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폭탄 '누진제'를 살펴보다] 통제 없는 전기 공급약관…한전 ‘누진제’ 횡포
[요금폭탄 '누진제'를 살펴보다] 통제 없는 전기 공급약관…한전 ‘누진제’ 횡포
  • 유경희 기자
  • 승인 2016.09.0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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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파동 계기로 주택용 누진제 적용돼
누진단계 높아질수록 전기요금 부담 커
전기료 부당이득 반환소송 참여 이어져

 

33∼34도가 치솟는 폭염에 지친 사람들은 하나 둘 에어컨과 선풍기를 틀었다. 더위를 식히고자 잠시 작동시켰을 뿐인데 요금폭탄을 맞았다. 원인은 주택에 적용되는 누진제 요금이었다. 국민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누진제가 적용된 전기요금을 납부하고 있었다.

▲쓰면 쓸수록 부담도 커지는 누진제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는 전기공급약관(이하 ‘약관’)에 따라 전기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약관에 따른 요금체계는 주택용, 일반용, 교육용, 산업용, 농사용, 가로등용으로 분류한다. 이 가운데 주택용 전기요금에만 누진제를 도입하고 있어 올 여름 폭염과 함께 개별 가구에 전기요금이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973년 제 1차 석유파동으로 유가가 급등하자 전기를 절약하고 저소득층의 요금부담을 낮추자는 취지로 처음 누진제가 시행됐다. 도입 당시 주택용에만 한정해 도입됐다. 이 후 누진제는 석유, 전기 등 에너지의 수요와 시장에 따라 누진단계가 확대, 완화돼왔다.

한전의 전체 전력판매량은 가운데 기업, 공장에서 쓰는 산업용은 55%, 일반가정의 주택용은 13%이다. 하지만 지난 2014년 기준 전기요금 단가는 산업용은 107원, 주택용은 125원으로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2013년 OECD 통계자료에 따르면 산업용은 OECD 평균치 2배였지만 주택용 전기사용량은 평균의 절반이었다.

일반적으로 주택용 전기요금은 ‘기본요금+전력량요금+전력산업기반기금+부가가치세’ 등으로 구성된다. (한전에서 말하는 전기요금은 기본요금+전력량요금이다). 기본요금과 전력량 요금은 전기사용량에 따라 100kwh를 기준, 총 6단계의 누진요금이 부과된다. 300kwh를 사용했다고 가정했을 때 100kwh를 넘으면 다음단계인 2단계, 3단계로 진입해 전력량 요금에 100kwh씩 곱해져 적용된다. 1단계와 6단계 전력량 요금의 누진배율은 11.7배에 이른다.

하지만 본래 취지와 달리 누진제는 전기사용에 부담감 안겨줘 국민들의 반발을 샀다. 전기사용량이 증가함에 따라 순차적으로 높은 단가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구간별 전기요금은 일정비율이 아닌 전기사용량이 많아질수록 큰 폭으로 증가한다. 55kwh와 550kwh 전기사용을 비교하면 사용량은 10배지만 요금은 41배로 껑충 뛰었다.

지난 2015년 한전은 주택용 전력사용현황 통계로 1단계(100kwh이하)를 사용하는 가구 수를 전체가구의 18%라고 발표했지만 가구 수 가운데서도 빈집, 1인 가구 등이 포함돼있는 게 함정이다. 게다가 1단계 이하 가구의 실제 사용량은 3.5%에 불과해 정작 저소득층은 전기를 마음 편히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었다. 전기를 사용하는 전체 가구 가운데 누진제 3단계, 4단계 적용이 가장 많았으며 전력판매량의 69%를 차지했다. 법무법인 인강 곽상언 변호사는 “냉장고, 선풍기만 사용해도 1단계를 넘을 수밖에 없다”며 “2단계면 누진제가 적용돼 요금이 배로 높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정뿐만 아니라 주거용 시설, 원룸 등도 주택용 전기요금에 속한다. 전기를 절약해도 요금폭탄을 맞는다면 정기검침일(이하 ‘검침일’)에 유의해야 한다. 검침일은 한전에서 날짜를 미리 정해 전력사용량을 측정하는 날을 의미한다. 검침기간은 전월 검침일부터 당월 검침일 전일까지며 1개월이다. 검침기간 내 전력사용량을 더해 요금이 계산되며 전력소비량을 알 수 있다. 검침일이 15일 경우 다음달 15일까지 사용량이 합산된다. 하지만 검침일이 언제인지에 따라 전기요금이 몇 배로 뛰기 때문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진흥과는 “활동하는 정기검침원이 많지 않다”며 “하루에 검침할 수 있는 가구 수와 지역을 고려해 검침일을 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체 요금약관 변경, 근본적 대책 없어

