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은 자연의 경외감에서 오는 감동: 낭만주의 풍경화
비극은 자연의 경외감에서 오는 감동: 낭만주의 풍경화
  • 전북대신문
  • 승인 2019.11.2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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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탐방기

㉜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 <눈 덮힌 수도원>, 1817-1819

비극은 자연의 경외감에서 오는 감동: 낭만주의 풍경화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Caspar David Friedri, 1774-1840)는 1815년 그라이프스발트라는 독일의 조그마한 항구도시에서 출생했다. 그는 전형적인 프로테스탄티즘의 가정에서10남매 중 여섯째로 태어났고, 어린 시절 가족의 죽음을 경험하며 독자적인 감수성을 갖고 성장했다.

고요하고 경건한, 그래서 더욱 스산하게 느껴지는 프리드리히의 낭만주의 화풍은 매우 이른 시기부터 형성된 것이었다. 그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죽음을 경험했고, 곧이어 20개월의 여동생이 천연두로 사망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12세 무렵 강가에서 스케이트를 타던 중, 얼음물에 빠진 그를 동생 요한 크리스토퍼가 구하려다가 대신 익사하게 된다. 이 사건은 프리드리히에게 있어 죄책감과 더불어 일생 동안 불안하고 우울한 심리상태를 갖게 한다. 결국 동생의 죽음을 무력하게 바라보았던 화가의 경험은 후에 죽음이라는 유한성을 넘어선 무한한 구원의 관념에 집착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했다.

프리드리히는 1788년부터 1790년까지 3년간 그라이프스발트 대학에서 본격적인 미술교육을 받게 된다. 그는 그곳에서 다수의 예술작품과 서적들을 접하게 됐고, 그라이프발트 주변을 포함한 북독일의 자연풍경을 경험하고 사색하며 독작적인 예술적 감성을 키웠다. 당시 프리드리히는 시인이면서 프로테스탄트 목사인 코제가르텐을 만나게 되는데, 특히 코제가르텐는 경건주의적 전통을 통해 신의 현존을 체험하고자 했고 무엇보다도 자연을 기본으로 하는 시각을 수용했다. 그는 신성함이란 자연을 통해 나타나며 자연에 대한 경험이 곧 신에 대한 경험과 동일시하면서 자연을 종교적인 개념으로 파악했다. 코제가르텐의 종교적인 자연관은 처음부터 중요하게 프리드리히의 예술세계에 깊이 각인돼 영향을 주었다.

<눈 덮힌 수도원>의 화면은 고딕적인 폐허를 그리고 있다. 수도원묘지는 골격만 남은 늙은 떡갈나무로 둘러싸여 추위로 꽁공 얼어붙은 풍경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수도승들이 죽은 형제의 엄숙한 장례를 치르고 있고, 초자연적이고 상징적인 빛이 거의 단색으로 하늘을 밝히고 있다. 이 그림은 죽음 이후의 삶을 주제로 한 것으로, 화면의 청명함으로 인해 비극적이면서도 신비롭게 까지 보인다. 또한 풍경화는 어두운 겨울 안개 위 밝아오는 하늘로 유한한 생명체인 인간이 영생한다는 희망을 주고 있다. 주제가 되는 죽음, 무덤은 언젠가 영원히 살기 위해서 인간은 종종 죽음에 자신을 맡겨야한다는 작가의 낭만주의적 사상에 의해 선택된 것이다.

이전에 괴테는 1810년 9월 18일 당시 드레스텐에 있는 프리드리히의 작업실을 방문했고, 그의 일기장에 <떡갈나무 숲 속의 수도원>과 <바닷가의 수도승> 등을 훌륭한 풍경화라고 찬사하면서 생생한 감흥의 여운을 기록으로 남겼다.

김미선|예대 강의전담교수‧서양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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