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부 시 당선작] 해바라기 농담
[고등부 시 당선작] 해바라기 농담
  • 전북대신문
  • 승인 2019.10.16 02:1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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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농담

하승훈 상계고 2

 

저 해바라기들에겐 매일 밤이 땡볕입니다

밤만 오면 질색이라는 듯 고개를 세웁니다

해바라기 속에는

아프리카가 펼쳐져 있는지 모릅니다

지평선을 바라보고 사는 사자가

크렁크렁 울고 있다는 소문도 들립니다

사자가 울면 바오밥나무의 새떼들이

저녁을 물고 날아옵니다

이글거리는 저 해바라기를 꺾어

기름을 짜는 마을을 생각합니다

해를 보고

밤에 자라는 해바라기

사실은 달의 잔광을 먹고 삽니다

해바라기 모가지 꺾는 날

아프리카의 사자와

바오밥나무의 새떼들을

더 이상 볼 수 없습니다

대신 해바리기 검은 씨앗들이

한때 이곳이 아프리카였다는 것을 일러줍니다

나선형 모양으로 빛을 감고 있는 씨앗들

해를 십자드라이버로 조이면 기름이 나옵니다

우리는 그걸 저녁이라고 부릅니다


밤을 잘 쓰는 시인이 되겠다!

하승훈 상계고 2

 

정치와 법 수업이 끝난 오후, 당선소식을 담임 선생님께 들었습니다. 시가 어떤 것인지, 어떤 시가 좋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상상력이 아름다운 시를 쓰고 싶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해바라기 마을에 간 적 있습니다.

해바라기는 지평선을 향해 꼿꼿하게 서 있었습니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도 그림자만 흔들릴 뿐, 그곳의 사자들이 해바라기 씨앗으로 기름을 짜고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해바라기는 밤을 동경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씨앗은 낮이 아니라 밤에 익어간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밤을 잘 쓰는 시인이 되겠습니다.

어머니는 죽음 끝에서 다시 돌아왔습니다. 돌아와서 저에게 따듯한 밥을 해주고 있습니다. 어머니! 감사드리고 사랑합니다. 누군가를 지켜봐준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어머니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시 쓰는 일이 배틀그라운드 같습니다. 이미지를 가지고 놀면서 상상의 세계를 마음대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배틀그라운드 게임을 하면 잠시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기분입니다. 시 쓰기도 그런 설렘과 상상력을 줍니다. 이 땅의 작고 사소한 것들이 있어 풍경이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벌써 시월입니다. 설악산엔 단풍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그 붉은빛처럼 환해지고 싶습니다.

오늘의 기쁜 소식이 앞으로 더 치열하게 살아가라는 당부라고 믿겠습니다. 부족한 제 작품을 당선작으로 뽑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늘 격려와 함께 힘이 나는 말을 해주시는 담임 선생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열심히 써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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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2019-11-03 20:55:01
너무너무 멋진 시네요...앞으로도 아름다운 시 많이 보여주기를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