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자연에 몸을 맡기고 조선을 걷다
푸른 자연에 몸을 맡기고 조선을 걷다
  • 전북대신문
  • 승인 2019.12.04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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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이들을 위한 전북기행 ⑦고창 읍성과 상하농원]

푸른 자연에 몸을 맡기고 조선을 걷다

한 번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우리. 그러나 자가용이 없는 ‘뚜벅이’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뚜벅이족의 고민을 해소하기 위해 전북대신문사가 직접 걸어 전북의 곳곳을 다녀봤다. 그 현장으로 들어가 보자. <엮은이 밝힘>

▲560여년된 고창읍성에서의 시간 여행

 

전라북도는 한반도 최대의 곡창지대인 호남평야를 품고 있다. 덕분에 이곳은 식량 조달처 역할을 하는 중요지가 됐고 외세로부터 이 지역을 지키기 위해 성벽이 지어졌다. 고창읍성은 전라북도 읍성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성벽이 잘 보존돼 있다. 축조 된지 560여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건재한 고창읍성, 백 마디 말보다 한 번 보고 느끼는 것이 더 효과적인 법. 조상들의 지혜와 옛 정취를 한껏 느껴보기 위해 전라북도 고창을 방문했다.

시외버스를 타고 고창으로 가는 길 역시 곡창지대 전라북도답게 온통 논밭으로 이뤄져 있었다. 약 2시간을 이동해 고창공용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터미널에서 약 15분을 걸어 도착한 고창읍성은 4~6m로 생각보다 높은 성벽을 가지고 있었다. 자연석으로 이뤄져 투박함이 물씬 풍기는 고창읍성의 내부를 살펴보기 위해 북문으로 들어갔다.

성인 3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500원의 요금을 내고 입장하자 성곽 안쪽은 수려한 자연경관이 관람객을 맞이했다. 조정관원, 지방 관아 등의 한옥들이 자리해 옛 느낌을 물씬 풍겼고 한옥 근처의 팔각정과 연못은 그 향취를 더했다. 잠시 이방과 아전들이 일했던 건물인 작청의 마루에 걸터앉아 읍성을 둘러봤다. 눈을 감고 나뭇잎이 흩날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니, 마치 관아에서 일하다가 잠깐의 여유를 즐기던 조선시대 관리가 된 기분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촬영 명소인 대나무 숲으로 발길을 돌렸다. 고창읍성의 대나무 숲은 보안사라는 절의 운치를 더하기 위해 조성된 것으로, 지금은 없어진 보안사 터를 대나무들만이 채우고 있었다. 대나무 숲 속에 들어가니 그 잎이 빽빽해 낮 2시임에도 불구하고 어두컴컴했다. 대나무 잎 사이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이 어둠과 어우러져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대나무 숲 구경을 마치고 읍성을 둘러보니, ‘고창읍성 답성 놀이’ 팻말이 눈에 띄었다. 답성 놀이는 성벽을 쌓기 위해 호남 각지의 장정들이 뭉쳤음에도, 인력이 모자라 여인들까지 동원된 것에서 유래됐다. 이 여인들이 돌을 나르기 위해 성벽을 위를 올라가는 행위에서 지금의 답성 놀이가 시작된 것이다. 돌을 머리에 이고 성을 한 바퀴 돌면 다리 병이 낫고 두 바퀴 돌면 무병장수 하고 세 바퀴 돌면 극락 승천한다는 전설이 있어 읍성 한편에는 머리에 이고 갈 수 있는 돌도 준비돼 있다.

기자도 읍성 성곽을 따라 답성 놀이를 시작했다. 성벽은 사람 한명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의 너비였고 난간은 없었다. 한발 내딛자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무병장수의 욕심을 버리고 돌을 머리에 이고 오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바람까지 꽤 거세 성큼성큼 올라가지 못하고 걷고 쉬기를 반복했다.

‘그만 내려갈까?’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가던 길을 멈추고 고창 시내를 내려다봤다. 조상들이 쌓아올린 성벽 위에서 본 시내의 풍경은 과거와 현재가 맞닿아 있었다.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니, 두려움은 어느새 사라졌고 힘차게 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성벽을 걷는 내내 조선을 걷는 기분이 들었다.

▲ 하늘과 땅, 자연과 사람의 상하농원

 

고창 읍성을 뒤로하고 상하농원으로 떠났다. 고창시외버스터미널에는 해리 방면으로 가는 버스가 여러 차례 있다. 신사, 아산, 월성 방면으로 가는 버스를 타면 되는데 10시 10분, 12시 10분, 15시 30분 등 하루에 총 9회 운행한다. 자세한 버스 시간 문의는 고창공용버스터미널(563-3388☎)로 하면 된다. 전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해리터미널로 가는 직통 버스도 수시로 운행한다.

