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큰사람으로 성장하길
후배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큰사람으로 성장하길
  • 전북대신문
  • 승인 2019.05.1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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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한 기부로 후학 양성에 도움을 준 윤신근 원장

 

후배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큰사람으로 성장하길

 

2000년부터 발전기금 및 장학급 등 꾸준히 기탁

 

동물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 형성 위해 다양한 노력

동물사랑이 곧 환경보호라는 사명으로 일할 것

 

‘윤신근 박사 동물병원’의 윤신근(수의학·72) 원장은 대학 진학 이전부터 수의사가 되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개발논리로 자연 여기저기 파괴되던 1970년대, 동물도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했고 ‘개를 잘 보살피면 지구도 살아날 것’이라는 생각을 해 왔다. 넉넉지 못한 가정형편으로 그는 학업과 일을 병행하며 대학 시절을 보냈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외판원, 상점 점원 등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들었다. 윤 원장의 어려운 상황을 알게 된 학교 측에서 장학금 지급을 결정하게 됐고 그는 더 나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었다. 그러한 인연으로 윤 원장은 전북대학교에 2000년부터 발전기금, 경쟁력 향상기금 및 장학금을 꾸준히 기탁하고 있다. 장학금 기탁 배경에 대해 윤 원장은 “각종 평가에서 전국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대학으로 성장한 모교를 위해 더 늦기 전에해야 할 일을 꼭 하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예전의 나처럼, 이 기금이 밑거름이 돼 후배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큰사람으로 성장하고 모교가 더 크게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고 덧붙였다.

수의사 면허를 취득한 후 그는 개인의 사명감으로 애견종합병원을 열었다. 당시 수의사들은 생활의 안정으로 이어지는 국가기관이나 민간 제약회사 같은 곳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윤 원장은 임상을 통한 도전의 길을 택했다.

“자다가도 깨어나 메모하고, 허공에 대고 수술 연습을 합니다. 심지어 꿈속에서도 수술을 해요. 조제실에서 동물 약을 지을 때는 하나님에게 기도합니다. 제 손길을 거친 모든 동물이 완쾌되고, 약을 먹는 대로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요.”

그가 운영하는 애견종합병원은 사람으로 치면 대학병원 수준의 의료시설이다. 의술에 자신이 없으면 종합병원을 표방할 수 없다는 그는 자부하는 외과 실력과 자체 조제 및 투약의 삼박자를 골고루 갖춰 개원을 할 수 있었다. 애완견 34마리의 수술을 하루에 진행했을 정도의 빠른 손도 한몫했다. 개원했을 당시인 1988년은 ‘동물병원’이라는 명칭이 굳어지기 전이

어서 윤 원장의 병원은 ‘가축병원’으로 불렸다. 견종이랄 것도 없는 시절이라 대개 ‘누렁이’, ‘발발이’라고 칭했다. ‘환경보호를 위해 동물사랑부터 시작하자’가 최종 목표인 그는 먼저 “개를 귀히 여기는 풍토”를 만들고 싶었다. 윤 원장은 더 많은 이들이 동물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갖길 바랐다. 그래서 그는 매년 사비를 털어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애완동물사진촬영대회를 열었고, TV 3사의 각종 프로그램에 나가 애완동물의 가치를 알렸다. 온갖 매체에 동물사랑에 대한 글을 쓰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개 기르는 법, 개 지식 백과사전 등 여러 책도 펴냈다. 김대중 전 대통령, 개그맨 이경규 씨, 영화배우 김혜수 씨 등 동물 사랑이 끔찍한 스타들의 사연도 널리 전파했다.

단순히 동물 사랑에 그치지 않고 동물을 존중하고 중요시하는 태도를 일깨워주기 위해 윤 원장은 신문 해외토픽 란에 실린 불쌍한 떠돌이 개 소식을 접하고 대만까지 날아간 적도 있다. 치료를 위해 개를 한국으로 데려오는 과정에서는 식용으로 개를 데려간다고 의심하는 현지 동물보호소 직원을 설득하고 지저분한 상태로는 비행기 탑승이 안 돼 화장실에서 개를 깨끗이 씻기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다행히 대만의 개는 한국까지 무사히 올 수 있었으며 치료를 받고 건강해졌다. 당시 사건이후 한국 사회는 유기견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산불이 났는데 술에 취한 주인은 산기슭에 곯아 떨어졌다. 발을 동동 구르던 개는 몸에 물을 적셔 주인을 구하고 죽었다. 오수개의 전설이다. 이오수개 육종위원장이 바로 윤 원장이다. 오수는 전북 임실군에 있는 면 단위 행정구역이다.

