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독서 대전 현장을 가다]
독서로 물든 한옥마을, 책의 매력에 빠지다
[대한민국 독서 대전 현장을 가다]
독서로 물든 한옥마을, 책의 매력에 빠지다
  • 전북대신문
  • 승인 2017.09.06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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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래 책 읽는 사람 누구?…이색 대회 진행
안도현 시인, “글쓰기 실력은 바라보기에 비례”
완판본 목판 찍기 및 옛 책 만들기 체험 진행


지난 9월 1일부터 3일간 전주 경기전과 한옥마을 일대에서 2017 대한민국 독서대전(이하 독서대전)이 펼쳐졌다. 올해로 4회를 맞는 독서대전은 85개의 출판사가 한자리에 모여 최대 규모의 책 박람회가 열렸다. 이밖에도 곳곳에서 특강, 전시, 체험활동이 이뤄져 볼거리 체험거리가 가득했다. 한옥과 어울러진 책의 열기로 가득 찼던 그곳을 전북대 신문이 다녀왔다. <여는 말>


▲누가 가장 오래 책 읽나?, 책 오래 읽기 대회


지난 1일 한옥마을에 위치한 게스트 하우스 ‘이오당’에서 특별한 대회가 진행됐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최한 책 오래 읽기 대회는 성인 50명을 대상으로 사전접수 받았다. 참가자들은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장편소설을 읽었다. 이들은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각자 가져오거나 주최 측에 신청을 해 책을 준비했다. 약 1시간 50분간 책을 읽고 5분 쉬는 시간을 갖는 방식으로 22시간동안 진행됐다. 이들은 규정된 구역에서 벗어나거나 10초 이상 책에서 눈을 떼거나 혹은 눈을 감을 때 실격으로 간주됐다.


이오당 앞마당은 대회 내내 독서 열기로 긴장감이 감돌았다. 밤이 깊어질수록 탈락자가 생길 것을 예상했으나 밤 10시가 다 되도록 불과 6명만이 대회에서 탈락했다. 행사 진행 장소가 야외였음에도 참가자들은 밤새 책을 읽었다.


대회 막바지였던 지난 2일 오전 11시 30분 대회장을 다시 찾았을 땐 무려 34명이나 책을 읽고 있었다. 대회가 끝날 때까지 인원 변동은 없었다. 시상식에서 대회 관계자는 “이렇게 많은 분들이 끝까지 남아 계실 줄 몰랐다”며 “참가자 분들 모두가 대상”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의 예상 밖 선전에 원래 책정됐던 상금 총 520만원은 똑같이 나뉘어 돌아갔다.


아쉽게 탈락한 최병서(완도군‧55) 씨는 “이렇게 책을 실컷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없었는데 재밌는 시간 이었다”며 “거의 막바지에 탈락해 아쉽지만 딸과 함께 소중한 하룻밤의 추억을 쌓은 것 같다”고 전했다. 끝까지 책을 읽었던 34명 중 대표 수상자였던 김명희(안동시 정하동‧64) 씨는 “이 대회가 어떻게 진행되고 어떤 의미가 있을지 궁금해 참여하게 됐다”며 “다음 해에는 더욱 좋은 환경에서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야(夜)-한밤의 인문학 토크 콘서트

독서대전의 열기는 저녁에도 계속 이어졌다. 한국전통문화연수원 동헌마당에서 야(夜)-한밤의 인문학 토크 콘서트(이하 인문학 콘서트)가 개최됐다. 인문학 콘서트는 정도상 소설가의 사회로 진행됐다. 첫째 날에는 안도현 시인이, 둘째 날에는 성석제 소설가가 함께했다. 노을과 함께 듣는 인문학 콘서트는 금상첨화였다. 전주에서만 볼 수 있는 한옥 야외무대는 설렘을 배로 더해 줬다.


지난 1일 안도현 시인과 정도상 소설가는 ‘호남을 바라보며 붉은 눈으로 울다’를 주제로 행사를 이어갔다. 안 시인은 박근혜 정권이었던 지난 4년간 절필했다. 그는 “시인도 얼마든지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며 “시인의 이름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대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직접 정치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안 시인과 정 소설가는 재치 있는 입담으로 중간 중간마다 관객들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안 시인은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하기도 했다. 지금도 학생들에게 멸치를 5시간씩 보고 시를 써오라는 숙제를 낸다는 그는 과거 자신 제자와의 일화를 들려주며 “글쓰기의 실력은 바라보기 실력”이라고 강조했다. 평소 안 시인의 팬이었던 김혜리(완주군 신리‧24) 씨는 “전주에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며 “콘서트 속에서 보인 아빠 같은 소탈한 모습이 와 닿아 좋았다”고 말했다.


