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함과 소박함 품은 남원의 밤
고즈넉함과 소박함 품은 남원의 밤
  • 전북대신문
  • 승인 2019.10.02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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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이들을 위한 전북기행 ④남원 야경 여행]

고즈넉함과 소박함 품은 남원의 밤

 

한번 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우리, 하지만 자가용이 없는 ‘뚜벅이’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고민을 위해 전북대신문이 직접 걸어서 전북의 곳곳을 다녀왔다. 그 현장을 전한다. <엮은이 밝힘>

▲걷기 전 배를 든든히, 월매야시장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이리 오너라 업고놀자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사랑이로구나 내사랑이야 <중략>

고장으로 유명한 남원이 야경의 명소로 뜨고 있다. 오후 5시, 남원의 밤을 보기위해 평소보다 여유롭게 출발한 기자, 잠을 푹 자고 여행을 떠나니 한결 가벼운 발걸음이었다. 그렇게 도착한 전주역, 남원역까진 무궁화 호로 불과 3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요금도 3500원으로 부담 없이 기차를 이용할 수 있다. 가까운 거리라곤 하나 기차를 타니 어딘가 멀리 떠나는 기분이 들어 매우 들떴다.

남원역에 도착하니 5시 반, 곧 저녁식사를 할 시간이여서 그런지 슬슬 배가 고파왔다. 광한루원 근처에서 식사를 하기로 마음먹은 기자는 ‘남원역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7개 정류장을 이동해 ‘제일은행 앞 정류장’에서 하차했다. 101번, 102번, 113번 등 20개가 넘는 버스가 이 경로로 다니니 배차시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광한루원 부근에 도착해 적당한 식당을 찾으러 돌아다니던 차, 야시장이 열린다는 표지판을 발견했다. 이름하여 ‘월매야시장’, 춘향의 어머니인 월매의 이름을 따서 만든 야시장이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6시부터 오후 10까지 반짝 운영하는 이곳은 춘향골공설시장의 일부 구획에서 진행된다. 야시장으로 들어서자 닭꼬치, 쌀국수, 호떡 등을 파는 포장마차가 즐비했다. 이것이 다가 아니었다. 이윽고 북이 죽 늘어서더니 난타공연이 시작됐다. 박력있는 난타공연에 기자는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공연에 빠져들었다. 이렇게 월매야시장은 먹거리 이외에 문화공연도 만날 수 있으니 먹거리와 공연,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은 관광객에겐 적극 추천한다.

▲광한루원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야시장에서 배를 채운 뒤 본격적으로 야경을 감상하러 광한루원으로 출발했다. 광한루원은 야시장에서 걸어서 12분 거리로 야시장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이곳은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하며 입장료는 어른 3000원, 청소년과 군인 2000원이다.

광한루원은 1419년 황희가 남원에 유배됐을 당시 지은 ‘광통루’라는 누각을 지은 것이 시초였다. 1444년 정인지가 이를 ‘광한루’로 이름을 바꾸고, 1461년 송강 정철의 명령으로 남원의 관아였던 장의국이 커다란 연못을 파고 견우직녀 설화가 담긴 오작교를, 각각 지리산, 금강산, 한라산을 상징하는 작은 섬 3개를 만들었다. 이후 1626년 임진왜란에 손실된 건축물들을 보수해 오늘날까지 이르렀다.

광한루원에 들어서자 가로등 수가 적어져 한층 어둑해졌다. 마치 미술관 전시실에 들어온 듯 했다. 큰 길을 따라 조금 걷자 정면에 한 누각이 나타났다. 처음엔 광한루인가 했지만 가까이 가 보니 ‘완월정’라는 자그마한 정자였다. 완월정은 달을 즐기는 정자라는 뜻으로 1970년대에 지어진 정자다. 이는 돌출된 앞부분의 기둥이 연못에 세워져 수중 누각이라고도 불린다. 완월정의 진가는 연못을 앞에 두고 봤을 때 드러난다. 수면에 건물이 반사돼 아름다운 광경을 자아냈다. 또한 보물로 지정돼 매번 올라갈 수 없는 광한루와 달리 완월정은 언제나 올라갈 수 있다. 완월정 위에서 내려다 본 광한루원은 또 다른 공간에 온 듯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한참을 풍경에 빠져있다 광한루로 향했다.

완월정과 광한루 사이에도 볼거리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오작교, 견우와 직녀를 이어줬다는 까마귀 다리 이름을 따와 만든 다리다. 옛 사람들은 광한루원을 신성한 달에 있는 궁전이라고 생각하고 연못을 은하수, 연못 한가운데에 있는 세 섬을 전설의 삼신산으로 여겼다. 이에 오작교는 까마귀 다리와 같이, 은하수를 건너는 다리였기에 같은 이름을 가지게 된 것이다. 오작교는 구조적으로도 아름다움을 뽐냈다. 특히 다리에 있는 네 개의 구멍이 수면에 비쳐 원을 만들었는데 이는 안정감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보여줬다. 또한 소박하게 만들어진 오작교는 주위 환경에 잘 어우러졌는데 그 풍경이 마치 고즈넉한 동양화를 보는 듯 했다.

