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부 시 당선작] 화단의 푸가
[대학부 시 당선작] 화단의 푸가
  • 전북대신문
  • 승인 2019.10.16 02: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화단의 푸가

장민기 명지전문대 문창 2

 

잘리다 만 손목들을 주워다 심는다.

갓 심어진 손목들은 제 손가락을 뚝뚝 분질러 머리 위로 뻗으며

아버지 이것이 저의 향유입니다

죽지 않을 만큼 충분하게 화단에 피를 들이부어야 손목들이 조용해진다.

나는 화단의 관리자. 원시부족이 불씨를 꺼트리지 않기 위해 제 몸을 불태웠던 것처럼, 내게는 화단의 축제를 지속해나가야 할 의무가 있다. 장화를 신고 푸가를 틀고, 싱싱한 손목 두 개를 뽑아 두 손을 맞잡고,

스텝을 밟는다. 발 밑에서 으스러지는 뼛조각들.

농부의 마음으로 춤을 추고, 관리자의 위치에서 피를 들이붓고

땅 아래로 깊숙이 파고든,

아버지 핏줄들이 비명을 질러요

내 화단에서 손목들은 죽지 않고 잘 자란다.

초대받은 사람 하나 없이 축제는 지속된다. 오늘도 도시를 어슬렁거리는 세계의 신들, 화단의 관리자들. 손목들은 눈을 피해 칼을 움켜쥔 채 깊숙한 곳으로 숨어든다.

나는 화단의 관리자, 목줄을 질질 끌고 달리는 개.

길게 늘어진 목줄 끝에 매달린,

단단히 목줄을 움켜쥔 채 굳어버린 손목들.

개의 움직임을 따라 핏자국 이어진다.

도시에 가득한 피비린내

이제 선들은 도시의 핏줄로 기능한다.

피 흘리면서도 놓지 못하는 미련한 손목들아

만약 낄낄대며 손바닥 위에 그것들의 뜨거운 심장을 올려준다면,

자 보아라 아들아, 이것이 너의 모순이다.

아버지 어째서 인간의 살갗은 이리도 질긴가요

부러진 손가락은 더 이상 움켜쥐는 법을 모르고.


웃음기 쏙 뺀 유머 하나 듣고 가세요

장민기 명지전문대 문창 2

 

1) 억울하면 울음부터 나오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아이는 뭔가 잘못된 게 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을 벌리면 딱딱하게 메어오는 목구멍에서 울음만 새어나왔습니다.

사람들은 울면 귀신이 잡아간다며 아이에게 겁을 줬습니다. 아이는 입을 다물었습니다. 그래서 잘못된 것들은 아이 바깥에 남았고, 뱉어내지 못한 말들은 안에 쌓였습니다.

시간은 흘러갔습니다. 아이는 억울하게 자라서 쉽게 울지 않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어른이 된 아이는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습니다만 덕분에 한 가지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을 여러분께 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좋은 소식부터 알려드리겠습니다.

(좋은 소식) “저는 이제 잘못된 것을 울지 않고도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나쁜 소식) “아무리 잘못되었다 말해도 그것들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좋은 소식은 또 다른 나쁜 소식의 전제가 되어버렸다는 유머.

“하하하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 [1]

2) 자다 깨서 당선 소식을 들었습니다. 선생님과 저는 덜 깬 눈으로 “죽으란 법은 없구나.” 하며 웃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더 질기게 물고 늘어지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더 열심히 생각하겠습니다. 그리고 쉽게 마침표를 찍지는 않겠습니다.

제 사랑하는 이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엄마, 할머니, 이모, 우리는 이대로도 완전하고 행복할거에요.

지영, 내일도 웃으면서 길게 초인종을 누를게.

선생님, 항상 나아갈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치즈 크림, 우리 아프지 말자.

제 삶에 만약 지분이 있다면, 그 지분은 모두 여러분의 것입니다.

1-1) 아이는 웃음기가 사라진 웃음에 대해 생각한다. 그것은 왠지 모르게 슬프다고, 슬퍼서 다시 목이 메는 것만 같다고 생각한다.

아이는 이제 귀신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가위에 눌리는 날이면 주먹을 꽉 쥐고 눈을 부릅떴다.

 

[1] 이랑 - 웃어, 유머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