그는 삽살개라는 정체불명의 개가 국견 진돗개와 동급으로 취급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에도 화가 났다. 정통 삽살개가 아닌 전혀 다른 품종의 개를 만들어 놓고 삽살개라고 강변하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려고 ‘오수개는 복제가 아니라 육종을 거친 복원’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진돗개, 삽살개, 동경이(댕견), 불개, 제주개 등 국산이라면 예외 없이 그가 개입해 있다. 심지어 북의 풍산개 연구서까지 냈을 정도다. 이 책은 과거 정부를 통해 북측 권력자에게도 전달됐다.

윤 원장은 오수개연구위원회, 국견세계화추진위원회, 국립축산과학원동물실험윤리위원회 등 각종 협회 위원장을 맡으며 동물 보호와 그들의 권리 보장을 주장한다. 이 밖에도 국립공원관리공단 자문위원, 환경부 자문위원 등 환경보호에 힘쓰는 일이라면 두 팔 걷어붙이고 참여하고 있다.

“오랜 세월 동물들을 치료해왔고 첨단장비까지 갖췄으므로 고양이 중성화 수술에 채 1분(암컷 5분·수컷 1분)도 걸리지 않습니다. 생명은 소중하고 그 어떤 경우에도 돈의 논리를 앞세울 수는 없습니다.”

그는 환경보호, 동물사랑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개에서 고양이까지 영역을 넓혔다. 유기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에 ‘유기 고양이 무료 중성화 수술’을 제안했다. 하루에 5마리만 거세(수컷)하거나 난소자궁 제거(암컷) 수술을 한다는 계획이다.

윤 원장은 치료비 부담은 낮추고 질은 높였다. 그래야 많은 동물들이 의료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길고양이가 아닌 가정에서 기르는 고양이의 중성화수술 비용도 그의 애견종합병원에선 수컷 4만원, 암컷 8만원에 불과하다. 개·고양이 항문낭 제거 9만원, 자궁축농증, 잠복고환, 방광결석, 성대제거, 눈물과다분비 수술비는 각 15만원이다. 피부병과

눈병, 귓병, 이빨 스케일링, 신장투석 등 노견에게 흔한 질환도 안전하게 마취하고 시술한다. 물론 수가는 예외 없이 파격적이다.

윤 원장은 오랜 임상 노하우와 하모닉제너레이터300, 엔실 RF60, 서지트론 4.0 등 최첨단 의료기기 활용으로 동물의 고통과 스트레스 또한 최소화했다. 동물약품도 조제도 직접 해 윤 원장의 병원은 약효가 탁월할 뿐더러 ‘약값’ 또한 저렴하다.

 

윤 원장은 애견이 문화로 뿌리내리게 만든 일등공신으로 손꼽힌다. ‘개를 무서워하는 수의사’ 등의 저작을 탐독한 어린이들은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윤 원장을 지명, 팬레터를 보내기에 이르렀다. 이들 중 상당수는 ‘윤신근’이라는 이름에 꽂혀 수의대로 진학했다.

그는 “동물의 건강에 문제가 있으면 메스를 대는 것이 수의학의 양심이며, 동물보호와 관리를 소홀히 하는 것이 오히려 학대다. 개와 고양이는 야생이 아니고 가축도 아닌 반려·동반 동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언젠가 ‘애견종합병원’ 간판 글귀를 ‘반려종합병원’으로 바꿔야겠단다.

아픈 동물을 건강하게 되돌리고, 죽을 동물을 살려내는 것에 보람을 느끼던 윤 원장. 환경보호라는 큰 뜻을 이루기 위해 주변에 할 수 있는 일부터 스스로 실행하고 더 나아가 동물을 위해서라면 그 어떠한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 열정과 목표의식. 이러한 행보가 지금 윤 원장을 한국 최고의 수의사로 이어지게 한 것은 아닐까.

 

이수아 객원기자 201719410@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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