이윽고 오작교를 지나 광한루에 도착했다. 아니나 다를까 늦은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광한루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광한루는 완월정보다 한수 위의 수려함을 뽐냈는데 하동부원군 정인지도 이 수려함에 반해 ‘호남 제일의 경치로 달나라에 있는 궁전이 바로 이곳이 아닌가’라고 감탄하며 이름을 광통루에서 광한청허부로 바꾸고 광한루라고 불렀다고 한다. 여기서 광한청허부는 옥황상제가 사는 궁전을 뜻한다. 광한루는 보물 281호로 지정돼 있으며 밀양의 영남루, 진주의 촉석루, 평양의 부벽루와 함께 우리나라 4대 누각에 들어있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아름다움을 찬양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광한루는 몽룡이 그네를 타는 춘향을 발견한 장소로도 유명한데, 몽룡이 광한루에 있었던 것도 방자가 광한루를 몽룡에게 남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소개해줬기 때문이다. 즉 그 아름다움 덕에 춘향전의 이야기가 시작된 것이다.

광한루의 겉모습도 빼어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이야기를 알 수 있다. 최초로 건립된 광한루는 정유재란 때 모두 불탔다. 현재 존재하는 광한루는 1626년에 재건한 것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누각이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서서히 한 쪽으로 기울어갔다. 그 이유로 1870년에 안정적으로 누각을 받치고자 광한루 뒤쪽에 계단을 설치하고 그 위로 기둥과 지붕을 올렸는데 이를 월랑이라고 부른다. 이 기둥과 지붕이 본래의 누각을 받쳐 더욱 견고히 했다. 또한 월랑의 처마를 자세히 보면 토끼와 거북이, 코끼리가 조각돼 있는데, 안내원의 말에 따르면 토끼는 옥황상제의 궁궐이 있는 달나라를 상징하고 거북이는 용궁을 상징한고 한다, 마지막으로 코끼리는 힘이 쎈 동물이며 부처가 타는 상서로운 동물이기에 코끼리의 힘을 빌려 누각을 튼튼히 하려는 뜻이 담겨 있다.

▲남원의 별을 세다, 남원항공우주천문대

 

유명한 것은 광한루원 만이 아니다. 이곳에는 천문대가 있는데 맑은 날이면 아름다운 별을 관측할 수 있다. 천문대는 공휴일과 그 다음날, 월요일엔 휴무이며, 운영시간은 하절기는 오전10시부터 오후10시, 동절기는 오후9시까지 운영한다. 입장료는 어른 4000원, 청소년과 어린이는 2000원 이며 별 관측은 따로 예약이 필요하지 않다. 기자는 별을 관측할 생각에 한껏 설레며 천문대로 떠났다. 광한루에서 천문대까지의 길은 수월하지 않았다. 광한루원 근처 ‘추어삼거리 정류장’에서 ‘노암동 주민센터 정류장’까지 1정거장을 간 뒤 약 23분 정도 걸어야 천문대로 갈 수 있었다. 가는 길이 오르막길이기 때문에 이곳에 가려거든 마음을 다잡고 가야할 것이다. 그렇게 오르막길을 올라 힘들게 도착한 남원항공우주천문대, 천문대답게 망원경을 보호하는 큰 돔 지붕이 있었다. 하지만 생각 외로 아담한 크기의 천문대였다. 이곳에선 천체관측뿐만 아니라 가상으로 별을 볼 수 있는 천체투영실, 비행기 조종을 체험해 볼 수 있는 항공 체험실, 이외에 과학 체험실 등 다양한 체험 활동들이 준비돼 있다. 하지만 그날 기자의 운이 좋지 않았는지 구름의 양이 많아 아쉽게도 별은 보지 못했다. 땀 흘려 온 보람이 헛됐지만 천문대 직원이 남원의 야경을 구경할 수 있는 전망대를 소개해줘 별을 보지 못한 공허함을 채울 기회가 생겼다.

▲남원의 야경을 한눈에 담다, 남원 전망대

야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소개를 들은 기자는 다시 힘을 내 길을 떠났다. 이곳 또한 마땅치 않은 대중교통이 없어 하는 수없이 걸어가야 했다. 내리막이 있어 한결 시원한 걸음이었다. 하지만 춘향문화예술회관을 지나 10분 정도 걷자 또다시 오르막길이 나타났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천문대보다는 짧은 오르막이었던 것, 하지만 곧 기자의 다리는 한계를 맞이했다. 천만다행히도 전망대에는 카페가 자리 잡고 있어 이곳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그렇게 카페에서의 휴식만을 생각하며 전망대에 올라섰다. 그 때 탁 트인 하늘과 그 아래로 펼쳐진 남원 시내가 보였다. 카페에 들어서 커피를 들고 2층으로 올라가니 실내에서도 야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서울만큼 대낮 같은 야경은 아니었지만 잔잔한 도시의 불빛이 별을 보지 못한 기자의 마음을 달래주었다. 그렇게 향긋한 커피 향과 함께 남원 야경여행이 마무리됐다. 별을 보지 못해 아쉬운 하루였지만, 아름다운 남원 밤의 풍경이 뇌리에 확실하게 남은 여행이었다.

장경식 기자 guri53942@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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