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부문 심사평
시 부문 심사평
  • 전북대신문
  • 승인 2019.10.16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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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모된 작품을 통해 젊은 시인들의 저력을 확인한 것은 물론, 우리 시가 높여 있는 현실적 좌표를 파악할 수 있었다. 시 부문 심사는 유강희, 문신, 김형미, 김정경(왼쪽부터) 위원이 맡아 줬다.

가람 이병기 시문학상 대학부 심사평

삶의 모순 파고드는 힘과 결기 느껴져 당선작 결정

응모작을 읽는 일은 젊은 시인들의 저력을 확인하는 일이면서, 한편으로는 우리 시가 놓여 있는 현실적 좌표를 파악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진심으로 눈여겨본 것은 응모작들의 ‘현재’에 있지 않았다. 가람 이병기 시문학상 응모작을 통해 심사위원들은 ‘장차’ 젊은 시의 동력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지향을 점검하고 그 가능성을 짐작해보고자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시적 열망은 확인했으나 그것을 분출해야 할 방향에 대해서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1차 심사를 통해 김선화(단국대), 김재연(서울예술대), 강신범(동국대), 권누리(숭실대), 장민기(명지전문대) 등을 가려 뽑았고, 2차 심사 과정에서 이들 응모작을 다시 읽어보았다. 이들의 시적 지향은 서로 겹치지 않는 시선 속에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데 거침이 없었다. 「발해로 가는 저녁 비행기」, 「세계의 언어」, 「잠시 늪」 등이 심사위원들의 손에 오래 머물렀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들이 눈에 띄어 손에서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까지 심사위원들을 곤혹하게 한 작품은 「테두리」와 「화단의 푸가」였다. 두 작품을 두고 심사위원들은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선호의 차원에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거듭되는 논의와 숙의 끝에 「화단의 푸가」를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테두리」는 자기만의 언어로 세계를 읽어내는데 성공하고 있지만, 오히려 활달한 목소리가 약점으로 지적되었다. 선명하지만 가벼울 수밖에 없는 화법만으로는 시적 긴장을 시종 유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당선작으로 결정한 「화단의 푸가」는 삶의 모순을 파고드는 힘이 돋보였다. 시를 이끄는 목소리에 결기가 있는 것도 장점이었다. “내게는 화단의 축제를 지속해나가야 하는 의무가 있다”라는 선언에서 그치지 않고, 이 선언을 증명하기 위해 “도시를 어슬렁거리는 세계의 신들”을 인간의 삶 안쪽으로 포섭해내는 상상력도 믿을 만했다. 게다가 이 시는 우리의 일상이 모종의 파국을 향해 나아가는 푸가 형식이라는 사실도 발견해내고 있는데, 이를 통해 응모자의 시적 사유가 얕지 않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내며, 비록 당선의 영예에 이르지 못했지만 좋은 작품으로 가람 이병기 시문학상을 빛내준 응모자 모두에게도 격려의 마음을 보낸다.

/문신(시인, 우석대 교수), 김정경(시인)


고등부 시 심사평

고등학생다운 시적 진솔함 아쉬워

청년들의 글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설렌다. 이번 심사에서 작품을 통해 그들의 열정과 고민을 느낄 수 있었고 그것들은 심사 위원에게 자극과 기쁨이 됐다.

응모된 작품들은 전체적으로 시의 수준이 높고 안정돼 있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게 과연 고등학생들이 쓴 글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시의 소재나 단어, 진술 등이 고등학생다운 발랄함에서 너무 동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가리봉동’, ‘쪽방’, ‘미스 김’, ‘스타킹’, ‘미싱’ 등의 소재들이 마치 80~90년대 시작품을 대하는 느낌이 들었다.

진술적인 부분들도 마찬가지다. 고등학생다운 참신한 언어와 새로운 발상보다 시어들 가득 암울한 이야기들만을 쏟아내는 경우가 종종 보였다. 긍정적인 소재를 통해서도 아픔을 녹여낼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번 공모에 전국 각지의 많은 학생들이 작품을 응모했다. 심사위원들은 고심 끝에 응모된 305편 가운데 총 작품 7편을 본선에 올렸다. 최윤희의 「책상에 대한 단상」, 김민형의 「내가 아이돌이 되고 싶은 이유」, 최선찬의 「전화」, 김혜나의 「피라미드」, 김요한의 「천국」, 임현호의 「비눗방울」, 하승훈의 「해바라기의 농담」 등이다. 모두 묘사와 진술의 진솔함, 사물을 들여다보는 자세가 정직했다.

특히 하승훈의 「해바라기 농담」은 발상과 비유가 신선하고 시적 전개가 자연스러운 장점을 지니고 있다. 하승훈의 시를 당선작으로 올리는 일에 망설임이 없었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응모한 모든 이에게 격려와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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