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별을 찾습니다 / 고장 난 손가락을 누르는
잃어버린 별을 찾습니다 / 고장 난 손가락을 누르는
  • 전북대신문
  • 승인 2019.05.22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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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별을 찾습니다

 

김아람 국어국문 18

 

고개를 들어야만 볼 수 있는 게 슬퍼서

낮은 곳에 너를 심었다

여름에 장마가 와 떠내려갈까 무서웠다

여기는 단 한 번도 홍수가 난 적이 없는 곳

홍수가 건들지 못한 강바닥처럼

아무도 그 아일 건들 수 없었다

그럼에도 웅덩이처럼 고여 있는 생각들

수챗구멍처럼 떠돌고 있는 물들

세상이 빨려들어 갈까봐 발을 보며 걸었다

봄에는 그런 병이 생겼다

 

줄어드는 통장잔고를 바라보는 질병이었다

너의 하찮은 꿈까지 모조리 사랑해

아는 시인이 써 준 문구

그 밑에 속 무늬가 벚꽃인 팬티

나도 속 무늬까지 벚꽃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입으면 그대로 물이 들고

빨면 그대로 물이 빠지는

분홍물 분홍물 분홍물

 

나를 생각해 나를 생각해 넌 나를 생각해

말하지 않아도 너는 내게 물들어서 나를 생각해

우리는 물이 들어 오계절

봄이 빠지지 않는 봉숭아물

손을 들어 쫘악 펼쳐 아름다워

연한 물로도 널 물들일 수 있을까

너의 손톱을 길들일 수 있을까

 

아직 기지개도 피지 못한 꽃잎을 보느라

나는 한참 글을 쓰지 못했다

봄의 꽃말은 무엇일까

네가 책을 펼치지도 않고 말한다

 

“흩날리자”

 

하얀 분필 같은 손가락으로

시를 쓰는 너의 뒷모습이

내게는 투명한 손거울이다

너는 나의 갈피를 찾을 수 있겠니

이 수많은 꽃 갈피들 중에서

찾고 있습니다

찾고 있습니다

기약이 없으니 연락을 주십시오

 


 

고장 난 손가락을 누르는

 

최수진 국어국문 18

 

좋아하는 노래를 알람으로 하지 말아요 햇살에 눈은 감겨오는데 귀는 막을 재간이 없어요 함부로 던져놓은 이어폰처럼, 차창 밖 경적 소리는 멀고도 날카롭죠 바다 건너온 커피를 시킬라치면 쉼 없이 쉼표 붙은 소리가 카드에서 컵으로 따라 붙어요 멈춤 버튼 고장 난 엠피쓰리는 동일한 노랫말만 불러댑니다 멋대로 켜고 끄는 회사의 불빛에도 재생만이 메아리칩니다 빠르게 늙어가는 것들의 머리칼이 도시의 배수구엔 쌓여갑니다 빗물은 고이다가 썩고 사람들은 층층이 고여 있다 늦은 밤에야 흘러갑니다 대출받은 단잠과 침묵은 내일을 담보합니다 지친 고막은 웬만한 합창에도 떨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노랠 알람으로 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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