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마을 임대료 5배 급등…기존 영세상인 경제적 부담
한옥마을 임대료 5배 급등…기존 영세상인 경제적 부담
  • 전북대신문
  • 승인 2019.10.02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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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속 젠트리피케이션을 파헤치다]

한옥마을 임대료 5배 급등…기존 영세상인 경제적 부담

 

기업형 자본 유입…한옥마을의 특색 사라져 관광객 감소

적정 임대료 유지 위한 사회적 부동산 지정, 큰 효과 없어

“상생협약 지속 및 임차인 보호 위해 법적 제재 강화해야”

한옥마을은 한 해 100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전주의 빼놓을 수 없는 여행코스다. 한옥마을 거리에 가면 한복을 입은 관광객들이 다양한 먹거리를 즐기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먹거리 상점뿐만 아니라 한복 대여점, 숙박업소 등 관광객들을 위한 시설들이 한옥마을 거리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전통 한옥마을과 어울리는 전통 찻집과 전통 공예 공방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본래 전주 한옥마을은 한옥이 모여 있는 거주지와 역사문화 유적 및 다양한 전통 공예 공방 등 관광 요소가 공존하는 지역이었다. 하지만 1999년 한옥마을 관광 활성화를 위해 ‘전통문화특구 기본 및 사업계획’ 시행 후 다양한 체험시설이 늘어나는 등 크고 작은 변화를 거치면서 점차 전통 공예 공방들이 사라지고 한복 대여소나 먹거리 가게 등의 상업시설로 대체됐다. 이로 인해 지가 상승에 의한 투기 세력이 형성돼 임대료가 급등했다. 한옥마을은 원주민과 기존 영세 상인들이 임대료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내몰리고 있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을 겪고 있다. 한옥마을 부근에 있는 ‘관통로 공인중개사’는 “한옥마을은 기존 임대료보다 50%에서 200%까지 올랐다”며 ”최근 3~4년 사이 급등한 임대료 때문에 가게를 내놓고 나간 상인들도 많다”고 말했다.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비롯된 한옥마을 내의 비싼 물가는 관광객 급감으로 이어졌다. 한옥마을의 지나친 상업화로 개성을 상실한 것 역시 관광객 감소의 원인이 되고 있다. ‘국제 슬로시티'로 지정된 2010년 전주 한옥마을 일대의 상업시설은 총 100여 곳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은 400개를 넘나들 정도로 상업화가 극심해진 것은 물론, 프랜차이즈 등 기업형 자본이 유입되면서 한옥마을 의미마저 퇴색되고 있다. 화성시에서 온 관광객 ㄱ 씨는 “전주 한옥마을은 전통한옥이라 할 수는 없다”며 실망감을 보였다. 실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지난해 전주 한옥마을 관광객 수를 집계한 결과 1050만여 명이 한옥마을을 찾았다고 밝혀졌다. 이는 2017년 1110만여 명에 비해 60만여 명이 감소한 지표다. 한옥마을에서 60년간 음식점을 한 김종훈(전주시·36) 씨는 “관광객 감소로 매출이 하락하고 있는 것이 한옥마을의 큰 문제”라고 전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전주 한옥마을뿐만 아니라 전주 객사 부근, 일명 ‘객리단길’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객리단길은 오래전부터 재개발사업지 대상구역이었지만 주민들의 건의로 재개발 구역이 풀리게 돼 값싼 임대료에 청년 창업가들이 모여들어 상권이 형성됐다. 그러나 최근 3년 사이에 상권이 활발해지면서 임대료가 폭등하게 됐다. 객리단길에서 55년 동안 마트를 운영한 이대현(전주시·41) 씨는 “어느 가게는 한 달에 20만원에서 100만원 까지 올랐다”며 “기존에 있던 상인 95% 이상은 임대료 상승을 이기지 못하고 쫓겨나듯 떠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씨는 “대부분 부동산 측에서 임대료 상승을 부추기는 것”이라며 적정 임대료가 유지 될 수 있도록 부동산이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대료 폭등을 해결하기 위해 이번 해 전주시는 1660여 개의 중개사무소 중 운영 기간이 3년 이상인 업소를 대상으로 검증을 거쳐 50곳의 사회적부동산을 지정했다. 사회적 부동산은 지역상권 회복, 지역발전 등 공익에 기여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부동산을 의미한다. 이에 사회적 부동산으로 지정된 관통로 공인중개사는 “사회적 부동산으로 지정된 후 임차인과 임대인간 공생을 가능하게 하는 방향으로 가게를 운영하게 됐다”고 전했다. 또한 지난 6월 전주시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한 임대인, 임차인, 전주시 3자 간 상생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상가임대차보호법을 준수해 적정 임대료를 유지하고 지역상권을 보호할 예정이다. 또한 전주시는 한옥마을의 정체성을 보존하기 위한 정책도 펴고 있다. 지난 2003년에 한옥마을의 취지와 맞지 않는 건물의 용도와 높이, 색채 등이 입점할 수 없도록 규제하기 위해 ‘지구단위 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임대료 상승의 근본적인 원인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객리단길 상인들은 “그 전과 달라진 게 전혀 없다”며 “서로 양보하지 않는다면 3년 전과 똑같이 상권이 붕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부동산 측은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사회이기에 각자의 이익만 추구하다 보니 해결되지 않는다”며 임차인과 임대인 간 상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김민해 전주시청 사회적경제지원단 공동체육성과 주무관은 “임대차보호법에 관련해 임대료 상승을 규제하는 것이 전주시의 역할”이라며 임대료 상승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현재 5곳뿐인 상생협약 체결을 늘릴 것이며 임대차인 관련 주민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국회예산정책처 처장을 지낸 국경복(상대·경제학과) 교수는 이외에도 전주시의 자체적인 예산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이 많다고 했다. 국 교수는 전주시 차원에서 예술가나 소상공인에게 부동산을 저렴하게 임대 혹은 저금리로 융자해주거나 소상공인 협동조합을 만들어 부동산을 공동구입 또는 장기 임차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정부는 상가임대차법에 적용되는 보호대상을 확대했으며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원할 시 임대인에게 의사를 표시하는 계약갱신요구권의 행사 기간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했다. 국토부 중앙토지수용위원회 비상임위원인 허강무(대학본부·공공인재) 교수는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시가 발전함에 따라 정도의 차이일 뿐 어디서나 일어난다”며 정부 차원에서 법적 제재를 잘 구축해야한다고 역설했다. 허 교수는 상생협약 체결 후에 임대인이 일방적으로 해지하는 사례가 많기에 법적 제재를 둬야하고, 재개발 시 퇴거하는 임차인들에게 보상을 하도록 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민지 기자 minji9813@jbnu.ac.kr

정세진 기자 tpwlsdl555@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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