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람이병기청년시문학상 대학부 수상자 당선소감
가람이병기청년시문학상 대학부 수상자 당선소감
  • 전북대신문
  • 승인 2017.10.11 15: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빙

임대섭(건국대 국어국문 • 3)

어느 순간부터 사는 것이 자꾸 한 순간에 대한 주석같이 느껴진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본문은 끝났지만 끝없이 이어지는 주석, 주석을 적느라 끝내 다시 시작되지 못하는 본문…….
모래를 쌓아 나뭇가지를 꽂고 그것을 쓰러뜨리지 않으면서 조금씩 쌓인 모래 산을 없애는 놀이. 쓰러뜨리지 않으려고 하면서 쓰러뜨리려 하는 놀이를 생각합니다.
시는 너무 아름답고 시를 쓰기 위해 마주한 세상은 너무 견고했습니다. 아름다움이란 얼마나 무른 것인지, 하루를 보내고 나면 몸 이곳저곳이 쓰렸습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시가 너무나도 견고하고 시를 쓰려 쳐다보지 않는 세상이 진짜로 아름다운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 무서워졌습니다. 몸이 떨렸습니다. 이 두 극단을 통틀어 살아가기 위해 웃었습니다. 입을 찢으며 찢어진 입으로도 무엇인가 그릴 수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하여…….
온기를 잃은 웃음이 냉소라면 저는 가능한 얼어붙으려고 했습니다. 내가 선택한 삶의 방식이 세상보다 단단해지기를 원했기에, 또 다른 극단에서는 그것이 흔들리지 않기를 원했기에. 그러나 시를 쓴다는 것은 끝없이 스스로를 끌어안는 일이기에 자주 찔리고 차가워 떨렸습니다.
가시에 찔려 맺히는 눈물처럼 스스로에 찔리면 우스운 다짐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냉소하던 단어들 남몰래 품자고. 혹시 녹을지도 모르니까, 정말 그것들로 웃게 될 지도 모르니까, 하며 말입니다. 저는 지금 다짐을 하고 그것을 배반하는 연습을 하는 중입니다. 그리고 다시 연습을 배반하는 연습 또한 말이지요.
격려 받으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도 격려해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게 되는 것이 쓰기, 혹은 살기 같습니다. 의미 있는 상 받게 되어 기쁩니다. 상의 의미를 생각하며 이후를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