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집결지 선미촌, 시민의 주도로 재생되다
성매매집결지 선미촌, 시민의 주도로 재생되다
  • 전북대신문
  • 승인 2019.09.26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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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전북을 묻다 ③선미촌 재생사업]

성매매집결지 선미촌, 시민의 주도로 재생되다

 

조선희(전주시사회혁신센터장)

2019년 9월 19일, 햇살이 너무도 뜨거운 날, 전국에서 반성매매 활동가들이 군산에 모였다. 2008년부터 이어져 온 민들레순례단이다. 무엇을 기억하고 기록하고 실천하기 위해 해마다 군산을 찾는 것일까? 그들은 2000년 9월 19일 군산시 대명동에서 화재참사로 죽어간 4명의 여성, 그리고 2002년 1월 군산시 개복동 화재참사로 죽어간 13명의 여성

 

을 기억하면서 성착취 구조, 성매매 카르텔에 대해 저항하고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해마다 잊지 않고 군산 그 골목을 찾는다.

▲성매매방지법 제정 이후에도 집결지는 불야성

대명동, 개복동 화재 참사를 계기로 2004년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됐다. 성매매방지법은 당연한 남성문화, 접대문화로 여겼던 성매매에 대한 인식을 깨고 이것이 범죄행위임을 알리고자 한다. 여성 인권을 침해하고 차별하기에 성구매 남성은 처벌해야 하고 피해여성은 구조와 보호, 자활을 지원하는 법적 내용을 담았다. 방지법 제정 이후 성매매 집결지는 문을 닫았다.

그러나 성매매방지법 제정 1년 후부터 집결지 유리방이 다시 열리기 시작하더니 법제정 이전 모습이 재현됐다.

전주시 완산구 서노송동 성매매 집결지 선미촌도 성구매자들이 찾기 시작하고 밤이면 유리방 형태 업소가 영업을 하기 시작했다. 성매매를 처벌한다는 법이 무색하게 성매매 업소가 활발하게 영업을 하는 것에 대해 행정은 대책없음으로 일관하고 의회와 지역사회는 무관심했다.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정책제안, 캠페인, 토론회 등 다양한 실천을 모색하고 제안했지만, 행정과 의회는 그때마다 다른 답을 내놓을 뿐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채 방관했다.

 

▲성매매집결지 폐쇄를 위한 새로운 접근 필요성 제기

집결지 폐쇄를 위한 새로운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와 전주지속가능협의회를 중심으로 반성매매와 선미촌 폐쇄에 동의하는 활동가, 도시공학 전문가, 시의회 의원, 노송동 주민, 고등학교 관계자, 경찰서, 그리고 행정(전주시) 등이 머리를 맞대면서 해법을 논의한 결과 2014년 1월 선미촌정비민관협의회가 발족하게 됐다.

1950년대 현재 전주시청 자리에 있던 전주역 뒤 약 2만 2760㎡ 규모의 집결지가 형성됐던 선미촌은 성매매방지법 이전까지 100여 개 업소가 왕성하게 영업을 했다. 방지법 제정 이후 잠시 문을 닫았던 업소는 2014년경 60여 개 업소에 150여 명의 여성이 있었을 만큼 성행했다. 발족 당시 노송동 주민 한 분은 선미촌이 폐쇄돼야 하는 이유에 대해 “자녀를 결혼시킬 때 노송동에 산다는 말을 못했다. 자녀들이 수치심에 친구들을 집을 데려오지 않았다”고 선미촌 인근 주민으로서 생활 불편과 고통을 말했다. 여성인권 활동가는 “유리문을 경계로 너무나 다른 일상이 거듭되는 것을 중단하고 서로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미촌정비민관협의회 발족과 새로운 상상

민관협의회가 처음 추진한 공동작업은 선미촌에 대한 새로운 ‘상상 워크샾’ 이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낙인이 있는 장소에서 향후 ‘시민성’과 ‘인권’을 회복하는 공간으로 전환할 때 새로운 선미촌 지도를 그려보는 것이었다. 낮에 걸을 수 있는 거리, 생태공원, 여성인권역사관, 가족이 함께 올 수 있는 장소 등 아이디어들이 쏟아졌다.

