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축제, 뭔가 다른 건 없을까
대학축제, 뭔가 다른 건 없을까
  • 전북대신문
  • 승인 2019.06.05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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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축제, 뭔가 다른 건 없을까

대학축제의 계절 5월이 가고 6월이 왔다. 그러나 아직은 6월 초이므로 축제의 여운이 다 가시기 전에 대학축제의 나아갈 길에 대해 고민해봤으면 한다.

2009년에 전주의 모 대학 축제에 처음으로 걸그룹 소녀시대가 왔을 때, 한참 인기의 절정을 달리던 소녀시대가 온다는 사실만으로 전주지역이 떠들썩했던 게 생생하다. 그것이 벌써 10년 전의 일이며, 10여 년이 지난 지금 이는 너무 당연한 일이 됐다. 얼마나 더 인기 많은 가수를 초청했는지에 따라 대학 서열이 정해질 정도라고 하니 말이다. 마찬가지로 대학의 앞날을 걱정하는 이들이 대학축제의 상업화를 논하며 자성의 목소리를 촉구하는 일 또한 벌써 10년이 넘게 되풀이되고 있다. 서울지역 대학 학생회들이 거액의 돈을 주고 아이돌 가수를 대학축제에 초청했다며 “학생들이 스스로 축제를 만들어가는 주체가 되지 못하고 연예인의 공연을 보는 ‘구경꾼’으로 전락했다”라고 쓴 한 비판의 글을 보며 공감했는데 나중에 자세히 보니 2008년에 나온 기사였다. 2019년에 쓰인 비판의 글들과 하나 다를 것이 없는데 말이다.

이렇듯 대학축제의 변질은 한두 해의 일이 아니다. 근 10년 넘는 시간 동안 대학축제는 눈에 띄게 초청가수 위주로 돌아가고, 기업 스폰에 의한 상업적 홍보의 장으로 재편됐다. 그러한 대학축제를 쉽게 바꿀 수 있을까? 대학축제는 사실 그 대학의 문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그 대학의 문화는 해당 지역사회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해당 지역사회는 당연히 그 중앙정부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그 중앙정부의 정책, 문화, 경제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답은 뻔하다. 중앙정부 또는 국가 단위의 변화가 있지 않는 한 대학축제도 변화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리멸렬한 연쇄를 끊지는 못하더라도 느슨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지는 않을까?

술을 팔지 않으면서 여러 시즌으로 분산된 다양한 축제를 즐기는 미국의 대학 축제, 1년간 갈고닦아온 동아리 활동의 결과물을 누가 보든 말든 땀 흘려가며 여러 사람 앞에 선보이는 일본의 대학 축제 분위기처럼, 우리가 목도하는 지금의 풍경이 한국만의 대학축제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일단 인정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다. 이를 긍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단지 자본의 흐름을 대학축제라고 막을 수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를 홍보의 수단으로 삼아 더 재미있는 무언가를 하는 편이 더 생산적이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가수가 오면 멍하니 구경하고 기업이 스폰하는 이벤트에 참여하고 마는 전형적인 한국의 대학축제의 풍경으로 남기보단 조금은 더 재미있는 것들을 시도하는 축제가 가능하게 되지 않을까?

사실 대동제에 연예인을 초청하자고 거의 최초로 주장한 사람은 놀랍게도 고 마광수 교수였다. 마광수 교수는 91년 4월 15일자 동아일보 칼럼(‘대학축제-철저한 ‘놀자판’이 좋다’)에서 “요즘의 대학축제는 재미가 없고 따분하다”라고 진단하고 가수들을 대학축제에 초청하는 것이 그 해결책 중 하나라고 들었다. 안타깝게도 재미없고 따분하기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매한가지인 것 같다. 철저한 놀자판이기는 한데 뭔가 재미가 없는 것이다. ‘30년 전’ 운운하다 보니 갑자기 하나의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싶다. 요즘 레트로가 유행이니 예전의 80~90년대 대동제 풍경을 재현하는 방식으로 대동제를 꾸며 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말이다. 무엇을 하더라도 지금의 대동제 풍경보다는 조금은 더 재미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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