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식 수업은 창의력을 죽이는가?
강의식 수업은 창의력을 죽이는가?
  • 전북대신문
  • 승인 2019.06.05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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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식 수업은 창의력을 죽이는가?

교육에 관한 글을 보면 흔히 강의식 수업은 창의력의 발달을 막는다고 얘기되곤 한다. 그러나 나는 이것이 오해라고 생각한다.

엄밀히 얘기하자면 과거에 습득한 정보들을 단절해냄으로써 확장적인 사고를 하는 게 아니라, 과거에 습득한 정보들을 무의식화·자동화해 사고를 확장적으로 뻗을 틈새를 찾게 된다. 어떤 정보들에 대해 익숙해지는 과정 없이 수업의 주도를 학생이 이끌기만 하면 그들의 창의력이 향상될 수 있다는 생각은 인간의 인지적 과정을 고려하지 않은 생각이다.

익숙하지 않은 정보들을 처리하려면 인간은 심리적 부담을 느끼게 된다. 심리적 부담을 느끼는 상태에서 새로운 방향으로 생각을 뻗을 여유가 있을까? 지능이론 중 스턴버그의 삼원이론에 따르면 정보처리의 자동화를 통해 한정된 인지적 자원을 새로운 정보처리에 활용할 수 있고 이러한 결과가 창의력의 발달이다. 강의식 수업은 학생으로 하여금 익숙하지 않은 개념을 익숙하게 해줌으로써 그들의 인지적 자원의 폭을 넓혀줄 수 있고 이렇게 넓혀진 폭에서 창의력이 발산될 수 있다.

강의식 수업 자체로 창의력의 향상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 예컨대 사회과 교육과정에서 다뤄지고 있는 활동 중 사회학자들의 주장을 검토하는 작업도 창의력의 증진에 기여한다. 학생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는 논리들을 머리로 따라감으로써 관습으로부터 얼마나 비틀어진 주장을 펼칠 수 있는지 경험할 수 있다. 즉 창의력이 발산된 결과물을 음미하는 것은 창의력 증진에 도움이 된다.

흔히 창의력을 기르기 위해 고전을 읽으라 한다. 고전은 창의력이 발산된 결과물이고, 그걸 접하는 걸로 창의력이 증진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인정되고 있다. 그리고 그 고전을 쓴 사람들의 생각이 사회과 교육과정에 포함된다. 고전독해가 창의력을 길러준다고 믿는다면 그 고전을 쓴 사람들의 생각이 등장하는 강의 또한 창의력을 길러줄 수 있다는 결론이 논리적으로 맞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되지 않는 데에는 무언가 다른 곳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강의식 수업이 창의력의 발달을 막는 게 아니라 교사가 학생으로 하여금 다양한 논리의 전개를 충분히 음미하도록 설명하지 못하는 게 문제이다.

교육이 청소년의 지성과 정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교육에 관한 토론은 섬세한 언어로써 전개될 필요가 있다. 이 글은 강의식 수업에 대한 비판들이 그다지 섬세해 보이지 않아서 쓴 글이다. 반론은 언제든 환영이며 이 문제를 포함해 여러 교육 문제들에 대해 열띤 토론이 일어나길 바란다.

고범경(정치외교·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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