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의 세 남자, 이들은 누구인가?
전원의 세 남자, 이들은 누구인가?
  • 전북대신문
  • 승인 2019.10.02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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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탐방기

㉙조르조네, <세 명의 철학자>, 1507년경, 빈 미술사 박물관

전원의 세 남자, 이들은 누구인가?

 

여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보는 사람을 상상의 나래로 빠져들게 하는 묘한 그림이 하나 있다. 바로 전성기 베네치아 르네상스의 거장 조르조네(Giorgione, 1478-1510)가 그린 <세 명의 철학자>라는 1507년경 작품이다. 이 그림은 보통 색감이 화려하고 인물이 복잡하게 그려져서 시선을 붙잡는 구조도 아닐 뿐더러 단지 멀리 들판이 보이는 야외를 배경으로 단순하고도 평범하게 전경의 세 명의 남자가 한 편에 서있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이들은 독립적이면서도 서로를 의식하는 듯 서로에게 연결돼 있으며, 부드럽고 온화한 표정이지만 자신들만의 섬세한 몸짓과 진지한 태도를 통해 보는 이로 하여금 경건하고도 엄숙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이들은 누구일까? 16세기 초반 이 그림이 그려질 당시에 베네치아 미술을 기록한 사료에 의하면, “세 명의 철학자 그림, 두 명은 의례복을 입고 있고 한 명은 햇빛을 보면서 명상을 하고 있다”라고 기술한 기록이 있다. 그러나 사료에 명확히 언급된 철학자라는 지칭과 그 제목에도 불구하고 이 등장인물들에 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그 이유는 작품의 제목이 조르조네 사후에 붙여짐으로서 더욱더 불분명하게 여러 가지 의견들을 불러일으켰다. 이들은 동방박사이거나, 청년, 장년, 그리고 노년을 상징하는 인생의 세 단계거나, 혹은 아리스토텔레스 학파, 아베로에스 학파, 인문주의 철학을 상징하는 등의 다양한 학파의 철학자들을 그린 것이라는 학설들이다.

바사리는 그의 유명한 『미술가 열전』에서 16세기 르네상스의 새로운 양식을 창조한 사람으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와 함께 조르조네를 선정했다. 바자리는 조르조네에 대해서 선과 원근법 구성을 높게 평가했던 15세기 전통에서 벗어나서 자연스럽고 빛나는 색채를 사용하는 대가로서 평가했다. 바자리는 “조르조네의 유화와 프레스코 채색은 생기가 넘치고 다른 사물들은 부드럽고 조화로우며, 그림자 속으로 안개에 싸인 듯 희미하게 변해간다”면서, 자연모방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색채를 통해 이뤄졌고 새롭고도 세련됐음을 높게 평가했다.

부드러운 색조로 대기를 감싸고 있는 빛의 화면은 인간과 자연을 한층 강렬한 대조로 이끌어 내면서 더욱더 서로의 상호관계를 고조시킨다. 이러한 이유로 이 그림은 단순하면서도 더욱 비밀스럽게 보이면서 흡사 그 모습이 엄숙한 종교적인 모습까지도 상기시키는 것이다. 이는 젊은 나이에 요절한 조르조네의 완성작품 중에서 최고봉으로서 일찍이 바자리가 높이 칭송한 부드럽고 우아한 색채로 이룩해낸 진정한 마법이었다.

김미선|예대 강의전담교수‧서양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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