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장점마을 주민 집단 암 발생 현장르포]
[익산 장점마을 주민 집단 암 발생 현장르포]
  • 전북대신문
  • 승인 2019.12.04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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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장점마을 주민 집단 암 발생 현장르포]

 

연일 내뿜던 검은 연기, 결국 주민 3분의 1 암 발병

비료공장서 불법 연초박 사용이 원인으로 밝혀져

“돌아가신 17명의 주민에 대한 보상과 책임 다해야”

피해 우려 지역 위해 관련 법안 조속한 개정 절실

 

지난 2001년, 익산시 함라면 장점마을 인근에 비료 공장이 들어섰다. 겉보기엔 평범했던 비료 공장은 밤마다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장점마을 주민들을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었다. 저수지의 물고기는 떼로 죽어나갔으며 주민들은 고질적인 피부병에 시달렸다. 주민 99명 가운데 33명이 암에 걸렸다. 그중 17명이 사망했고 현재 16명이 투병 중이다. 작고 평화로웠던 장점 농촌마을은 왜 ‘암’이라는 불행에 잠기게 됐을까.

익산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익산 장점마을로 향했다. 마을버스에서 내리니 눈앞에는 허허벌판이 펼쳐져 있었다. 사람은커녕 차 한 대 조차 지나가지 않는 도로 위, 장점마을로 들어가기 위해 일직선으로 뻗은 도로를 계속해서 걸었다. 표지판 하나 없어 그저 도로를 따라 걷다 보니 장점마을을 마주할 수 있었다.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날씨임에도 장점마을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적막은 극에 달해 발소리가 마을 전체에 울려 퍼지는 듯 했다. 거리에 버려진 농기계는 언제 쓰였는지 거미줄이 쳐져 있었다. 장점마을 주민을 만나기 위해 마을을 돌아다녔지만 고요한 마을에서 주민들을 만나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20분 정도 마을을 헤매고 나서야 최재철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장을 만날 수 있었다.

최재철 위원장과 함께 트럭을 타고 비료 공장이 있던 곳으로 이동했다. 몇 채의 집은 대문이 활짝 열린 채 방치돼 있었다. 최재철 씨는 장점마을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러 왔다는 이야기에 속마음을 토로했다. 허름한 집 담벼락을 가리키며 “이 집부터는 전부 다 암으로 가득 차 있어”라고 말했다. 최재철 위원장은 이유도 모른 채 마을 주민 17명을 잃었을 때, 그들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던 자신을 한탄했었다고 덧붙였다. 공장으로 가기 위해 트럭을 타고 가다보니 ‘장점마을 암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청한다’라는 내용이 적힌 수십 개의 현수막이 보였다. 18년 동안 정부와 싸워 온 마을주민들의 흔적이었다.

비료 공장이 들어서기 전 익산 장점마을은 90여 명의 주민들이 농사를 지으며 가꿔온 깨끗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곳이었다. 2001년 금강농산 비료 공장이 들어서고 모든 것이 바뀌었다. 그곳에서는 연일 검은 연기를 피워댔다. 최 씨는 “소위 송장 타는 냄새같다고 할 정도로 역겨웠고 매일 머리가 아팠다”고 전했다. 청정함을 자랑하던 저수지에서는 물고기가 집단 폐사하기 시작했다.

 

지난 14일 환경부는 전북 익산 장점마을 인근의 비료 공장에서 배출된 유해 물질이 주민들의 암 발생과 관련이 있다고 발표했다. ‘장점 마을 건강영향조사 보고서’를 살펴보면 금강 농산에서 비료관리법에 의해 퇴비로만 사용해야 할 연초박, 담뱃잎 찌꺼기를 불법적으로 유기질 비료 생산 공정인 건조공정에 사용했음을 확인했다. 연초박에는 담배특이니트로사민과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 등이 함유돼있다. 담배특이니트로사민에는 1군 발암물질인 NNN과 NNK가 들어있어 간암과 식도암, 비강암 등을 일으킨다.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도 폐와 피부에 암을 발생시키는 1급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포함돼 있다.

