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적 구조를 바꾸는 반성폭력 정책이 필요하다.
성차별적 구조를 바꾸는 반성폭력 정책이 필요하다.
  • 전북대신문
  • 승인 2019.10.16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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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적 구조를 바꾸는 반성폭력 정책이 필요하다.

 

채민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상임활동가)

▲ 대학의 민낯과 마주하다

지난 3월 말에 발생한 우리학교 단과대 전 학장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검찰이 지난달에 기소유예 처분을 내리며 다시금 대학 차원의 대응이 주목받고 있다. 우리학교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는 근거로 직위해제 됐던 해당 교수를 복직시켰고 이에 전북대페미니스트네트워크 등 대학 구성원들이 성토가 이어졌다. 이전에도 대학 차원에서 가해자 분리 조치가 늦은 점, 적극적인 대책과 상황 공유를 하지 않은 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우리학교가 성폭력에 대해 계속 소극적으로 대하고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이번 사건을 접하며 이전에도 우리학교가 대학 내 성폭력 사건을 안일하게 대응하던 상황이 환기됐다. 2018년 3월, 졸업생의 페이스북 미투를 통해 2013년 인권을 주제로 강의했던 강사의 성희롱·성추행 자행이 폭로됐다. 이어진 언론 보도를 통해서도 해당 강사가 2014년에도 다른 학생에게도 성추행을 자행한 것이 드러났다. 해당 강사가 2016년 12월에 발생한 성폭력사건 가해자와 동일인이 알려지면서 많은 시민들이 분개했다. 이후 필자가 활동하는 단체를 비롯해 지역사회단체들이 대학본부에 해당 강사에 의한 추가적인 성적 피해가 있었는지를 전수 조사할 것, 피해 재학생 및 졸업생에 대한 지원방안 마련, 대학 본부 차원의 성폭력 예방대책 및 사건발생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러나 당시 대학 차원의 입장이나 대책은 알려지지 않았다.

우리학교의 성폭력 사건과 구성원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을 접하며 지역의 인권단체 활동가로서 무거운 마음이다. 이에 지면을 통해서나마 대학 내 성폭력 문제를 다시금 짚어보며 해결에 대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 대학 내 성폭력,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우선 현재 제기된 성폭력사건 가해자에 대한 신속하고 엄중한 징계가 있어야 한다. 인권침해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피해자의 피해 회복의 첫 단계다. 인권침해에 대한 처벌이 있을 때, 피해자가 인권침해 상태에서 벗어나고 스스로의 힘을 회복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징계위원회는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것이 무혐의를 뜻하는 것이 아님을 환기하고 검찰 처분을 근거로 가해자에 대한 경징계를 의결해서는 안 된다. 또한 사건이 발생한지 반년이 지난 상황에서 징계 의결 기한을 늦춰서도 안 된다. 교육공무원징계령은 징계위가 원칙적으로 ‘성희롱 행위 등 성 관련 비위만을 징계 사유로 할 경우 징계요구서를 접수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징계 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건이 알려진지 수개월이 지난 상황에서 신속한 사건 처리가 돼야 피해자에 대한 권리회복 역시 제대로 시행될 수 있다. 아울러 처벌과 예방은 떨어져 있지 않다. 가해자에게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는다면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음을 대학 구성원들이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사건 처리와 함께 장기적인 계획 역시 필요하다. 무엇보다 성폭력 문제가 일부 부도덕하거나 문제적인 개인의 문제로만 인식되지 않도록 대학 내 공동의 의식을 형성해 가야 한다. 이미 많은 여성단체들과 전문가들이 위계가 강하고 성차별적인 문화가 지배적인 공간일수록 성폭력을 비롯한 부당한 대우와 폭력이 발생함을 지적하고 있다. 대학 역시 한국사회 전반에 뿌리내린 이러한 문화에서 예외적이지 않다. 한국사회에서 성희롱 사건으로서는 처음으로 피해자와 여성운동이 법적 대응을 한 1992년 ‘서울대 신교수 성희롱 사건’만 해도 피해자와 가해자의 불평등한 관계에서 발생한 사건이었다. 이 외에도 대학 내의 다수의 문제들이 위계적이고 성차별적 문화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성폭력을 개별의 문제가 아닌 차별적 구조에서 발생하고 있는 공동의 문제로 구성원이 인식하도록 대학 내의 사회적인 감각을 만들어야 한다.

▲ 인권문제, 사회적 감감이 중요하다

인권문제에 있어 사회적 감각은 왜 중요할까. 2013년에 언론을 통해 보도된 ‘세계 가치관 조사’를 바탕으로 한 국가별 인종차별적 의식에 대한 결과를 통해 그 이유를 살펴볼 수 있다. 이 조사 중 “당신은 당신과 다른 인종과 이웃으로 살 수 있겠는가?”는 취지의 질문에 대한 국가별 응답 중 미국과 한국의 답변을 비교해볼 필요가 있었다. 미국의 경우 소수(0~4.9%)의 사람들만이 다른 인종과 이웃이 되는 것이 문제라고 답한 나라들의 그룹에 속했다. 반면 한국은 3명 중 1명(30%~39.9%)이 다른 인종이 이웃에 사는 것이 싫다고 답변한 그룹[1]에 해당했다. 이와 같은 결과는 인종차별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에 대한 미국인들의 위선적인 태도를 보여주는 것일까. 반차별정책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전문가들은 이 결과를 놓고 응답자들이 미국 사회에 인종차별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인종차별적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는 공동의 의식’이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로 미국 사회가 최소한 공식 영역에서 인종차별 발언을 금기시하고 인종차별 철폐운동 또한 활발한 데에는 이러한 인식이 있기에 가능하다고 본다. 반면 한국사회의 차별에 대한 사회적 감각과 인식은 희미한 수준이다. 정당의 대표가 언론 앞에서 흑인 유학생을 ‘연탄’으로 비유하고, 지자체의 장이 이주여성과 그이들의 가족들이 있는 앞에서 ‘잡종강세’란 표현을 버젓이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비교를 통해 차별과 폭력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있어서 구성원의 사회적 감각을 바꾸고 높이는 것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사회적 감각과 인식이 있어야 문제에 대한 개선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학 내 성폭력 문제를 일시에 해소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성폭력이 성차별적 구조에서 비롯됐다는 대학 내의 공동의 인식 마련이 해결의 씨앗이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학 사회의 성평등 감각이 높아질 수 있도록 학교 차원의 반성폭력 정책이 기획되고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학 인권기구가 과거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하도록 지원하며, 성차별 및 성폭력 대책 과정에서 학생사회의 실질적인 참여와 의사결정권 보장하도록 해야한다. 대학의 담장을 넘어 지역사회가 성폭력 사건 해결과정을 주시하고 있음을 우리학교가 다시 한 번 환기하기를 바란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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