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도둑 간장게장 하나면 수라상 부럽지 않아
밥도둑 간장게장 하나면 수라상 부럽지 않아
  • 전북대신문
  • 승인 2019.06.05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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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명인을 만나다 51 꽃게장 김철호 명인]
 

밥도둑 간장게장 하나면 수라상 부럽지 않아

 

실패 거듭하며 짜지 않고 비린내 없는 맛 찾아

본연의 맛 오래가는 비결은 감초 등 한약재 사용

시간, 비용 부담에도 무색소, 무방부제 원칙 고수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는가. 꿈을 향해 발을 딛는 것이 두려운가.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전북대신문이 다양한 분야의 멘토들을 만나봤다. 자신이 정한 길에 한 치의 의심도 품지 않고 담담히 역량을 키워나가 결국은 ‘명인’의 칭호를 얻은 사람들이 바로 그 주인공. 전북대신문에서 그들의 삶과 열정을 전하려 한다. <엮은이 밝힘>

▲짜지 않고 비린내 없는 꽃게장

통통한 게살을 눈으로 먼저 맛을 본다. 우윳빛을 띄는 게의 속살을 보다보면 저절로 수저를 들게 된다. 이제 맛을 볼 차례다. 꽃게장의 국물을 퍼 고슬고슬한 흰 쌀밥에 얹어 매콤한 청양고추를 넣는다. 꽃게의 살까지 얹어 쓱쓱 비비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꽃게장 특허 제1호 보유자인 계곡가든 꽃게장 김철호(61) 명인은 어머니의 손맛과 고향의 맛을 지키고자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그는 “밥도둑 간장게장이 있다면 수라상이 부럽지 않다”라고 자신했다.

김 명인은 “2살 때부터 간장게장을 먹어왔다”라며 꽃게장을 만든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어린 시절 어부였던 아버지 밑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꽃게를 먹으면서 자랐다. 김 명인은 어린 시절 어머니가 해주셨던 꽃게장맛을 잊을 수 없지만 어머니의 꽃게장에는 단점이 있었다.

첫 번째로 너무 짰다. 당시에는 냉장고가 없었기 때문에 짜게 하지 않으면 빨리 상했다. 미생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김 명인은 짜지 않은 꽃게장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비린내도 문제였다. 바다에서 잡히는 것이라 비린내가 많이 나 향균효과나 냄새에 신경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셋째는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라는 말처럼 색감에 신경을 썼다. 그는 칙칙한 검은빛이 아닌 우윳빛이 나는 꽃게장을 만들면 어른부터 아이들까지 친숙하게 느낄 것이라고 생각했다. 김 명인은 꽃게장을 만들 당시 짜지 않고 비린내 없는 꽃게장 개발에 전념하게 됐다. 그는 꽃게의 생태연구는 물론 동의보감, 규합총서 등 고서를 백번 이상 읽으면서 3년 동안 꽃게장을 연구해 명인만의 조리법을 만들었다.

맛있는 꽃게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질 좋은 꽃게는 필수였다. 그는 꽃게 가운데 암게만을 고집한다. 수게에는 생식소가 없어 달짝지근한 맛이 없고 짜고 쓴맛만 있기 때문에 암게로 게장을 만들었다. 또한 배딱지를 봤을 때 알을 품었던 흔적이 없고 배딱지가 약간 홍조를 띄고 단단 꽃게를 선택했다.

꽃게가 골라지면 간장과 딤파리, 멸치육수 국물에 고추씨, 생강, 마늘, 홍고추, 1년 이상 발효된 생젓국, 한약재로 발효시킨 장국을 중간 불로 달인다. 그런 뒤 흐르는 물에 급속 냉각시키고 장국을 꽃게에 붓는 작업을 3일간 세 번 반복한다. 이를 마치면 비린내가 없고 짜지도 않고 우윳빛 속살을 그대로 유지하는 꽃게장이 만들어진다.

▲동양화 전공부터 꽃게장 명인까지

 

김 명인은 처음부터 요식업에 종사했던 것은 아니다. 그림으로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에 고등학교 때부터 그림을 공부했다. 대학도 동양화 전공으로 그림에 대한 꿈을 키웠다. 그러나 현실적인 이유로 그림을 포기한 후 수협에 입사했다.

공동어장 관리 및 어민을 지도하는 등 수산업에 관련된 일을 담당했다. 그러면서 수산물에 대한 고민에 빠지게 됐다. 수산물 경매가 이뤄지면 어민들은 열심히 생선을 잡아 위판을 하지만 실제 돈을 버는 사람은 우리지역 어민이 아니라 그 수산물을 가져가는 도소매상이었기 때문이다. 주객이 전도된 것을 보고 너무 안타까웠다. 그런 모습들을 지켜보면서 수협 직원보다는 어민들이 잡아온 수산물을 가공해 부가가치화 시키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 김 명인은 “어민도 살리고, 좋은 수산물을 현지에서 가공한다는 생각으로 현재의 ‘계곡가든’을 먼저 시작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계곡가든을 오픈했을 때는 꽃게장 전문점이 아니었다. 당시 꽃게장을 반찬으로 내놨는데 손님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라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도전의 시작이었다.

▲한약재가 들어간 꽃게장

김 명인의 꽃게장에는 특별한 비법이 있다. 바로 당귀와 정향, 감초 등 한약재이다. 학창시절 동양화를 그리면서 작품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송진가루가 필수적이라는 경험에서 제조 비법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자연재료는 방부효과를 가지고 있었지만 자연 숙성한 양조간장은 그렇지 않았다. 이에 자연재료를 간장에 희석해야하는 과정에서 한약재를 넣는 시도를 한 것이다.

실패를 거듭한 끝에 당귀가 방부효과를 낸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간장을 끓일 때 당귀를 사용했다. 향균효과를 내기 위해서 전통적인 방법으로 마늘을 많이 썼다. 효과는 매우 뛰어났다. 비린내를 잡는 데는 정향을 사용했고 그 후 적정량의 감초를 넣었다. 그는 “한약재료가 포함된 간장이 계곡가든 꽃게장의 비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방부제를 사용했으면 고민이 훨씬 빨리 해결됐겠지만 전통의 맛을 지키고자 무색소와 무방부제 원칙을 고수했다”라고 전했다.

▲“단 하루도 휴일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는 “가게를 비울 수 없어 개업 이후 하루도 쉰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가게를 지키며 손님들에게 게장을 하나라도 더 대접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노력으로 가꾼 ‘계곡가든’에는 유명 인사를 비롯해 수많은 손님들이 명인의 꽃게장을 맛보기 위해 찾아온다. 그는 학생들에게 성실성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꾸준히 성실함을 가지고 무엇이든 하다보면 언젠간 노력의 보상이 찾아온다는 것이었다. 또한 차별화도 중요한 요소라고 전했다. 김 명인은 “무형이든 유형이든 많은 사람들로부터 주목 받을만한 가치를 찾으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최기웅 기자 roal12340@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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