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람이병기시문학상 고등부문 당선작-호두 한 알
가람이병기시문학상 고등부문 당선작-호두 한 알
  • 전북대신문
  • 승인 2012.10.1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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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 한 알

김경민 안양예고 2

두꺼운 벽 너머 봉숭아 꽃망울 터뜨리는 봄빛산부인과
유리문 사이로 울음소리 하나가 터져나온다 순간
한껏 부풀었다 줄어들기 시작한 빈집 하나
호두과자를 굽는 여자는 때마침 달그락, 철판을 뒤집는다
모양틀에 반죽을 불고 앙금을 잘라넣을 때
안쪽부터 따뜻해지기 시작하는 아랫배
그녀는 사라진 집의 기억으로 호두의 형상을 빚는다
유리문이 열리고 부푼 배를 안고 나오는 임산부
한 그루의 여자
단단하게 부푼 배에는
여러 갈래 주름의 자리가 준비되어 있다
밀가루로 빚은 껍질은 단단하지 못하다
줄어들기 시작한 세계처럼
금방 식어버리는 호두과자
뿌리없이 열리는 그녀의 열매들은
주름을 입고 순식간에 늙어버리고
불을 조절하는 여자의 아랫배는
잠시 부풀어 오르는가 싶더니,
텅 빈 호두알
바삭한 첫 울음 터뜨리며 굴러나온다
식은 과자를 담는 종이봉투에서
바스락, 마른 잎 소리가 난다
한그루 호두나무 불판에 데였는지 가지를 쓱쓱 문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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