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생매장, 비인도적 살처분 현장 ‘문제 있다’
돼지 생매장, 비인도적 살처분 현장 ‘문제 있다’
  • 전북대신문
  • 승인 2019.10.16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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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열병이 보여준 우리나라 동물권 실태]

돼지 생매장, 비인도적 살처분 현장 ‘문제 있다’

 

지난달 16일 경기도 파주시의 한 돼지 농장에서 5마리의 돼지가 아프리카돼지열병(이하 돼지열병)으로 쓰러졌다. 이에 돼지열병에 걸린 돼지가 속해있던 농가와 주변 다른 농가들의 돼지들을 시작으로 대대적인 살처분이 이뤄지고 있으나 늦은 대처가 도마 위에 올랐다.

돼지열병은 1920년에 아프리카에서 처음 발병한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치사율이 거의 100%에 이른다. 지난해 8월 아시아 최초로 중국에서 돼지열병이 발생했고 이후 중국 전 지역과 몽골·베트남 등 주변국으로 확산되면서 지난 5월 30일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다. 이에 지난 6월 8일 정부는 군사분계선 남쪽 2km 밑으로 내려오는 멧돼지들을 모두 사살하라 지시했다. 그러나 결국 지난달 파주시에서 돼지열병이 발생해 이번 달 9일 기준 돼지열병은 파주, 연천, 김포, 강화 4개 시·군 14개 농장으로 확산 됐다.

돼지열병은 돼지들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들의 침, 분비물, 혈액 등을 접촉됐을 때 전염된다. 또한 간접적으로 돼지열병에 감염된 돼지고기를 가공한 사료를 섭취한 경우에도 전염된다. 우리나라로 돼지열병이 퍼지게 된 원인으로는 돼지에게 사료 대신 음식물 잔반을 제공한 것이 유력하게 지목되고 있다. 동물권행동단체인 카라는 지난 5월부터 돼지열병 한국 확산을 우려해 ‘동물에게 음식쓰레기 잔반급여 전면금지’를 촉구하며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그러나 정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한 직후인 지난달 17일 동물에게 음식쓰레기 급여를 금지하는 등 늦은 대응을 보였다. 카라는 지난 6월 13일 “이미 국제적으로 돼지열병과 같은 전염병 확산의 주된 경로로 음식쓰레기 동물급여를 인정하고 있다”며 실제 중국에서 발생한 돼지열병 사례 중 절반이 음식쓰레기가 원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방역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이상 제대로 된 전염병 방역 체계를 구축할 수 없다며 정부와 관계부처가 이를 확실히 인지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재 돼지열병은 뚜렷한 해결방안이 없는 상태다. 실제로 1960년대에 유럽으로 확산돼 포르투갈은 1993년, 스페인은 1995년에 박멸되는 등 질병을 근절하는 데 30년 이상이 소요됐다. 따라서 정부는 농림축산식품부를 필두로 돼지열병이 확진된 14곳 농장과 반경 3km 이내에 위치한 농장의 돼지를 모두 살처분·매몰 처리하며 남하를 막고 있다. 또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경기·강원 중점관리지역을 4개 구역으로 나눠 방역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확진이 판명된 경기 연천군은 차량에 의한 간접적인 전파를 막기 위해 일시적인 차량이동금지명령이 내려졌다.

카라, 동물자유연대 등 전국의 동물보호단체에선 정부의 대처 방식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7월 22일에 개정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긴급행동지침(SOP)은 제 3장 6번, 1조 5항을 통해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고 동물의 의식이 소실된 상태에서 절명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돼지들이 산 채로 포크레인에 집혀 땅 속에 묻히고 있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이에 카라는 지난 2일 기자회견문을 통해 “안 그래도 죽어야 하는 동물의 고통을 가중했다”며 방역지침을 지키지 않으면서 마치 이를 지키는 것처럼 알리는 것은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서 정부에게 정확한 실태 파악과 생매장 살처분이 일어나지 않도록 즉각 조치할 것을 요구했으나 정확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살처분 방식 및 방역 방법에 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0년 구제역 사태 당시 살처분 대상을 모두 살아있는 상태에서 매장시키는 방역 방법이 언론을 통해 공개돼 국민들의 뭇매를 맞았다. 이 후 정부는 동물보호법 제 10조(동물의 도살방법)의 신설과 개정을 거듭했다. 그러나 이번해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감염된 돼지들이 구제역 사태 당시처럼 생매장되는 모습이 포착돼 9년 전과 개선된 점이 없음이 밝혀졌다. 또 일각에선 살처분을 외부업체에 외주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는 “정부는 지난 2014년부터 살처분을 외주화해 용역업체에 맡기고 있다”며 용역업체가 이윤을 남기기 위해 허술한 장비들로 살처분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서 “위험의 외주화가 어떤 끔찍한 결과를 야기하는지 우리는 지난 수년간 아프게 경험해왔다”며 동물의 대량 살처분 과정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살처분에 동원된 작업자들에 대한 처우도 논란이다. 지난 2017년 김석호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장이 국가인권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진행한 ‘가축 살처분 참여자 트라우마 현황 실태조사’는 가축 살처분 참여자의 트라우마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이하 PTSD) 유무와 정도를 평가해보니 총 268명의 설문참여자 중 76%가 PTSD 판정 기준인 25점을 훨씬 넘는 평균 41.64점에 달했다. 또한 중증 우을증이 의심되는 응답자는 23.1% 이르렀다. 지난 2011년 구제역이 발생했을 당시엔 살처분에 동원된 축협 직원이 트라우마에 시달리다 사직원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목숨을 끊었다.

현재 전라북도는 돼지열병 예방을 위해 32개의 거점 소독 시설을 설치해 매일 관리감독하고 있다. 또한 축산차량 이동이 잦은 08-10시, 14-16시에 경찰의 도움을 받아 축산차량을 통제하고 있다. 전북도청 동물방역과 박태욱 질병관리팀장은 “타 도에서 들어오는 돼지, 축분 등은 모두 반입반출 중이다”며 일시적으로 바꾸기 어려운 사료만 환적장을 설치해 외부축산차량이 도내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현재 돼지열병의 대비책으로 방역과 소독을 철저히 하는 것밖에 없다“며 돼지열병 바이러스 백신을 만들기 위해 많은 기업체들이 실험 중에 있으나 아직 성공한 기업이 없다고 밝혔다.

문채연 기자 anscodus0314@jbnu.ac.kr

조유정 기자 whd5974@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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