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수탁 부동산을 처분한 명의수탁자는 형사 처벌받을까요?
명의수탁 부동산을 처분한 명의수탁자는 형사 처벌받을까요?
  • 전북대신문
  • 승인 2016.09.28 11: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년 전에 X 부동산을 그 소유자인 매도인 갑으로부터 매수한 을은 병과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 갑으로부터 바로 명의수탁자인 병에게 중간생략의 소유권이 전등기를 마쳤다. 그 후 병은 을의 승낙을 받지 아니하고 제3자 정으로부터 돈을 차용하면서 정 앞으로 위 X 부동산에 관해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주고, 돈을 5억 원을 병이 모르게 대출받아 사업자금으로 사용했다. 을은 병을 상대로 위 부동산에 관하여 형사고소하면 병은 횡령죄 또는 배임죄로 형사 처벌될 수 있을까요?

대법원은 이른바 중간 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의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행위는 명의신탁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일관된 판시를 해왔고(대판 2010도8556), 위 사례에 관한 제1심(징역 10월)과 항소심(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은 모두 유죄판결을 하였으나 횡령죄 성립의 논거를 명확히 밝히지는 않아왔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종례 판례입장을 변경해 ①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 소유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아니어서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형법 제355조 제1항의 횡령죄의 주체가 될 수 없고, 형사처벌의 필요성을 내세워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은 법치국가원리의 근간을 이루는 죄형법정주의 원칙과 이로부터 유래된 형벌법규의 유추해석금지 원칙에 반하고, ②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은 무효라고 규정한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본문에 의해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고,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은 매도인이 그대로 보유하고 명의신탁자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지 않으며, ③ 명의수탁자를 형사처벌하면, 부동 산실명법이 정한 금지규범에 위반한 명의신탁자를 형법적으로 보호하게 되어 부동산실명법이 금지·처벌하는 명의신탁관계를 오히려 유지·조장하여 입법목적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타당하지 않다.

이러한 점에서 형사처벌의 필요성도 인정하기 어렵고, ④또 대법원은 부동산실명법에 위반한 이른바 계약명의신탁사안에서 명의수탁자의 신탁부동산 임의 처분행위가 횡령죄 및 배임죄 모두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시해 왔는데(대판 2011도 7361) 위 사례와 같은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만 횡령죄로 계속 처벌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해치고, 일반 국민들의 법감정에도 맞지 않는다고 판시했다(대판 2014도6992).

따라서 부동산실명법에 위반해 타인의 명의를 빌려 부동산을 취득하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에 의하여 처벌될 뿐만 아니라, 명의만 빌려 준 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더라도 향후 더 이상 횡령죄로 처벌받지 않게 되므로, 일반 국민으로서는 부동산실명법의 취지에 맞게 부동산을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다만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 경우에 수탁자의 신탁부동산 처분행위에 대하여 배임죄 인정여부에 대하여는 직접적인 판례는 없으나, 판례의 기본입장에서 보면 배임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김학기 |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