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배치 반대 중심지 성주에 가다] 49일 째 간절한 외침…성주군민의 힘겨운 투쟁
[사드배치 반대 중심지 성주에 가다] 49일 째 간절한 외침…성주군민의 힘겨운 투쟁
  • 최유승 기자
  • 승인 2016.09.07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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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기만하고 무시하는 정부 불통
투쟁위, 한반도 사드배치반대 주장
안보 중요하지만 군민의견 수렴 중요


성주 군청으로 향한 지난달 30일, ‘사드’·‘반대’가 큼직이 적힌 현수막이 여럿 보였다. 저녁 7시가 되자 성주군청 앞으로는 은색 스폰지와 촛불과 컵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의 눈빛은 ‘49일’간의 집회로 인해 상당히 지쳐보였다. 집회장소로 하나 둘 씩 모여든 군민들은 합심해서 기운을 차리기 시작했다.


정부는 한미 패트리어트와 함께 다층방어 체계를 구축해 최소 2회 이상 추가 요격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명목으로 지난 7월 사드배치를 결정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13일 성주 성산에 사드배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성주 군민과의 소통 문제, 실효성, 사드로 인한 부작용 등으로 성주 군민과의 갈등을 빚고 있다.

촛불집회가 시작돼 하나 둘씩 촛불을 켜고 저녁 8시가 되자 모두 은색 스펀지 위에 앉았다. ‘사드배치반대’의 글귀가 새겨진 머리띠를 찬 한 남성이 사람들 앞으로 나왔다. 그의 현 정부의 비판 섞인 연설을 시작으로 집회가 시작됐다. 이들은 지난 7월 성주 성산에 사드배치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현재까지 촛불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김정수(성주군·47) 씨는 “성주 군민과의 상의 없이 사드배치를 결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군청으로 나와 집회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촛불집회에 모인 군민들은 “소통하자”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이번 사드배치 논란은 소통과 전자파 문제였다. 국방부는 지난 7월 성주 성산을 사드 배치 장소로 결정했지만 성주 군민, 군수는 이 사실을 당일에 알았기 때문이다. 백현자(성주군·48) 씨는 “13일 전까지 정부의 어떠한 설명도 없었다”며 “이러한 결정은 국민을 개, 돼지로 취급하는 거나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이후 국방부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 등 정부 관련자가 성주 군청으로 찾아왔지만 군민들은 이들을 반겨주지 않았다. 성주 사드배치저지투쟁위원회(이하 ‘투쟁위원회’) 이수인 팀장은 “미리 말 못할게 따로 있지 국민들의 안전을 뒷전으로 생각하는 게 세상 어디에 있냐”며 “정부 관계자가 2번 찾아왔지만 모두 좋지 않게 끝났다”고 말했다. 첫 사드배치 발표 이후, 투쟁위원회는 생각의 변화가 있었다. 투쟁위원회 이재동 회장은 “사드에 관해서 공부하다보니 많은 불이익을 가져온다는 것을 알았다”며 “처음에는 성주 사드배치 반대였지만 지금은 한반도 사드배치 반대로 생각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군청 앞은 수십명의 사람과 촛불로 가득 찼고 그 주위로는 물과 책자를 나눠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집회 첫날부터 틈틈이 나와 책자를 나눠주는 도완영(성주군·41) 씨는 “전문가들도 사드 전자파의 영향이 어떻게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지 확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국방부는 사드 레이더 전자파와 유사한 ‘패트리어트 레이더 전자파’와 ‘그린파인 레이더 전자파’의 측정결과를 공개했다. 측정결과 두가지 모두 국내 안전 기준치 6W/m²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한 국방부는 사람이 살지 않는 고도가 높은 지역에 사드를 설치할 것이라 레이더 영향권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드 배치를 두고 국방부와 전자파 전문가 간 의견차이로 성주 군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박형진(성주군·16) 씨는 “전자파로 인한 피해는 단기간에 알 수 없다는데 몹시 걱정 된다”며 불안한 표정이 드러났다.


집회 관계자의 연설이 끝난 후 ‘사드가 실질적으로 미사일을 방어할 수 있는가’ 등 사드 실효성 관련된 동영상을 시청했다. 동영상을 유의 깊게 보던 이현주(성주군·56) 씨는 “사드의 실효성에도 문제가 있다”며 “신뢰가 떨어진 국방부와 전문가의 의견이 분분하니 걱정이 안 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촛불 집회 현장에는 조용히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원불교 단체도 있었다.


지난달 22일에는 성산이 아닌 제 3 후보지를 검토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제 3후보지로 롯데 스카이힐 골프장이 유력 후보로 뽑혔다. 하지만 이곳은 원불교 5대 성지인 성주성지와 거리가 3.6km 떨어져 있다. 원불교성주교당 김성혜 원장은 “사드는 전쟁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평화를 상징하는 원불교에서는 사드 도입이 불편한 입장이다”고 말했다.


사드로 인한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걱정하는 이도 있었다. 방민주(성주군·38) 씨는 외교 관계에 있어 “사드 배치로 인해 중국과의 교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데 큰 타격을 입는 것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또한 박수규(성주군·54) 씨는 “실제로 뉴스를 보면 중국이 관세를 높인다거나 수출 절차를 복잡하게 만든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딸과 함께온 어머니도 있었다. 배영희(성주군·47) 씨는 “사드배치로 인해 아이들이 전자파로 피해를 입을까 걱정 된다”며 “미군이 성주로 들어오게 되면 과거에 있었던 미군의 만행이 성주에서 어떤 피해를 줄지 심히 걱정 된다”고 말했다. 김나영(성주군·17) 씨 역시 “사드배치가 결정된 후 집회가 열리는 모습을 쭉 봐왔다”며 “이곳저곳 설치된 현수막이 무서운 분위기를 조성해 성주의 분위기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한편 성주군청 입구에서는 작은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왜 사드배치를 반대하시는 겁니까?”라며 집회에 참여한 군민에게 질문한 사람도 있었다. 군청 앞 사람들을 의아하게 보던 김장석(성주군·62) 씨는 “북한의 미사일로부터 5,000만 명의 목숨을 구하는 건 사드뿐”이라며 “북한에서 미사일 날라오면 제일 먼저 피할 놈들이 여기서 집회한다”며 강도 높은 비난을 하기도 했다.


“우리는 하나다, 성주군민 똘똘뭉치자”, “사드배치 결사반대”를 외치며 촛불집회는 절정에 이르렀다. 밤 10시, 촛불집회는 투쟁위원회의 마무리 연설로 끝이 났다. 이들은 거리에 묻은 촛농을 치우고 성주 군청 앞을 깨끗이 청소했다. 그렇게 49회 촛불집회는 마무리됐다.


현재 사드는 성주 성산에서 변경되면서 롯데 스카이힐 골프장이 제 3후보지 중 유력 후보지로 지목됐다. 김천 혁신도시와의 거리가 약 7km의 차이가 나는 롯데 스카이힐 골프장이 후보지로 떠오르면서 김천 시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최유승 기자
yuwin@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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