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족의 영광, 경건하고도 존엄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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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대신문
  • 승인 2019.11.13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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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탐방기

㉛레오나르도 다 빈치, <성 안나와 성 요한과 함께한 성모자>, 1500-1505년경, 내셔널 갤러리

성가족의 영광, 경건하고도 존엄하여라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i ser Piero da Vinci, 1452-1519)는 서양미술사에 있어서 절대적인 명성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많은 완성작품을 남기지는 않았다. 이는 레오나르도가 매사에 오랜 기간에 걸쳐서 수많은 기초 스케치를 통해 완벽을 추구하려했던 신중하고 완벽주의적인 그의 성품에도 이유가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그가 독창적으로 개발해 사용했던 특유의 유화물감이 작품의 완성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오래 걸렸기 때문이기도 했다. 여기에 당시 위대한 르네상스 거장의 작품을 수집하기 위한 미술 후원자들의 욕망 또한 레오나르도를 작품 완성에 매진시키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장소를 이동하면서 다른 작품을 담당하게 했다. 결과적으로 레오나르도는 그의 생애 대부분을 이탈리아의 다양한 지역에서 활동했고 생애 마지막을 프랑스 국왕을 위해 작업하면서 현재 그의 걸작인 모나리자를 비롯한 그의 가장 많은 작품이 루브르에 소장되는 원인이 됐다.

현재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에서 소장하고 있는 이 작품은 레오나르도가 즐겨 그렸던 소재인 성가족을 다룬 그림으로, 여덟 장의 종이를 접붙여 하나의 화면으로 자연스럽게 그려져 있다. 당시 레오나르도를 비롯한 르네상스의 많은 작가들은 일반적으로 예배당 벽의 프레스코 벽화나 판의 원본을 위해 이와 같은 방법으로 실제 크기의 스케치를 제작했다. 이로 인해 이 작품은 시기적으로 레오나르도의 대표작 <암굴의 성모> 작품들이나 다양한 <성가족>들을 위한 것으로 추측하기도 하지만, 이 작품은 어떠한 목적을 위해 제작된 것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제작된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 학계에서는 우세하다.

작품에서 인물의 형상은 그 윤곽선이 갈라지거나 구멍이 난 곳이 없이 완전하다. 다시 말해서 이 인물들의 구성은 매우 특이한 형태로, 14세기 피렌체 화가들이 일반적으로 다루던 두 가지 테마, ‘성모자와 성 안나’와 ‘성모자와 성 요한’이 결합하면서 탄생했다. 작품에서 피라미드 구조의 인물들은 복잡하게 얽히면서 치밀하게 합쳐져 있으며, 두 여인은 특유의 미소로 하나의 형상처럼 서로에게 심리적이면서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있다. 레오나르도는 이 인물들이 형성한 형태와 명암에 높은 완성도를 보여줌으로서 주의 깊게 심열을 기울였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이에 비해 하늘을 가리키고 있는 성 안나의 손과 화면 아래 성모의 발 부분은 미완성으로 남겨뒀다. 당시 르네상스는 물론이고 오랜 기간 서구 미술에서는 스케치나 미완성의 작품에 가치를 인정하기 않았던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레오나르도의 작품은 당대에도 작품의 완성도를 떠나 그 위대성을 높이 평가받는다.

이는 비록 작품이 오직 목탄과 같은 단색의 소묘로만 완성된 인물들의 형체들이지만, 이들은 견고하면서도 동시에 미완으로 희미해짐으로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 특유의 시적 효과를 더욱 감동적으로 극대화시키고 더욱 신비롭고 경이로운 경지로서 보여주기 때문이다.

김미선|예대 강의전담교수‧서양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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