▲책방 주인장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동네 책방 주인장과의 대화


남부시장 2층 청년몰 책방 ‘토닥토닥’에서는 동네 책방 주인장과 시민들 사이 대화가 오고 갔다. 대형 서점이 아닌 자그마한 동네 책방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그 자리를 지켜온 주인장들에게 들을 수 있었다.


지난 2일 책방 ‘토닥토닥’ 주인장과 전주 예술인의 거리에 위치한 ‘조지오웰의 혜안’의 주인장이 행사에 참여했다. ‘토닥토닥’ 주인장 김선경 씨는 “누군가를 위로하고 싶어 이렇게 지었다”고 말했다. ‘조지오웰의 혜안’ 주인장 조정란 씨는 “좋아하는 작가인 조지오웰의 이름에 가장 어울리는 단어 혜안을 붙여 이름 지었다”고 설명했다.


동네 책방 개업을 고민하는 사람들과 현재 동네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이 자리를 가득 채웠다. 이들은 동네 책방 운영에 대한 실질적인 조언뿐만 아니라 책방 운영 신념을 놓고 대화를 나눴다.


주인장으로서의 조건을 묻는 질문에 선경 씨는 “내가 지향하는 가치가 손님에게 닿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며 “손님이 그 지향점을 안다면 책방 주인의 조건을 갖춘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책방 운영의 최종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정란 씨는 “프랑스의 동네 책방처럼 역사가 있는 책방을 만들고 싶다”며 “이 책방을 오랫동안 지켜나가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청년몰에 들렀다가 행사에 참여한 이병진(통영시‧33) 씨는 마침 책방 개업을 준비하고 있던 터라 현재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주인장들과 대화를 해보고 싶었단다. 병진 씨는 “대화를 하다 보니 응원을 받은 것 같다”며 “제가 하려고 하는 일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 질문은 영혼의 산파술이다, 박웅현 인문사회학 강연


최대 규모의 독서대전이 열리는 만큼 다양한 강연도 준비돼 있었다. 시인, 의사, 번역가, 작가 등으로 구성된 총 8개의 인문 사회학 강연이 이어졌다. 이번 강연들은 독특하게 밴드와 함께해 중간 중간 지루함을 덜어 줬다.


지난 2일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박웅현 작가는 ‘질문은 영혼의 산파술이다’를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베스트셀러 『책은 도끼다』의 저자로 광고 홍보 전문가다.


박 작가는 ‘왜’라는 질문을 강조했다. 그는 “질문은 즐거움을 가져다 준다”며 “책을 읽을 때도 왜 읽는지 알고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책을 읽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가벼운 에세이로 시작해 실존철학으로 점점 확대해 나가라고 말했다. 또한 ‘저자의 지혜가 끝나는 곳에서 독자의 지혜가 시작돼야하기 때문”에 속독보다는 정독을 추천했다.


청중과 질의응답 시간도 가졌다. 한 참가자가 후회하지 않으며 사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박 작가는 “후회는 또 다른 잘못의 시작이다”며 “후회했던 순간으로 돌아가 다른 선택을 하더라도 또 후회할 것”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참가자에게 영화 ‘어바웃 타임’을 추천하며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는 게 지혜롭다고 덧붙였다.


친구의 추천을 통해 온 정다혜(서울시 송파구‧31) 씨는 “이번 강연을 통해서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며 “참여를 통해 또 다른 작가와 또 다른 책을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기록문화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준 완판본


한옥마을 골목을 돌아다니다 보면 완판본과 기록문화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건립된 완판본 문화관이 자리해 있다. 이곳에서는 완판본 전시와 더불어 목판 찍기, 옛 책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었다.


다양한 체험 행사가 함께 진행돼 유치원생 또는 초등학생을 데려온 부모들이 주를 이뤘다. 강사의 설명에 따라 옛 제본 방법으로 종이를 엮으니 나만의 책이 탄생했다. 접착제 없이 오롯이 실로만 엮어야 했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대부분 흥미롭게 옛 책 만들기에 참여하는 모습이었다.


목판 찍기 체험은 훈민정음 언해본을 조각해 놓은 목판에 묵을 묻히고 거기에 한지를 대 찍어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목판 찍기 체험을 한 김이강(대전시 둔산동‧12) 씨는 “아빠와 체험을 하러 이곳에 오게 됐다”며 “친구들에게 보여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완판본 문화관 중앙에서는 목판본과 필사본의 차이를 알 수 있는 전시가 진행됐다. 목판본 서책으로는 ‘홍길동전’, ‘별춘향전’ 등이 전시됐고 필사본 서책으로는 ‘심청전’, ‘유충렬전’ 등이 전시됐다. 옛 책 만들기 체험과 목판 찍기 체험을 끝낸 사람들은 “전주 책인 완판본에 대한 지식도 같이 얻어갈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박청한 기자 qkrcjdgks1@jbnu.ac.kr

서도경 기자 dgseo611@jbnu.ac.kr

임세영 기자 wntpdud12@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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