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문화 체험기]혼술, 혼밥…혼자, 어디까지 해봤니?
[혼자문화 체험기]혼술, 혼밥…혼자, 어디까지 해봤니?
  • 전북대신문
  • 승인 2016.11.23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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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화의 가속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는 현대사회. 핵가족에 이어 1인 가구까지 늘자 ‘혼술’, ‘혼밥’ 등의 신조어들이 하나의 콘텐츠가 되고 있다. 전북대신문사 기자들이 트랜드에 발맞춰 당당히 자신과의 데이트에 도전해 봤다.<엮은이 밝힘>



1인분이 없었던 패밀리레스토랑 혼밥

“손님, 몇 분이세요?”
“하... 한명입니다….”

학교 근처의 패밀리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직원이 친절하게 물었다. 평소 분식집이나 학생식당에서 거리낌 없이 혼자 밥을 먹던 기자이지만 카메라를 들고 혼자 패밀리레스토랑에 들어서자니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어색하기만 했다.


가장 작은 4인 테이블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보자마자 뭔가 잘못됐음이 느껴졌다. 대부분의 메뉴가 2인기준 이상인 것. 잠시 당황했지만, 대식가에 속하는 스스로를 믿으며 2인 한상을 주문했다.


음식을 기다리며 주위를 둘러봤다. 가족, 또는 연인과 함께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우려와는 다르게 혼자 덩그러니 앉아있는 기자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모두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음식이 테이블에 얹어졌다. 내가 집중해야할 대상은 오직 음식뿐이었다. 천천히 음(飮)과 식(喰)을 느껴본다. 맛있다! 패밀리레스토랑의 고급스러운 음식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음이 대단한 호화로 느껴진다. 함께 자리한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도, 그들의 입맛을 배려할 필요도 없다. 오직 나의 미각에만 집중할 수 있는 이 기분은 분명 ‘여유’였다.


2인분의 음식을 한 번에 먹기에는 무리였는지 배가 불러오기 시작했다. 잠시 식사를 멈추고 창밖을 바라본다. 그러자 이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잠시 뒤 식사를 이어가며, 다음에는 꼭 그들과 함께 오리라는 다짐을 했다. 혼자 느끼는 여유가, 아이러니하게도 함께하는 소중함을 상기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이다.

고독과 감동의 공존, 나 홀로 영화관에

3교시부터 수업이 시작되는 날이지만, 7시부터 눈을 떠 영화관을 방문했다. 쌀쌀한 아침공기 속에 혼자 영화를 보러가는 기분이 썩 나쁘지 않았다.


사실 영화관은 혼자 방문하기에 그다지 민망한 곳은 아니다. 무인 티켓발급기가 웬만한 영화관마다 구비돼 있기에 영화관 직원에게 혼자 왔음을 밝히지 않아도 된다. 또 영화관 내에서는 모두 스크린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혼자 자리에 앉아있는 것이 그다지 눈에 띄지도 않는다.


문제는 영화 선택이었다. 무슨 바람이 들어서 인지 감동적인 판타지/드라마 장르의 영화를 선택한 것이다. 주인공이 멈춰진 시간에 갇혀있다던가 많은 사람들로부터 믿음을 받지 못하는 등의 영화내용이 혼자 영화를 보는 기자의 감정에 이입됐다. 갑자기 고독하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그런 한편, 오히려 그 덕분에 영화에 더 잘 몰입되는 기분이 들었다.


상영이 끝나고 영화관을 나섰다. 평소 친구와 영화를 보면 함께 영화내용에 대해 토론하기를 즐겼기에 무언가 아쉬움이 남았다. 어쩔 수 없이 스마트폰을 열어 영화에 대한 리뷰 등을 검색해봤다. 즐거운 영화감상의 시간이었지만, 함께 영화이야기를 나눌 누군가가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성대의 한계를 경험한 ‘혼자 노래방’

어릴 적 기자의 인식 속 노래방은 어른들의 회식자리가 마무리되는 자리였다. 그래서인지 기자 역시 많은 친구들과 노래방을 찾는 일이 대다수였고, 때때로 혼자 노래방을 찾아 부르고 싶은 노래를 눈치보지 않고 마음껏 불러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는 했다.