전기사업법에 따르면 한전은 독점적으로 전기를 판매하는 사업자이자 전기요금을 책정할 수 있다. 한전의 자체적 약관을 통해 요금을 책정하고 이를 정부에 보고하도록 돼있다. 이후 최종적으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인가를 받으면 개정약관을 적용한다.

하지만 한전은 자체적으로 약관을 개정할 수 있다는 맹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전기요금 징수와 관련해서는 현재 구체적인 법률로 정해져 있지 않은 상황이다. 곽 변호사는 “한전의 요금약관은 국회의 통제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쓴 만큼 지불하는 전기는 세금이 아닌 요금이기에 국민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러한 논란에도 한전은 전력대란과 부자감세를 들어 누진제를 유지하고 있다. 한전은 “누진제를 유지함으로써 전력수요관리에 효과가 있다”며 “요금폭탄을 맞는 가구는 전체 가구가운데 0.4%에 해당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기료는 세금이 아니므로 감세의 대상에서 벗어나기에 한전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또한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진흥과는 전력대란과 관련해 “누진제 완화되면 주택용 전기소비량이 늘어날 것이라 예상한다”며 “TF(테스크 포스)팀을 구성해 시뮬레이션을 통한 데이터 분석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택용에 누진제를 적용했지만 정작 가정에서 머무르는 시간, 가족 구성원 수 등 중요변수는 고려되지 않고 있다. 저소득층이면서 가족구성원이 많은 가구, 장시간 가정에 머무르는 가구 등은 누진제로 인한 요금폭탄의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또한 고소득일수록 전기사용량이 많다는 한전의 주장은 고소득층 1인 경제활동인구로 반증될 수 있다. 아침 일찍 외출해 저녁 늦게 귀가하면 고소득층임에도 가정에서 전기를 조금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누진제 완화정책을 내놓아 구간별로 50kwh를 늘려 구간을 한시적으로 조절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이기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직까지 없는 상황이다. 전력소비량이 많은 7∼8월, 1월∼2월의 전기료 부담은 여전하다. 또한 4계절 24시간 내내 전기사용량에 누진요금이 적용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요금부담은 나날이 커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의 경우 대부분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가 없거나 누진제 3단계 정도로 운영해오고 있다. 한전에 따르면 미국은 여러 주 가운데 단 두 개의 주에서만 누진제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캐롤라이나 듀크 에너지사는 2단계(0∼1000kwh, 1000kwh초과) 누진제를 시행하며 1.1배율에 그치고 여름에만 시행한다. 일본의 동경전력의 경우 3단계(0∼120kwh, 120∼300kwh, 300kwh초과)를 적용하며 누진율은 1.5배율이다. 외국은 전기 판매사업과 관련해 여러 회사를 두고 있어 애초 합리적인 비교가 이뤄질 수 없다는 한계점이 있다. 또한 6단계에 이르는 고율의 누진배율을 적용하는 나라는 없다.

▲‘전기료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참여 이어져

지역 곳곳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등 야당 정치권도 전기료 누진제의 불합리함을 들고 일어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선진국 사례와 연계해 2∼3단계, 2배 안팎으로 누진제를 개선해 전기료 부담을 낮추겠다는 방향을 세웠다. 국민의당은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현행 6단계에서 4단계로 완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지난 2014년 8월 전기료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을 시작한 법무법인 인강은 당시 소송인단 20명으로 첫발을 뗐다. 한전이 불공정한 요금체계를 적용해 국민들의 요금을 부당하게 징수했다는 게 소송의 취지다.
현재 하루 평균 1,000명 이상이 소송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 2일 기준 1만 9000세대가 소송에 함께했다. 전화(☎02-2649-5277) 또는 법무법인 인강 홈페이지(klawyer.co.kr)를 통해 소송에 참여할 수 있다. 현재는 서울, 광주, 대전 등에서 소송이 진행 중이며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유경희 기자
ace@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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