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탐방기] ㉖조르주 쇠라, '아니에르에서의 물놀이', 1884, 런던 내셔널 갤러리
[명화탐방기] ㉖조르주 쇠라, '아니에르에서의 물놀이', 1884, 런던 내셔널 갤러리
  • 전북대신문
  • 승인 2019.09.0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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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탐방기

㉖조르주 쇠라, '아니에르에서의 물놀이', 1884, 런던 내셔널 갤러리

 

19세기 파리의 여유로운 삶과 인상주의의 빛과 색

조르주 쇠라(Georges Seurat, 1859-1891)는 인상주의 화가였지만 색채 표현에 있어서 인상주의의 우연적 감각과 서정성에서 벗어나서 과학적인 방법으로 색채의 지각에 관한 문제를 연구했다. 1800년대 중후반 이후 파리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던 인상주의자들은 이전 화가들과 달리 사실적인 표현과 역사적인 주제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파리에서 살고 있는 중산층의 일상을 그렸고, 특히 야외에서 여가를 즐기는 도시인들의 주제는 화가들에게 밝고 반짝이는 색을 사용하게 했다. 그 결과 인상주의 그림은 당시 ‘파리 중상층의 휴식의 순간’이자 부르주아의 세속적인 삶으로, 여유와 낭만이 풍부한 생동감 넘치는 색채의 향연으로 묘사됐다.

그러나 ‘순간’의 기록을 담은 인상주의 그림은 점차 불안한 감각과 불성실하게 보이는 미완성의 화면이 가속화되면서 인상주의 화가들 스스로가 자가당착적인 위기에 직면했다. 마침 쇠라는 1886년 개최된 인상주의 전시회에 참가하면서 유명한 <그랑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를 통해 새로운 점묘화법을 보여줬다. 당시 인상주의자들은 새로운 실험과 모색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였고, 쇠라는 인상주의에 반대하기 위해 점묘법을 시도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혁신하려고 했다. 쇠라의 점묘화법은 인상주의의 서정성에서 탈피해 과학적인 방법으로 색채의 지각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한 시도였다. 그러나 쇠라의 그림을 본 몇몇 인상주의 화가들이 작품의 혁신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 모임에서 탈퇴하면서 쇠라의 점묘법은 인상주의가 해체되는 원인을 제공하게 됐다.

쇠라의 <아니에르에서의 물놀이>는 그가 1886년 개최된 마지막 인상주의 전시회에 참가했던 <그랑자드 섬의 일요일 오후>에서 보여주게 되는 기념비적인 양식의 첫 번째 실험작이다. 쇠라는 선의 방향과 색채의 구성, 그리고 인간의 감정 사이에 작용하는 정확한 관계를 밝히려 했던 윔베르 드 쉬페르빌의 이론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는 색채의 효과, 구성의 균형미 등에 상당히 과학적인 주의를 기울이면서, 형태에 있어서 사실적이면서도 분석적인 연구를 계속했다. 이 작품은 점묘법을 도입한 초기작으로서 <그랑자트섬의 일요일 오후>처럼 작품 전체에 걸쳐 점묘법을 시도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후 완벽한 점묘화로 나아가는 작가의 변화 과정을 담고 있음으로서 작가와 작품에 대한 중요한 연구 사료로 평가된다.

32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한 조르주 쇠라는 인상주의에서 시작해 점차 근대적인 표현 양식을 향해 나아갔던 신인상주의자로서 분류되며, 일찍이 생을 마감함으로서 그의 작품 세계는 완전한 추상으로까지 발전하지는 못했다.

김미선|예대 강의전담교수‧서양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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