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학번 동기, 조국
‘82학번 동기, 조국
  • 전북대신문
  • 승인 2019.10.02 13:11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82학번 동기, 조국

 

조국의 법무부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두 달 동안 지겹도록 언론지면을 장식했다. 일개 법무부 장관임명을 두고 온 나라가 들썩이는 바람에 북미대화, 한일무역 갈등, 이명박과 박근혜 그리고 이재용이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야당의원이 후보자 선친묘소 사진을 공개하고, 딸의 생활기록부와 아들의 개인 경력까지 폭로한 것은 그야말로 최소한의 윤리마저 저버린 ‘조국대전’이라고 하겠다.

조국에 대한 비판이 있을 수 있다. 이명박, 박근혜의 국정농단 행위가 우리사회의 보수가 ‘가짜보수’임을 드러낸 반면, 정의와 양심을 외치던 조국이라는 ‘강남좌파’ 역시 ‘가짜 진보’임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이에 젊은이들은 보수와 진보 가릴 것 없이 우리사회의 공정을 가장한 불공정과 위선에 분노하였다. 다른 한편으로 ‘조국대전’은 한국사회의 이념적 양극화 현상을 의미한다. 문재인 촛불정부가 기득권 세력인 야당, 검찰과 언론 그리고 재벌들의 적폐를 척결하면서, 이들이 반발한 것이다. 따라서 조국대전은 단순히 장관후보자 임명을 둘러싼 문제가 아니라 문재인 정권의 사활을 건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기득권의 반발이 예상되는 조국을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하여 이념의 양극화를 부추긴 것은 대통령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언론학자로서 ‘조국대전’에 대한 보도는 한국 언론의 ‘민낯’을 보여준 것 같아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를 사실 확인과 자체 검증과정도 없이 그대로 보도하여 오보와 가짜뉴스가 난무하였다. 상대방의 인격이 무시되건 말건, 보도사실이 아니면 말고 식의 보도는 언론사의 전문직주의 윤리가 있다는 믿음을 여지없이 허물고 말았다.

조국 장관과는 ‘82학번 동기’이지만, 건물이 떨어져 있어서 대학시절에 만날 일이 없었으며 개인적인 안면도 없다. 하지만 같은 부산의 대신동 출신으로 롯데 자이언츠의 광팬이었고, 부마항쟁, 10. 26과 광주항쟁 그리고 박종철 열사 사건을 경험한 터라 정서적으로 동질감을 느낀다. 잘생긴 외모와 뛰어난 연구업적 그리고 유복한 가정환경이 부럽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또한 청와대나 법무부 장관으로 갈 때에 후학들을 위하여 서울대 교수직을 사표내고 갔으면 모양이 훨씬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처럼 조국 장관에 대해 특별한 감정은 없지만, 과거 386세대로서 권력과 돈에 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믿음은 있다. 물론 82 동기 가운데 원희룡이나 나경원 같이 고시 출세파가 없지는 않지만, 전두환 군사정권 밑에서 많은 동기들이 죽거나 구속됐고, 용기 있는 행동을 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 많은 자책을 했다. 이들에 대한 미안함은 도피처로 대학원 진학을 선택하게 됐고, 세월이 흘러 대학교수가 된 사람들이 많다. 독재에 대해 과감하게 저항하지는 못했지만, 고인이 된 동기들에 대한 빚을 지고 있다는 마음만은 변함이 없다. 필자의 착각인지는 모르지만, 조국 장관 또한 마찬가지라고 믿고 싶다. 사법부의 판결이 내려지기 전에 검찰과 언론 그리고 많은 국민들이 ‘마녀사냥’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용준 교수 (사회대‧신문방송)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교수님 멋져요 2019-10-11 22:20:01
교수님 멋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