하늘과 땅을 뜻하는 상하농원의 명칭은 자연이 주는 그대로를 사람이 정직하게 전하겠다는 뜻이다. 이름대로 자연 속에서 동물과 농작물을 기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상하농원은 연중무휴로 아침 9시 반부터 21시까지 운영된다. 입장권은 대인 8,000원, 소인 5,000원이지만 17시 이후에는 무료다.

농원 안에는 햄·과일·빵·발효 공방과 동물농장, 체험장이 있었다. 북적북적한 일상에서 벗어나 귀농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농원은 로즈마리 같은 향신료 밭, 예쁘게 꾸며놓은 벽돌집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었다. 한적한 농원에서 가장 생기가 넘칠 것 같은 동물농장을 가장 먼저 찾았다.

농원 끝자락에 위치한 동물농장은 야외 목장과 실내 목장으로 나뉘어있다. 야외 목장을 먼저 방문하니 푸른 초원 위에 양들이 평화롭게 건초더미를 먹고 있었다. 평일 주말 상관없이 11시와 14시에는 먹이주기 체험을 할 수도 있다. 양들의 푹신한 털을 만져보고 싶은 마음을 뒤로하고 실내 동물농장으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서니 토끼, 닭, 기니피그들이 사람을 반기고 있었다. 토끼들은 난로 아래서 옹기종기 불빛을 쬐고 있었다. 우리로 다가가자 토끼들은 사람이 익숙한 듯 가까이와 고개를 내밀었다. 아기자기한 동물들을 구경하고 있을 때, 어디선가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커다란 소가 눈에 들어왔다. TV에서만 접했던 얼룩덜룩한 무늬의 젖소가 30마리를 훌쩍 넘었다.

소들 사이로 걸어가니 창고 옆 분뇨 더미에서 나오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분뇨를 산더미로 쌓아둔 까닭이 궁금해 옆 팻말을 보니 상하농원이 자랑하는 친환경 분뇨 사용 사육 방식이 적혀있었다. 상하목장의 젖소들이 하루에 만들어내는 배설물의 양은 7톤에 달한다. 상하농원은 이를 퇴비의 재료로 만들어 목초지 풀을 기르고 잘 자란 풀을 소에게 제공한다.

사료가 아닌 풀을 먹고 자란 소의 분뇨는 섬유질이 많아 유기농 퇴비의 좋은 재료가 된다. 겉보기에는 독한 냄새가 나는 분뇨지만 풀에서 젖소를 거쳐 건강한 유제품으로 돌아온다고 생각하니 자연이 주는 그대로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려는 상하농원의 노력이 느껴졌다.

목장을 뒤로 하고 체험장을 방문했다. 이곳에서는 쿠키, 찹쌀케이크, 소시지 등의 먹거리 만들기 교실이 열린다. 마침 당일 소시지 만들기 교실이 열려 참가자들의 체험을 엿볼 수 있었다. 소시지 만들기는 소시지 껍질에 으깬 돼지고기를 주사기 모양으로 삽입하면서 껍질을 말아주는 방식이었다.

한 참가자는 “회사 워크샵을 위해 고창까지 오게됐다”며 “농원 견학과 소시지 만들기 등 새로운 경험을 많이 했다”며 아이 같은 미소를 보였다. 상하농원에는 목장에서 만든 재료를 요리해 판매하는 식당, 상하키친이 있다. 상하키친은 공방의 수제 햄과 소시지를 전문으로 한 식당이다. 상하키친의 가장 큰 특징은 식당 아래층에 있는 소시지 공장의 벽이 투명한 유리로 돼있는 것이다. 때문에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어 그 품질을 믿고 먹을 수 있었다.

소시지 피자의 도우, 토마토소스도 수제로 만든 것이라 더 믿음직스러웠다. 특히 쭉 늘어나는 치즈 위에 큼직한 소시지와 햄의 맛이 일품이었다. 끼니를 때웠다면 다음은 후식의 차례, 상하농원엔 카페도 마련돼 있다. 상하농원 파머스카페는 목장에 있는 젖소의 우유로 아이스크림을 만든다. 목장에서 짠 신선한 우유로 만들어서 그런지 은은한 달콤함과 함께 깊은 풍미가 느껴졌다. 그렇게 입 안 가득 채운 달콤함으로 상하농원에서의 일정이 마무리됐다.

바쁘고 자극적인 생활에 지친 현대인에게 더 없는 힐링을 제공하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민지 기자 minji9813@jbnu.ac.kr

조유정 기자 whd5974@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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