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일상을 변주하다
과학, 일상을 변주하다
  • 전북대신문
  • 승인 2019.05.15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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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100선 읽기 프로젝트 25. 정재승의 과학콘서트

 

과학, 일상을 변주하다

 

▲초시대, 학문의 경계를 초월하다

2000년대 초반 학계에서는 인문학의 위기를 논했고, 일부에서는 몰락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했었다. 지금도 협의에서 보자면 인문학이 위축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넓은 측면에서 보자면 현재의 인문학은 융합과 통섭이라는 측면에서 확장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알게 모르게 일상 전체에 스며들어 있는 인문학은 우리의 정서를 그리고 삶을 이루어 나가고 있게 하는 원천이기 때문이다.

왜 뜬금없이 인문학의 위치 점하기에 나섰냐고 묻는다면, 오늘의 책을 소개하기 위해서라고 답하고 싶다. 오늘의 책은 바로 정재승의 '과학콘서트'다. 저자가 프로그램 ‘알쓸신잡’으로 얼굴을 알리기 전부터 이 책이 먼저 매스컴에 소개됐다. 추억하건데, 모 방송국 책 소개 프로그램에서 이미 노출됐고 그 후 대학을 들어가기 위한 수험생들에게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 1위에 올랐으며, 개정증보판 출간 이후에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 이유는 딱딱하고 어렵기만 할 것이라는 과학에 대한 편견을 쉽사리 무장해제시키는 매력이 있기 때문. 평범한 일상, 그리고 그 논리에 어느덧 젖어있는 우리의 습관, 그리고 바로 그 안에 과학 이론이 은둔하고 있다는 것. 인문학 언저리 어디쯤, 그리고 일상처럼 말랑말랑한 과학이야기가 담겼다.

혹자는 인문학 얘기에서 왜 과학이 나오냐며 리뷰 읽기에서 손을 뗄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인터넷 도서관에서 찾을 때도 서지 정보는 인문 섹션이 아닌 과학 섹션이다. 그러나 이 책은 과학 이론을 근간으로 한 심리학, 사회학, 경제학, 의학, 인문학을 아우른 통섭의 결과치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과학에 관심을 둔 사람뿐만 아니라 일반인, 학생이라면 과학을 싫어했던 인문학도에게도 짜릿한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저자가 독자들에게 기대한 목표와도 일치한다. 이 책은 대중적 과학 글쓰기에 과학 전도사라는 별명을 지닌 저자가 화려한 약력 뒤로 풀어 놓은 쉽고도 쉬운 생활에 관한, 삶에 관한 몽타주와도 같다. 누구나 한 번 쯤은 물음표를 던졌던 궁금하기만 했던 의문들에 대한 답변서이기도 하다.

 

▲미래를 주도할 차세대 리더들에게 전하는 지혜로운 삶의 노하우

주도적 리더를 꿈꾸고 차별화된 가치창출로 새로움을 창조해낼 여러분들에게 전하는 최고의 전언. 또한 편견을 넘어서고 자신의 가치관을 정립하는 데도 도움을 줄만한 책. 개정증보판을 펴낸 정재승은 이 책에 대해 “과학계에서 일어난 지난 10년의 일을 정리하고 10년을 전망”하고 있음을 서문에서 밝힌다. 각 분야 사회 현상들이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카오스, 프랙털, 지프의 법칙 등 몇 개 개념으로 그러한 현상들을 설명 가능하다는 그의 선언은 언뜻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아닐까라는 의심마저 들게 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밝힌 사회 현상과 과학 논리와 연관성은 단순히 그의 논리 또는 주장으로만 점철된 것이 아니다. 그래서 그러한 의심이 곧 기우임을 깨닫게 된다. 네이처나 사이언스 등 과학 저널의 논문 내용이기도 하며, 이와 더불어 현재 진행형인 연구들도 다수 등장하고 있어 호기심을 자극한다.

 