전주시와 선미촌민관협의회는 연구용역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민간업체를 통한 전면적 기능전환보다는 전주시가 건물을 부분 매입해 점진적으로 기능 전환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선미촌을 ‘여성인권과 예술의 공간’으로 바꿔나가기로 했다. 첫 번째 할 일은 거점공간 확보를 위한 건물매입이었다. 업소들의 반발과 협박이 컸다. 성매매 여성들은 전국업소협의체인 한터 중심으로 방패막이 삼아 시위를 벌이고 전주시와 민관협의회를 위협하는 막말과 행동이 지속됐다. 두 번째 진행한 일은 행정업무를 현장에서 진행하기 위해 ‘현장 시청’이 선미촌 내로 들어온 것이다. 선미촌에 현장시청이 문을 연 것은 전주시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었고 그 효과는 매우 컸다. 문을 닫는 업소들이 늘어나고 건물매입과 영업에 대한 움직임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전주시는 5개의 공간을 매입한 후 업소였던 공간을 새로운 기능으로 탈바꿈해가고 있다. 1호점인 첫 번째 매입공간은 기억공간인 시티가든으로, 그 이후 매입한 공간은 복합문화공간, 새활용센터, 물결서사(서점), 소통협력공간 성평등플랫폼으로 변신 진행형이다. 기억의 공간 시티가든에는 업소방이었던 건물이 무너진 채 보존돼 있다. 선미촌 걷기 프로젝트 중 그 건물을 마주한 시민들은 좁은 업소 공간을 대하는 순간 성매매 현실과 직면하는 시간이 됐다고 했다.

 

▲여성인권과 예술의 공간을 위한 시즌2 준비

선미촌정비민관협의회는 시즌2를 준비하고 있다. 시즌1에서 행정과 민관협의회가 ‘여성인권과 예술의 공간’을 위해 거점이 될 건물을 매입하고 성매매업소 폐쇄를 주도해 갔다. 이제 시즌2에서는 문화예술의 역할 강화를 통해 여성인권이 회복되는 시민 공간으로 되돌려지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예술가와 시민 참여를 확대하면서 다각도의 노력을 해나갈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잔존해 있는 업소는 2020년까지 완전 폐쇄되길 희망한다.

성매매 집결지인 ‘선미촌’ 폐쇄는 민간이 주도한 ‘민관 거버넌스’ 혁신적 모범사례로 꼽힌다. 2014년 ‘선미촌 상상 워크숍’으로 시작된 ‘선미촌 걷기’ 프로젝트는 전주시민과 전국의 도시재생 관련한 행정과 학생, 전문가들, 여성인권 관련한 학자와 활동가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참여했다. 사람들은 선미촌을 걸으며 집결지에 대한 시선과 역사, 경험, 인식을 공유하면서 여성인권문제와 도시를 연결하고 성매매없는 세상을 이야기한다.

전주사회혁신센터 성평등플랫폼으로 리모델링되고 있는 거점공간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과거 성매매업소였던 건물이 성평등활동 공간으로 재탄생돼 전주지역 성평등 활동 확산의 거점 역할을 하게 됐다. 이 공간에는 선미촌 역사 아카이브 전시관이 곧 선보일 예정이다. 선미촌의 역사와 경험, 다양한 시민들의 이야기가 전시되고 성평등을 주제로 한 다양한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다.

“ 나는 여기가 공원이나 생겼으면 좋겠어.

지금은 손님을 기다리며 앉아있는 의자이지만

그때에는 친구와 산책하다 걷다 잠시쉬는 의자면 좋겠어”

- 선미촌 인권공간 글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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