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 아이는 울지 않는다
2. 물었다
연재소설 | 아이는 울지 않는다
2. 물었다
  • 전북대신문
  • 승인 2017.11.2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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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를 따라가려 하지 않는 건데?”
남자의 질문은 어처구니없었다. 남자는 아이를 알고 있을지 몰라도, 아이에게 남자는 완벽한 타인이었다.
“모르는 사람은 따라가면 안 돼.”
“엄마가 데리고 오라 하셨는데도?”
“엄마를 볼 수 없을 거라며? 없는 것처럼 말해놓구선.”
“엄마는 이제 안 와.” “올 거야.”
“기차도 안 오는데 누가 온다는 거야?”
아이는 남자의 말에 매우 화가 났다.
“내가 보기에 아저씨는 아주 쓰레기 같은 사람이야.”
“어떤 면에서?”
부정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한 질문에 아이는 한참을 고민하다 답했다.
“모든 면에서.”
“그럴지도 모르지. 나는 직장에서 잘렸으니까.”
“직장에서 잘리면 쓰레기야?”
“쓰레기는 벌을 받아. 나는 처자식과 헤어지는 벌을 받았어.”
“왜 잘렸는데?”
“누구를 돌보아주다가.”
“돌봐준다는 것은 착한 일인데?”
남자가 담배를 계속 만지작거렸다.
“착한 일을 하면 쓰레기가 되는 세상이야.”
“내 생각엔 아저씨가 착한 일을 해서 쓰레기인 아닌 거 같아. 우리 아빠가 말했어. 나쁜 놈들은 가정교육이 잘못된 놈들이라고. 후레자식이거나 아비가 돼먹지 못한 놈이거나.”
“내 아버지가 돼먹지 못하다고?”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가 웃었다. 자연스러운 웃음이었다. 남자는 담뱃갑을 집어넣으며 말했다.
“아주 멋있는 말이야.”
“그치?”
아이가 가슴을 쭉 펴고 말했다.
“하지만 맞는 말은 아니야.” “왜?”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역무원이 한 번 더 왔다. 남자는 말없이 아이를 바라보았다. 아이는 일어나지 않았고, 남자는 익숙하다는 듯이 역무원을 바라보았다. 역무원도 익숙해 보였다. 역무원은 기다리겠다고 했다.
“돌아갈까?”
“안 돼. 엄마가 오지 않았어.”
“엄마는 오지 않아.”
“오지 않는다면 왜 오지 않는데?”
“올 수 없는 것이겠지. 우리가 가야만 볼 수 있을걸.”
“어떻게 가야하는데?”
“나는 잘 모르겠는걸.”
아이가 화를 내며 물었다.
“어른이면서 그것도 몰라?”
남자는 답하지 않았다.
“멍청이.”
아이는 화가 단단히 난 것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씩씩거리며 주변을 돌아다녔다. 남자는 그것을 미동도 없이 바라보고만 있었다.
“엄마가 오면 물어봐야겠어.”
“엄마는 오지 않아.”
“그래. 오지 않겠지. 이젠 왜 오지 않는지 묻는 것도 지겨워. 엄마가 오지 않는다면 반지라도 찾아야겠어.”
“무슨 반지?”
“엄마가 내게 금반지를 맡겼는데 잃어버렸어.”
“금반지가 어떻게 생겼는데?”
“반지에 이름이 새겨져 있어. 윤미숙이라고.”
“혹시 이걸 말하는 거야?”
남자가 자신의 주머니 깊숙한 곳에서 금반지 하나를 꺼내었다.

김영한 | 국어국문•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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