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가람이병기청년시문학상대학부시 당선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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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대신문
  • 승인 2013.10.12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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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가람이병기청년시문학상대학부시 당선소감

내 목소리로, 내 풍경을, 다른 사람들에게

김지섭(우석대 문창 2)

기성시인의 시집 한 권 덮을 때마다 풍경이 몇 겹씩 내려앉는 걸 느낍니다. 풍경이 현실과 달라서 소중하기도, 현실보다 더 현실 같아서 고맙기도 합니다. 쉽게 행복해지거나 우울해질 수 있어서 특별했던 때에는 시를 쓰는 일이 그저 재미있었을 뿐입니다. 그땐 (지금도 헷갈리지만) 좋은 시와 나쁜 시에 대한 나만의 기준조차 모호했습니다. '그냥' 좋은 시들을 적어놓고 자주 쳐다보았습니다.
생각해보면 어떤 순간이 소중해지는 것이 가장 위험한 건지도 모릅니다. 소중해지고 유일한 것이 생기고 나면 그만큼 감당하기 힘들어집니다. 미래를 걸어보겠다는 생각을 할 때부터 시는 더 이상 재밋거리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지쳐가면서도 내 목소리로, 내 풍경을, 다른 사람들에게 새기고 싶다는 욕심이 좀체 흔들리지 않습니다. 어쩌면 나는 정말로 시를 좋아하는 걸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요즘 자꾸 생각하곤 합니다.
풍경에 대한 내 욕심은 기억에 대한 욕심입니다. 또는 이름에 대한 욕심이고요. 내가 살아 있었다는 사실이 세월에 의해 도려내지지 않도록 저는 저만의 무늬를 남기려는 겁니다. 그 수단이 풍경이고, 풍경은 시의 수단이기도 합니다. 활자로 된 그림이 여러 사람의 머릿속에서 떠올려졌으면 좋겠습니다. 그 그림이 시인의 이름보다도 먼저 떠올려지는 시인이 되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내가 남기고 싶은 풍경은 튼튼하거나 굳센 게 아닙니다. 무너질 듯 흔들리는 풍경이 내 이름을 대신해주기를, 세상을 향한 아우성 같은 시가 아니라 토닥토닥 어깨를 두드리는 시가 나를 말해주기를 바랍니다. 숨이 차오를 때 마시는 한 모금 물처럼 이 상이 고맙습니다. 물을 마셨으니 이제부턴 더 심한 갈증을 느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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