㉚앙리 루소, '꿈' ,1910, 뉴욕 현대미술관
㉚앙리 루소, '꿈' ,1910, 뉴욕 현대미술관
  • 전북대신문
  • 승인 2019.10.16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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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탐방기

㉚앙리 루소, <꿈>, 1910, 뉴욕 현대미술관

 

초현실적인 무의식의 세계, 이국적인 꿈속 여행

앙리 루소(Henri Rousseau, 1844-1910)는 세대를 막론하고 이국적인 독특한 화풍의 화가라고 한다면 항상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인물일 것이다. 생계를 위해 세관원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던 그는 독학으로 미술을 시작한 화가였고 아마추어로 활동하며 취미삼아 일요일에만 붓을 들었던 전형적인 ‘일요화가’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루소는 다른 화가들의 빼어난 그림 솜씨를 늘 부러워하면서도 누구보다 그림으로 인정받고 싶어 했다. 이러한 그의 숙원은 1885년 당시 최고의 관문이자 아마추어 화가들이 유일하게 미술 제도권의 세계로 진출할 수 있었던 살롱전에 도전했지만 보기 좋게 낙선하게 된다. 그러나 이듬해 살롱전의 폐단을 보완하기 위해 개최됐던 앙데팡당전(독립작가전)에 출품해 주목받게 되면서 자신감을 얻게 됐고 뒤늦게 전업화가의 길로 들어선다.

이 작품 <꿈>은 그가 정글을 소재로 스무 점 넘게 제작한 그림 중 제일 마지막에 그려진 것으로 가장 사이즈가 큰 작품인 동시에 가장 복잡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루소가 그린 대부분의 정글들은 화면의 하늘까지 거의 뒤 덮은 짙은 초록 빛 색감의 분위기와 그 감흥으로 실제 우리를 밀림 속으로 탐험시키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도록 유도한다. 과연 루소는 우리를 남미의 멕시코나 브라질의 밀림의 한가운데 서있게 하는 것 같은 생생한 이 느낌을 어디에서 영감을 받았던 것일까. 아이러니하게도 루소는 한 번도 그곳으로의 여행을 떠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프랑스 땅조차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다고 한다. 대신 여행 이야기와 사진이 실린 책들을 좋아했고, 파리 식물원이나 자연사박물관에 가서 이국적인 식물과 야생짐승들을 관찰하기를 좋아했다. 그리고 실제 이 작품 <꿈>에 영감을 제공한 것은 어느 대중잡지에 실린 사진이었다.

로소는 <꿈>을 1910년 봄에 열린 앙데팡당전에 출품하면서 당시 아카데믹풍의 화가들이 아폴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와 같은 시인에게 부탁해 그림에 어울리는 시를 붙였던 관례를 이용해 출품했다. 붙여진 시의 구절은 다음과 같다. “단잠에 빠진 야비드가 / 아름다운 꿈속에서 / 어느 사려 깊은 마법사가 부르는 / 피리 소리를 듣는다〔…〕”

요컨대 그림에서 이 꿈을 꾸고 있는 사람은 야비드가라는 여인이다. 루소에게 이렇게 이국적이고 수수께끼 같은 무의식을 선사한 야비드가라는 뮤즈는 누구일까? 젊은 시절 그가 사랑하던 여인일까? 그러나 아마도 루소가 그린 이 환상적인 장면은 야비드가의 꿈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꿈일 것이다. 그는 무의식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면서 자신의 내부에 숨겨져 있는 욕망과 두려움 그리고 자아를 쫒는 자기 자신의 꿈을 그린 것이다. 이제 또 한 번 그림을 다시 들여다보면 이 수수께기 같은 정글과 속삭이듯 들려오는 신비로운 음악이 우리를 그의 무의식의 꿈속으로 끌어들인다.

김미선|예대 강의전담교수‧서양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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