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 최승범 명예교수
  • 승인 2009.04.11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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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生의 妙用(The use of life)] 김열함, 동명사, 1984
고 3때의 일이었던가, 대학에 갓 들어가서 일이었던가. 저때 서점에서 구한 한 권의 책을 읽는 재미에 빠진 바 있었다. 책이름은 영한(英韓) 대역의, 『The Use of Life(인생의 모용)』이었다. 지질이 좋지 못한 46판 2백 페이지가 다 못되는 책이었다는 생각이다. 원저자와 역자, 그리고 출판사는 다 잊었다.
어느날, 이 책을 다시 읽고 싶은 생각이 일었다. 어린 시절 즐겼던 어느 한 음식 맛에 대한 향수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서가를 둘러보았으나 눈에 띄질 않는다. 그러나 휴지로 내다버렸다는 기억은 없다.
하루는 영문과 김연호 교수와의 만남에서 이 아쉬움을 말하자, ‘혹 대학도서관에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이야기였다. 이런 일이 있은 며칠 후, 김 교수는 친절하게도 도서관에서 대출까지하여 나의 손에 이르게 하였다.
저자는 에이브버리(Lord Avebury, 1834-1913), 역자는 김열함으로 동명사(1984) 발행이다. 반가움에 책장을 넘기며 살펴보자 내용이 같다. 다만 책형(5·7판)이 다르고 책의 짜임새가 다르다. 학생시절 구독하였던 책이 아니다. 역자도 다른 책인 것 같다.
지난날 읽었던 원문을 더듬거려 본다. 기억에 남아있는 구절들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번역문으로 다시 읽어본다.
-‘세상에서 배워야할 가장 중요한 것은 생활을 영위하는 방법이다.’
본문 제 1장의 첫줄이다. 그래, 그랬었지. 학생시절 내가 이 책에 빠져든 것은 영어 공부에도 있었다 하겠으나, 그 보다도 삶의 슬기를 챙기는데 많은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전공을 위한 독서였기보다도 사람살이를 위함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기회는 사라지기 쉽고, 경험은 불확실하고, 판단은 어렵다.’
히포크라테스의 유명한 양생훈을 처음 알게 된 것도 이 책에서였다. 나는 뒷날 ‘예술은 길다’의 ‘long’을 예술 창작 과정의 험로로 풀이하며 짧은 잡문 한 편을 쓴 바도 있다.
-‘인생은 장미 침대만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싸움터 만인 것도 아니다.’(Life is not a bed of roses, but neither need it be a field of battle.)
나는 ‘6·25’때 제 11사단 13연대를 종군한 바 있다. 이때의 애환(哀歡)이 일 때마다 나는 이 한마디를 되챙기곤 하였다.
이런 구절도 있다.
-‘장미꽃에 가시가 있다고 불평을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가시가 꽃을 피게 하는 것을 고맙게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여기 되챙겨 본 말들은 모두 제1장 <당면한 큰 문제>(The Great Question)에 드러나 있다. 이 책은 모두 14장의 구성이다. 14장의 맨 끝구는 <구약전서> 민수기(民數記)에 나오는 발람(Balaam)의 말로 맺었다.
-‘나는 의인(義人)의 죽음같이 죽기를 바라며 나는 종말이 그와 같기를 바란다.’
이번 기회에 나는 다시금 이 책으로 하여 반신독서(反身讀書)의 기회를 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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