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아를 위한 식사
이데아를 위한 식사
  • 전북대신문
  • 승인 2018.03.28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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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아를 위한 식사

                                                                                             신문방송 15 김빛찬

나는 사랑을 조각조각 내
시간이란 톱니 달린 무딘 칼로 썰어
얇은 파편들을 씹으며 앉아 있다

사랑을 씹고 있자니, 어제 산
낡아빠진 티셔츠 따위가, 식당에서 마시는
지독하게 밍밍한 물 따위가, 다소 역겹게 느껴진다
무엇 하나 원형을 지니고 있는 것이 없다

사랑을 씹고 있자니
내가 숨을 쉬는 것이나, 네가 응시하는 것이나
지나는 이의 심장이 뛰는 것이나, 바람 부는 것이나
무엇 하나 같지가 않다, 도대체 세상에 동일함이란 있는가?

이렇게 생각하니 나는 나를 죽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이프로 내 어딘가를 깊숙이 찔러야 하는가
달리는 자동차 바퀴에 몸을 던져야 하는가
아니다 그래서는 온전한 죽음에 이를 수 없다

무엇 하나 완벽한 것을 가지지 못한 나는
죽는 법 하나도 결정하지 못한다
온전히 죽을 수 없으니 사랑도 음미할 수 없다

나는 사랑을 조각조각 내
시간이란 톱니 달린 무딘 칼로 썰어
얇은 파편들을 씹으며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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