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4. 명화탐방기. 화가의 진심어린 고백, 사랑의 가족
1504. 명화탐방기. 화가의 진심어린 고백, 사랑의 가족
  • 전북대신문
  • 승인 2019.12.04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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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탐방기 ㉞피터 폴 루벤스, <엘렌 푸르망과 아들과 함께한 자화상>, 1639년경,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화가의 진심어린 고백, 사랑의 가족

 

김미선(예대 강의전담교수, 서양미술사)

피터 폴 루벤스(Peter Paul Rubens, 1577-1640)는 독일 출생으로 처음 벨기에 등지의 플랑드르 지방에서 활동했다. 그러나 리드미컬하면서도 강력하고 여기에 부드럽고 아름다운 색채의 자유롭고 풍만한 그의 화풍은 데뷔와 동시에 플랑드르 미술계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이내 전 유럽의 사랑을 받았다. 그는 생애 대부분을 유럽의 여러 왕실에서 궁정화가로서 활동하면서 수많은 찬사와 명성을 쌓았으며 바로크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로서 활약했다.

루벤스는 53세의 나이였던 1630년에 17세의 엘렌 푸르망과 두 번째 결혼했다. 아름답고 사랑스러웠던 엘렌은 그의 마지막까지 뮤즈로서 자리했고, 절정의 전성기로 접어든 루벤스의 회화 양식은 이후 감상적인 서정성이 새롭게 더해지면서 한층 더 풍부해졌다. 이는 그가 아내와 아들을 함께 그린 초상화에서 가장 강렬하게 표현됐다.

루벤스는 이 작품에서 어린 아내와 아들이 함께 있는 자신을 그리면서 그의 인생에 있어서 진솔하면서도 부부의 내밀한 순간의 모습을 숨김없이 그렸다. 그림에서 루벤스는 무한한 애정이 담긴 눈과 몸짓으로 아내를 바라보고 있으며 그의 손은 다정하게 그녀의 손을 감싸고 있다. 마찬가지로 화면에 등장하는 아내와 아들의 얼굴 표정과 그들의 몸짓에서 평온하고 사랑으로 가득 찬 분위기가 뿜어져 나온다. 루벤스의 가족은 ‘사랑의 정원’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정원을 배경으로 그려졌는데, 이곳에는 상징적인 모티브가 가득하다. 루벤스의 부인 엘렌의 어깨 뒤에 있는 장미꽃 화원은 사랑의 감정을 상징하며, 같이 묘사된 앵무새는 아내에게 가장 중요하게 요구되는 덕목인 정숙을 의미하면서 또한 성모 마리아의 모성을 의미한다. 화면 왼쪽의 여인상 기둥은 분수대에서 멈추지 않고 솟아오르는 생명수와 함께 다산을 기원한다. 빛나는 색채와 자연스러운 인물 묘사는 이 그림을 루벤스의 걸작 중의 하나로 평가받는 데 손색이 없게 만드는 요소들이다.

여기에 토실토실한 장밋빛 얼굴, 모자에서 빠져나온 헝클어진 곱슬머리, 생기 있는 눈은 아이의 명랑하고 유쾌한 성격을 말해주는 듯하다. 루벤스가 그린 아들의 모습은 전통적으로 그려졌던 일반적인 아이의 모습과 달랐다. 16세기에 이르러 아이는 작은 어른이 아닌 고유한 인격체로 간주되기 시작했고 점진적으로 아이 특유의 생김새와 감정도 관찰을 통해 사실적으로 표현되기 시작했다. 루벤스는 아들을 묘사하면서 비록 어린 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아이로서 충분히 우아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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