비료 공장이 설치된 당해부터 장점마을의 환경과 주민들은 계속해서 아픔을 호소해 왔다. 피부질환으로 고생하기 시작한 주민들이 지자체에 ‘비료 공장으로 인해 장점마을이 악화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지난 2011년에 비료 공장은 세 번의 환경오염물질 배출 위반을 저질렀지만 조치 명령, 개선 권고로 끝이 났고 결국 공장 폐쇄는 무산됐다. 지난 2017년 비료 공장이 부도에 이르기 전까지 공장은 계속 가동됐고 마을 주민들은 16년 동안 꾸준히 발암물질에 여과 없이 노출됐다. 최재철 씨는 “익산시 공무원들은 비료공장이 암 발병의 원인이라는 마을 주민들의 주장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는 말만 번복했다”고 답답함을 내비쳤다.

공장으로 가던 길, 최 씨의 도움으로 피해주민을 만날 수 있었다. 현재 위암으로 투병 중인 김영환(익산시·81) 씨는 비료 공장이 들어서기 전 아름다웠던 장점 마을의 풍경을 회상하며 분노했다. 그는 “마을 주민들은 비료 공장과 정부 탓에 피 말리는 고통 속에 살았고 결국 죽음에 이르렀다”며 “현재 암 투병 중인 주민들과, 돌아가신 주민 17명에 대한 보상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라고 했다.

 

늘어져 있는 현수막과 오염 된 저수지를 지나니 비료 공장을 마주할 수 있었다. 비료공장은 색이 다 바랜 거무튀튀한 파란색의 컨테이너 건물로 겉에서부터 음산함이 감돌았다. 공장 내부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바닥에서는 부유물의 끈적임이 느껴졌고 악취가 진동했다. 공장 내부에는 어떠한 정화시설도 갖춰져 있지 않았고 중간 중간 함정처럼 깊이 파여 있는 바닥에는 과거에 불법 폐기물들이 쌓여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최 씨는 공장 안에 들어가기 전에 “공장 안을 잠깐 둘러보는 것은 괜찮지만 오랫동안 머무는 것은 절대 좋지 않다”며 경고했다. 공장 밖으로 나와 보니 연초박의 흔적도 찾아볼 수 있었다.

공장 구석에는 KT&G라고 적혀진 플라스틱 박스들이 한 곳에 모여 탑을 이루고 있었다. 실제로 환경부의 역학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금강농산은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연초박을 KT&G 신탄진 공장에서 2242톤, 광주공장에서 177톤을 반입한 바 있다. 장점 마을 주민들은 연초박을 반입한 KT&G에 대해서도 공식적인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KT&G는 법령상 기준을 갖춘 폐기물 처리 시설에 적법 매각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최 씨는 “KT&G는 1급 발암물질이 함유된 연초박 사용을 지켜만 봐왔다”며 KT&G의 책임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장점마을 주민들은 행정의 안일함을 보였던 해당 지자체와 환경부, 그리고 금강농산에 연초박 재료를 공급한 KT&G에게 소송을 진행 중이다.

환경부의 역학조사 결과 발표 후 전라북도는 집단 암 발병에 관련해 대한 책임을 인정하며 지난달 15일 공식 사과 입장을 내놨다. 또한 연초박을 전라북도 내에서 전면 퇴출시킨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와 함께 연초박에 대한 유해성, 재활용 시 국민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폐기물 관리법과 비료관리법을 개정할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또한 익산시는 장점마을 집단 암 발병 사태에 있어 사후관리와 역학조사에 관한 중앙대책을 수립해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현행법상 연초박을 대기오염물질로 규정하고 있지 않아 법개정의 필요성을 느낀다”며 현재 환경부와 논의 중에 있다고 했다.

정세진 기자 tpwlsdl555@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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