마침내 혼자 노래방을 찾을 기회가 왔다. 호기롭게 코인노래방 안으로 들어섰다. 최근에는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코인노래방이 늘어 혼자 노래방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직원 역시 자연스럽게 빈방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잔돈과 물 한 병을 준비한 채 노래방 리모컨을 들었다. 어떤 노래를 부를지 고민하던 중 문뜩 떠오른 힙합노래. 친구들 앞에서는 박자를 맞추지 못하면 창피할까 싶어 부를 수 없었던 노래였지만, 혼자 있으니 자신감이 생겼다. 노래는 자신감이라고 했던가.


평소에는 자주 음정과 박자가 틀렸던 노래들도 속속 90점대를 유지하며 나의 비트와 혼연일체가 됐다. 쉬지 않고 혼자서만 노래를 불러댔더니 벌써 목이 아파온다. 겨우 8곡을 불렀을 뿐인데 목이 건조하고 갈라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처음 노래방을 들어설 때는 2시간은 족히 즐길 수 있을 것만 같았지만,머리에 피가 쏠려 어지러울 지경까지 불러봐야 겨우 30분가량의 시간이 지나있었다. 더 이상 몸도 말을 듣지 않고, 함께 분위기를 띄어줄 친구도 없어 흥이 나지 않아 마이크를 내려놓고 말았다.


혼자 노래방을 가면 평소 친구들 앞에서 부르기 힘들었던 어려운 곡들을 연습할 수 있어 노래실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 자연스럽게 휴식을 취할 수 있었던 시간이 없어지는 만큼, 적절한 강약조절과 휴식시간이 꼭 필요하다.

혼술은 집에서…외로움의 한계 경험한 술집

방에서 TV를 보며 간단한 안주에 맥주를 마시는 혼술은 이제 그리 이질적인 문화가 아니다. 하지만 혼술은 꼭 방안에서만 가능한 것일까? 궁금함을 안고 기자는 술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구정문 일대의 한 술집에 들어서자마자 부엌에 앉아있던 직원과 눈이 마주쳤다. 잠시 눈치를 보던 직원은 기자가 혼자인 것을 확인하고는 아무 말 없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아무래도 술집 내에 앉아있는 다른 일행을 찾아 온 것으로 착각한 듯했다.


갑작스레 밀려온 민망함에 최대한 구석진 자리로 숨어들어갔다. 테이블에는 메뉴판이 없었다. 별 수 없이 벨을 눌러 직원을 불렀고, 그제야 직원은 상황을 파악한 듯 메뉴판을 건넸다.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꼬치와 맥주 500cc 한잔을 주문하고 잠시 기다림의 시간을 가졌다. 술집 안에 울려 퍼지는 노래가 썩 듣기 좋았다. 그러나 혼자 앉아있는 기자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주변사람들의 시선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다.


잠시 뒤 주문한 안주와 술이 나왔다. 건배할 사람이 없어 잠시 주춤하다가 술 한 모금을 들이켰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마시는 술은 쓰디 쓴 술도 청량하게만 느껴지더니, 혼자라 그랬을까. 어쩐지 술이 더 쓰디쓰게 느껴졌다. 술 맛을 좋아하는 애주가라면 혼술도 나쁘지 않았겠지만, 술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 기자에게 혼술의 시간은 길게만 느껴졌다. 그럭저럭 술은 넘어가지만 도저히 할 일이 없다.


별 수 없이 스마트폰을 열어본다. SNS를 벗 삼아 한 시간 동안 혼술을 한 후 술집을 나섰다. 집이나 공원에서 마시는간단한 맥주 한 캔이라면 나쁘지 않지만, 술집에서 혼자 음주를 하는 혼술은 누군가에게 추천하고 싶지 않다. 술이란 자고로 좋은 사람들과 기쁨이나 슬픔을 나누기 위해 마시는 것. 적당한 혼자문화는 당신의 삶에 여유를 주지만 그 속에 잠식돼 건강과 정신을 헤칠 수 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윤재량 기자 yjr5233@jbnu.ac.kr
최유승 기자 yuwin@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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