▲흥미로운 관계의 미학을 답은 1장

융합의 코드로 타이틀 조차 상징화된 만큼 목차 역시 콘서트에 걸맞는 악장의 빠르기로 대별해 눈길을 끈다. 또한 과학의 현상을 다룬 소제목 아래 소설가, 시인 등 작가 원문을 대비시켜 공감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1악장은 관계의 미학이 흥미로운 내용으로 담겨있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정말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가장 평범한 논리에 자주 각성한다. 저자는 이를 케빈 베이컨 게임으로 증명한다. 이 게임은 “여섯 다리만 건너면 세상 사람들은 모두 아는 사이다”라는 것. 책에서는 한 다리 건너 아는 사람이 9만 명, 4단계를 건너면 9만 명의 제곱 81억, 지구 60억 인구를 4단계만 거치면 모두 아는 사이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물론 여기에는 배제된 부분도 있고 사실관계에 접속된 거리 개념과 친밀도는 상쇄돼 있다. 그에 대한 논리적 설명도 덧붙였다. 이 설명 외에도 저자는 각 챕터 사이에 추가 정보 파악을 위한 사이트와 저서를 찾아볼 수 있게 소개했다. 소 챕터에서는 각 법칙들이 등장한다. 일반적으로도 많이 알려진 ‘머피의 법칙’은 우리의 선택적 기억에 의한 착각이고, ‘어리석은 통계학’에서는 아인슈타인이 생전에 15%만 뇌를 사용했다는 낭설의 허구성을 조목조목 짚어 내고 있다. ‘웃음의 사회학’에서는 방송과 일상에서 마주하는 웃음의 코드가 대중들에게 매체 영향력을 확산시키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음을 설명한다.

 

▲‘느림’의 테마로 바라본 그림 그리고 음악

2악장의 속도는 안단테, 바로 느림이다. 이 장에서는 잭슨 폴록의 작품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작가는 캔버스에서 카오스를 발견한 현대 미술가로 그를 정의한다. 그가 이름을 알렸던 지점에는 바로 낯섬에 은닉한 비선형성이 있다. 대중의 관심과 인기의 척도 역시 바로 비선형성에 있었다. 물리학자들은 폴록의 작품 제작 방식을 고전시스템에서 찾는다. 바로 카오스 시스템이라는 것. 폴록의 그림은 과학자들에 의해 밑그림을 그린 후 “수많은 자기 유사(스케일에 무관하게 같은 구조를 되풀이) 구조 궤적으로 다듬은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책에서는 ‘아프리카 문화’와 ‘프랙털 음악’ 등 모두 규칙에서 불규칙을, 불규칙에서 규칙을 역설적으로 찾아낸다. 바흐에서 비틀즈까지 히트한 음악을 통해 공통적 패턴인 프랙털도 찾아냈다. ‘심장의 생리학’에서는 이와 같은 역설은 계속된다. 보편적 상식으로 정상 심장 박동은 규칙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식을 뒤엎는 연구가 미국 보스턴대 박사 후 연구자 실험에서 발견된다. 정상인 심장박동이 오히려 간격이 불규칙했고, 환자의 심장박동 간격은 규칙적이라는 것.

 

▲지금의 세대들에게 미래 건설의 마중물이 될 ‘과학콘서트’

3악장 ‘자본주의심리학’, 백화점에서는 오감을 운용하는 주체가 바뀌는 현상을 조명한다. 동선과 진열, 그리고 향기와 음악, 모두 사용자 편의가 반영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사용자 심리를 이용한 판매 전략임을 설명하고 있다. 또한 패스트푸드 음식점의 인테리어 역시 ‘쇼핑의 과학’임을 보여준다. ‘금융공학’에서는 주식 시장에 뛰어든 나사의 로켓 물리학자들을 다룬다. 주식시장 연구, 과연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지금은 경제 영역이지만, 최초의 영역은 1900년 수학적 연구에서 출발했고 물리학 브라운 운동과도 연계된다. 금융 수학이 실용으로 변화한 것은 1970년대 이후로 랜덤 위크 이론과 카오스 분석이론 등을 통해 주식 투자의 불예측성을 설명하고 있다.

4악장은 소음에 대한 이야기다. 칼릴지브란의 시에 현대 소음의 단점을 애닯게 담았다. ‘소음 공명’은 빙하기를 연구한 기상학자로부터 출발한다. 현재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신경과학분야다. 현대는 4차산업혁명 시대, 일상에 스며든 ‘AI’는 80년대 영화의 이야기였다. 이것이 현실에 가까워지는 경험을 이 장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콘서트를 마치며’라는 마지막 장을 통해 과학이 세상 속에 스며든 것들을 정리한다. 저자는 “경영자들은 ‘과학의 메시지’에 기업은 ‘복잡 적응계’에 주목해 달라는 당부와 함께 학문의 융합에서 희망을 보고 있으며 그곳에서 ‘창의적 눈’이 태어난다”라고 전한다. 이 책은 과학과 관련된 책이지만 일상을 소재로 쉽고 흥미롭게 내용을 전개하고 있어 어렵거나 지루하지 않다. 그러면서도 이 책에는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한 사회 구성원의 피땀 어린 결과물이자 미래를 건설할 수 있는 마중물이 담겨 있다. 이것이 ‘과학콘서트’를 지금의 세대들에게 다시 권하는 가장 큰 이유다.

 

장라윤 전라북도청 홍보기획과 nekimi321@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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