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대한민국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대한민국
  • 전북대신문
  • 승인 2019.11.27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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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대한민국

대한민국 헌법의 제 11조 1항은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할’ 평등의 가치를 선언한다. 차별은 성별, 인종, 출신 지역, 가족 형태, 성적 지향, 학력, 장애 여부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다만 합리적이며 타당한 이유가 있을 때는 차별이 허용된다.

외국인 노동자가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임금을 차별 받아서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승진 기회가 박탈돼서도 안 된다. 성 소수자라는 이유로 혐오 발언을 정당할 수도 없다. 이는 모두 합리적인 차별의 범주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우리는 차별에 적응돼 일상화된 사회에 살고 있다. 차별 발언과 혐오 표현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까이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계층화가 그렇다. 두 집단은 고용 형태에 따라 다를 뿐 모두 고용주의 필요로 고용됐다는 점은 같다. 하지만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임금의 차별이 정당화된다. 이른바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지켜지고 있지 않은 셈이다.

인터넷상에서는 더하다. 악성 유튜버들은 시청자들에게 ‘구독’과 ‘좋아요’를 요청하기 위해 각종 혐오 콘텐츠와 가짜뉴스를 생산하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 발언을 쏟아낸다. 상대방이 소수자 집단에 속한다는 이유로 모욕하고 멸시하거나 배제하고 차별하면서 존엄성을 부정한다. 혐오의 악순환을 과감히 끊어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이러한 차별행위를 제재해야 한다.

유럽연합은 유럽 연합 가입 조건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한다. 그 결과 유럽연합 각국은 수준 높은 차별금지법을 가지고 있다.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모두 차별금지법을 이미 입법한 지 오래다. 미국의 경우 민권법을 통해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한다. 차별금지법은 없지만 그 차별이 ‘행동’으로 옮겨졌을 때 징벌적 손해배상 등 강력한 조치로 대응한다.

대한민국에서 차별금지법 입법 논의는 처음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회에서는 이미 2007년, 2010년, 2012년 총 3차례에 걸쳐 입법을 시도했으나, 여러 논란만을 남긴 채로 잊혀졌다. 국제사회에서는 10년이 넘게 꾸준한 권고사항이었다. 유엔 사회권위원회는 2017년 한국 정부에 포괄적 차별금지법 채택의 긴급성을 반복해 강조한 바 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대한민국에 굳이 필요한가라고 반문할 수도 있으나 차별금지법 그 자체를 목적이 아닌 일종의 수단으로 바라보면 달라진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모두가 각자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때 실현될 수 있다. 나와 무언가가 다르다는 이유로 소수를 차별한다면 어느 순간 공론장에 투영되는 시민들의 의사는 다수의 목소리만 남는다. 소수자의 목소리가 공론장에서 논의되지 않아 왜곡된 민주주의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

차별당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절차나 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듣기 위한 민주주의의 필수 요소다. 차별 경험을 누군가의 불행한 일로만 남겨둔 채 망각하지 않고, 아직 우리 사회가 평등하지 못함을 발견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통해 대한민국에 맞는 모범답안을 찾아 나갈 수 있다. 건전한 비판은 생산적이지만 원색적인 비난은 공동체를 파괴한다. 이러한 인습을 타파하고 벗어나기 위한 훈련이 있어야 할 것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입법은 우리가 해야 할 숙제이며 책무다. 쫒아가는 나라에서 책임을 지는 나라가 되는 발걸음이다.

김원오(정치외교·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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