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이 아니면 사용하지 않기
내 것이 아니면 사용하지 않기
  • 전북대신문
  • 승인 2019.12.04 12: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 것이 아니면 사용하지 않기

#한 대학가 선거에서 특정 연예인 팬클럽 로고 등을 무단 차용했다.

#학기마다 고가의 전공 서적을 사는 대신 제본을 통해 공부하는 학생들이 꽤 많다.

#글꼴 파일마다 저작권이 있으나 이를 잘 알지 못하거나 알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여겨 무단으로 사용한다.

#영화, 음악, 프로그램 파일 등을 무료로 불법으로 내려받을 수 있는 곳들을 알고 있으며 이를 타인과 공유한다.

위 사례들은 모두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지식재산권 침해 사례이다.

우리나라에서 지식재산권에 대한 개념이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1979년 세계지적재산권기구에, 1987년 국제저작권협약에 가입했다. 이후 지식재산권 중 산업재산권은 특허청에서 저작권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관장하게 됐고 2009년 비로소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이 탄생한다.

사실 90년대까지도 우리나라의 지식재산권에 대한 개념은 미비했다. 그러다 1990년대 후반 일본 문화 개방을 논의하는 시점부터 공공연하게 표절해온 일본 음악, 방송 콘텐츠 등에 대한 일본의 반응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고소와 고발이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순수 창작물로 알려진 작품과 콘텐츠가 표절임이 밝혀져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을 아닐까.

일본 문화가 전면 개방되고, 대중문화의 곳곳에서 그 흔적들이 나타나면서 자성의 목소리가 커졌다. 내가 만든 음악, 우리가 만든 콘텐츠를 사회적으로도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그렇게 지식재산권의 의미와 가치가 일상으로 퍼져나갔지만, 생활에 스미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교육부 ‘여섯 단어 이상의 연쇄적인 표현이 남의 것과 일치하는데도 출처 표시 없이 그대로 가져다 쓴 경우’, ‘출처를 표시했다 해도 인용한 양 또는 내용이 정당한 범위를 넘어서 저작자의 고유한 또는 새로운 학술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운 자기표절, 짜깁기, 말 바꾸기, 중복게재나 기여 없는 저자표시 등도 표절로 판정’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정도의 기준으로 논문을 쓰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다. 대학의 지식재산권에 대한 개념은 국외 대학보다 매우 미비한 편이다. 실제 외국 유학 생활을 하는 한국 학생들이 적응하지 못하는 부분이 바로 이 점이다. 외국 대학의 경우 그래프 도용 하나만으로 학교 차원의 징계가 내려진다. 그러한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 학생들은 알게 모르게 표절을 하고 저작권을 침범하는 일이 벌어진다.

학문의 장이라 일컫는 대학에서는 지식재산권에 대한 더욱 강력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학생들은 학부 시절부터 다양한 리포트를 제출하고 발표한다. 발표 시 사용하는 그래프 하나, 사진 한 장도 내 것이 아니면 무단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꼭 필요한 자료라면 출처를 밝히고, 저작자의 동의를 구한 후 사용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야 한다. 더 바라본다면 이러한 개념과 교육들이 아주 어린 시절부터 이뤄져야 할 것이다.

대학의 12월은 각종 과제를 제출하고 평가를 받는 시기이다. 온전한 내 것을 만드는 경험들이 쌓이고 그것을 인정해 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광범위하게 형성됐을 때 우리 사회는 다양한 창조물과 창작자들로 풍성해질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