한 사랑으로 승화됐다.

김미선|예대 강의전담교수‧서양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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