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이라는 양날의 검
익명이라는 양날의 검
  • 전북대신문
  • 승인 2019.10.02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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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이라는 양날의 검

‘익명’이란 ‘이름을 숨기거나 숨긴 이름 대신 쓰는 이름’이라는 뜻으로 어떠한 일을 할 때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지 않거나 숨기는 행위를 말한다. 익명은 사회, 인터넷 등의 다양한 영역에서 대중이 지닌 가장 큰 무기이자 하나의 여론 수렴 장치, 의견 제시 도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익명이 지닌 ‘익명성’은 우리 사회 기저에 깔려 있는 부조리한 사항, 비윤리적 행태 등에 대한 내부고발, 공론화를 가능케 한다. 만약 대중의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환경에서 공론화를 일으킨 대상은 단체·집단의 권력자로부터의 압력 등으로 인해 마땅한 보호를 받을 수 없다. 때문에 대중은 이를 통해 사회의 이면에 자리 잡은 부조리, 비윤리적 사항들에 대한 개선을 시도할 수 있다.

그러나 익명은 대중을 불합리한 사항으로부터 무조건적으로 지켜주는 방패나 무기가 될 순 없다. 공론화한 사항이 사실이 아닐 경우에 익명은 공론화 대상자에게 크나큰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론화 대상자의 해명은 대중들에게 잊어지고 오직 ‘공론화됐다’라는 이 자체에만 집중하게 돼 사실 확인이 어려울 수 있다.

이러한 사례는 우리가 흔하게 사용하고 있는 각종 SNS, 익명 커뮤니티 등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학교 익명 커뮤니티에선 최근 성차별, 지역감정 조장, 근거가 불확실한 학생대표자 또는 동아리 단체 등의 의문 제기에 관한 글이 계속해서 게시되고 있다. 학생 대표자, 동아리, 학생회 등이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더불어 이들을 비판하는 글들은 소수의 건설적인 비판을 제외하곤 대부분 흑백논리 방식의 비난이나 조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물론 그들의 직책이 갖고 있는 ‘책임성’을 살펴봤을 때 그들이 비판받아야 할 일들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이를 드러내 개선까지 이뤄지게 해야 한다. 그러나 속칭 ‘카더라’식의 확실하지 않은 의문 제기 및 공론화는 익명의 역효과를 내게 된다. 구성원 간의 소통을 통해 개선을 이끌어내는 것이 아닌 감정적인 소모전으로 변질될 수 있다. 효과적으로 이용했을 때는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비판적 도구로 사용할 수 있겠으나, 언급한 일들이 허위로 판명될 경우, 공론화 대상자에게 ‘보이지 않는 칼’이 돼 상처만 남기게 된다.

익명은 자신 또는 타인 등 공익을 위해 사회의 불합리적, 비윤리적 사항들을 개선하는 정의의 수단이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누군가에게 상처를 남기는 ‘양날의 검’ 또한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김경민(정치외교·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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