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소소한 순간, 셀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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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대신문
  • 승인 2019.09.26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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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탐방기

㉘장 오노레 프라고나르, <연애편지>, 1770년경,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연애의 소소한 순간, 셀렘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Jean-Honoré Fragonard, 1732-1806)는 부셰, 와토 등과 함께 18세기 프랑스 로코코미술을 대표하는 위대한 화가다. 그는 처음 프랑스와 부셰의 제자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그림을 배웠으며, 이후 스승 부셰를 비롯한 와토의 영향을 받아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우아한(gallant)’ 양식을 완성했다.

초기 개인 귀족의 후원을 받던 프라고나르는 프랑스 왕실의 눈에 띄어 루브르 궁에 작업실을 제공 받고 아카데미 회원으로 활동하게 되면서 이름을 날리게 된다. 그러나 프라고나르는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기 몇 년 전부터 왕실에서 활동하면서 혁명의 물결과 함께 환영받지 못하고 점차 잊혀져 갔으나, 시간이 흘러 루브르 박물관에서의 역사적 연구가 시작되면서 사후에 다시 주목받았다.

550점이 넘는 회화와 수천 점의 소묘를 남긴 프라고나르는 그림을 통해 어린 시절과 가족의 생활 그리고 자연과 사랑을 예찬했다. 그는 역사화를 그리기도 했으나, 주로 아이들이나 여인네, 특히 ‘사랑의 테마를 다룬 연인들’을 소재로 한 풍속화를 많이 남겼고, 이후 풍속 화가라는 명칭을 얻었다.

이 작품 역시 그가 즐겨 그렸던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 즉 연애 과정 속에서 느끼는 소소한 감정을 다루고 있다. 작품 속 이 소녀는 프랑수아 부셰의 딸인 마리 에밀로 추정되는데, 방 한구석에서 꽃다발 속에 들어있던 편지를 꺼내 읽다가 발각돼 놀란 모습으로 화가에게 포착됐다. 수줍은 듯, 그녀는 눈을 깜빡이며 미소를 짓고 있으며 뺨은 가볍게 붉어졌다. 분명 이 편지를 보낸 연인이 사랑에 빠진 이 소녀를 설레게 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또한 화가는 화면에서 그녀가 이미 그의 사랑의 포로가 됐음을 사랑스러운 충견을 통해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전체적인 화면의 색조 또한 은은하고 부드러운 빛과 함께 두근거리는 사랑의 기운이 온통 감싸고 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온 햇빛은 온 방을 빛으로 진동하게 하면서 소녀의 얼굴 형태를 부각시키고 그녀의 얼굴 또한 분홍빛으로 한껏 물들이게 하고 있다. 소녀가 입고 있는 파란색 드레스는 반짝거리는 반사광으로 형태를 더욱 또렷하게 잡아주면서 흐릿하고 재빠른 붓질로 칠해져 경쾌하고 발랄하게 화면의 유쾌함을 가중시킨다. 이렇듯 이 그림의 매력은 우아하게 표현된 자연스러움과 화면 가득 넘쳐나는 즉흥성에 있다. 이는 로코코 미술의 특징으로 이전 전통적인 미술에서 고전적인 테마나 역사적인 엄격함에서 벗어나 연애와 같은 소소한 이야기를 다룰 때 발랄하고 즉흥적인 형식의 훌륭한 기법이 됐다.

김미선|예대 강의전담교수‧서양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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