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동아리? 우리가 접수했어요”
“남성 동아리? 우리가 접수했어요”
  • 김슬기 기자
  • 승인 2009.04.11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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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동아리 매니저 오선혜·한송희·윤민선 씨
경기장을 누비는 남학생들의 주위에서 날카롭게 그들을 지켜보는 여성들이 있다. 경기 기록 체크부터 연습 관리, 총무까지…, 코트 밖에서 선수들의 기량을 책임지는 일등 공신 운동부 매니저들의 눈부신 활약이 돋보인다. 남성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스포츠 동아리에서 다른 방식으로 스포츠 사랑을 실천하는 매니저들, 그녀들의 동아리 접수기(?)가 궁금하다.

“신나는 족구, 남자만 즐길 수 있나요?”

족구동아리 ‘용광로’ 회원들이 소운동장 한 편에서 시합준비를 하느라 부산하다. 남학생들 무리에서 함께 준비운동을 하고 있는 오선혜(식품영양·08) 씨가 눈에 띈다.
선혜 씨는 지난해 동아리 모집 기간에 우연히 들린 족구 동아리에 호기심 반, 설렘 반으로 가입했다. 족구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선혜 씨는 쉬운 규칙과 절도 있는 동작을 갖춘 족구의 매력에 금세 빠져들었다. 그녀는 남학생들과 함께 운동장을 뛰고, 공을 주고받으며 적극적으로 족구를 즐긴다.
학기초에 여성회원들이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활동을 중단하는 것이 안타까웠던 그녀는 선배가 된 지금, 여자 후배들에게 두 배로 더 잘하려고 노력한다. 선혜 씨는 “여자 후배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더 가지려 한다”며 “남녀가 평등한 동아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부장을 맡고 있는 그녀는 동아리 내에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MT, 체육대회 등 레크리에이션은 그녀의 주 종목. 종종 분위기가 가라앉을 때는 선혜 씨 특유의 유머와 몸 개그로 분위기를 한껏 띄어주기도 한다고.
뒤에서 밀어주고, 옆에서 챙겨주는 그녀는 동아리 회원들에게 지칠 때 쉴 수 있는 아름드리 나무 같은 존재. 선혜 씨는 스포츠 사랑에 남녀가 따로 있겠느냐며 힘차게 공을 차올린다.

“농구도 사랑도 친구도 3점 슛!”

유니폼과 수건, 그리고 농구공이 쌓여 있는 농구 동아리 ‘돌풍’의 동아리방에서 남학생들과 장난을 치고 있는 한송희(섬유시스템·08) 씨의 모습이 보인다. 평범하게만 보이는 그녀의 일상은 실은 일 년 동안 동아리에 적응하기 위해 그녀가 쏟아 부은 노력의 결과물이다.
농구 동아리의 매니저를 권하는 학과 선배의 제안은 평소 농구를 좋아하는 송희 씨에게 거절하기 힘든 달콤한 유혹(?)이었다. 부푼 마음을 안고 지난해 3월 농구 동아리 매니저 자격으로 가입한 송희 씨는 남성 중심의 동아리 분위기가 낯설기도 하고 선배들의 짓궂은 장난에 당황할 때도 많았지만 차차 적응해나갔다. 열심히 동아리 활동을 하던 지난해 2학기에는 동아리 선배와 연인사이로 발전하기도 했다.
정식 동아리 회원이 된 후 그녀가 제일 처음 한 일은 농구 규칙을 공부하는 것이었다. 매니저는 경기 중 기록지에 득점·파울 등 경기 상황을 기록하는 역할을 담당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규칙을 아는 것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송희 씨는 “초기에는 기록에 오류도 많았지만 지금은 심판 보는 일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다”고 웃어 보였다.
농구의 매력으로 생동감과 스피드를 꼽는 송희 씨. 남성 일색의 운동 동아리지만, 매니저에서부터 총무까지 겸하며 자신의 존재를 키워 가는 그녀에게서 남성 회원들은 든든함을 느낀다고 입을 모은다.

“그라운드 책임지는 야구 마니아”

매주 금요일은 야구 동아리 ‘재규어스’의 정규 연습 날이다. 배팅 연습이 한창인 대운동장에서 공을 던지며 연습을 도와주는 윤민선(경영·09) 씨를 만났다.
어릴 때부터 야구 마니아인 아버지와 함께 야구를 보러 다닌 민선 씨는 자연스럽게 야구 동아리에 가입하게 됐다. 여성 가입자가 적을까봐 걱정했던 그녀는 올해 월드컵과 WBC의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매니저 지원이 배로 늘어 안도했단다.
야구 경기의 매력으로 무엇보다 ‘팀워크’를 꼽는 그녀. 여럿이 호흡을 맞추며 땀을 흘리는 모습을 볼 때 민선 씨는 벅찬 감정을 느낀다고.
가입한지 한 달이 넘은 그녀는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은 초보 매니저지만 열정만은 프로다. 민선 씨는 평일뿐만 아니라 주말에도 물음표를 달고 야구에 관해 선배들에게 질문을 퍼붓는단다. 그녀는 “선배 매니저들에게 기록 방법, 운동 규칙 등을 배우고 있다”며 “열심히 노력해 똑 부러지는 솜씨로 동아리에 도움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오는 19일에 열리는 전주사회인리그에서 목이 터져라 팀을 응원하며 최선을 다할 민선 씨. 덕아웃이든 관중석이든 어디에 서 있든, 야구를 사랑하는 열정만으로도 민선 씨는 ‘재규어스’의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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