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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경제위기를 말하다 ①군산산업단지 르포]
무너지는 군산경제…위태로운 ‘삶의 터전’
조선소‧GM 공장 폐쇄로 멈춘 산업단지
주거지역 원룸 공실률 50%…상권도 붕괴
[1477호] 2018년 03월 28일 (수) 14:01:39 전북대신문 press@jbnu.ac.kr

   

지난해 7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이 중단됐다. 한국 GM 군산 공장마저 오는 6월 폐쇄될 예정이다. 군산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는 가운데 전북대신문이 2주에 걸쳐 군산 국가산업단지의 상황을 보도한다. 1부에서는 르포를 통해 군산산업단지 현주소를 알아보고 2부에서는 군산 경제 대책에 대한 각계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여는 말>

매서운 바닷바람이 몰아치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옆 제방길에는 조선소 직원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던 분식점이 있었다. 조선소가 세워지기 전부터 영업을 했던 이곳은 조선소 가동이 중단되면서 문을 닫았다.

 손님의 발길이 끊어져 더 이상 분식점을 운영하기 어려웠다는 주인은 “이대로 가게가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워 매물을 내놨다”고 전했다. 하나 둘 군산을 떠나는 발걸음에는 군산에 대한 애상이 묻어있었다.


   

지난해 7월 가동을 중단한 조선소에는 적막감이 가득했다. 130만 톤급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도크임에도 담장너머로 보이는 크레인들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180만㎡의 광활한 부지에는 적막만이 가득했다. 근처 조선소 협력업체 공장에서도 으레 들릴법한 기계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홀로 남은 경비원만이 텅 빈 공장을 지키고 있었다. “여기는 작년부터 가동을 멈췄어요.”


조선소 폐쇄에 이어 GM 공장 폐쇄 발표가 나자 군산국가산업단지는 초토화됐다. 한국 GM은 지난 2월 경영 악화를 이유로 군산 공장 가동중단 결정을 내렸다. 현재 서류상으로만 가동 중인 군산 공장은 오는 5월 31일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는다. GM 공장과 조선소는 협력업체 수만 725개에 이르는 등 산업단지 내에서 경제비중이 54%에 달했다. 이미 조선소 폐쇄로 5000여 명이 실직한 상황에서 GM 공장마저 문을 닫으면 정규직 1500여 명을 비롯한 관련 업계 종사자 약 1만 5000명이 직장을 잃는다.


GM 본사가 해외공장을 자국으로 철수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군산공장 폐쇄는 돌이킬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GM은 희망퇴직 조건으로 군산공장 정규직 1500명에게 근속연수에 따른 퇴직위로금과 2년분의 자녀 학자금 지급을 내걸었다. 벌써 1500명 중 1100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공장이 처음 설립된 지난 1996년부터 근무해온 ㄱ 씨도 이미 GM을 떠났다.


“저는 희망퇴직을 했어요. 공장 재가동의 미래도 안보이고 부평이나 창원 쪽 GM 공장으로 전환배치 될 희망도 안보이고…. 그냥 남아있으면 가동중단과 함께 해고당하기 때문에 희망퇴직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GM 본사에서 이미 법적 절차를 다 끝내놨기 때문에 오는 6월부터 공장에 남아있는 사람들을 해고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그러니 울며 겨자 먹기로 위로금이나 학자금이라도 받으려고 희망퇴직 하는 거죠. 저는 남아있는 사람들도 희망이 없다고 봐요. 앞으로 실업급여 받으면서 할 일을 찾아 봐야죠.”


오후 6시. 집에는 하나둘씩 불이 켜지고 주택단지는 퇴근하는 발걸음으로 가득 찰 시간이다. 그러나 산업단지 내 주거지역은 달랐다. 하나 뿐인 아파트 단지의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보이지 않았고 텅 빈 주차장에는 맥주 포장지만 굴러다니고 있었다. 인근 원룸촌도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섰지만 불이 켜진 방은 거의 없었다. 한때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꽃을 피웠을 술집 간판 아래에는 텅 빈 영업장과 다 찢겨가는 임대 문의 안내만이 남아 있었다.


조선소에 이어 GM 공장마저 군산을 떠나자 사람들도 사라졌다. 지난해 2531명이 군산을 떠났다. 이는 지난 2006년 이후 11년 만에 최대치다. 올해도 지난 1월에만 141명이 군산을 떠났으며 산업단지 내 원룸 공실률은 50%를 넘었다. 산업단지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안고 배정됐던 초·중·고등학교 부지도 텅 비었다.


   

근로자들이 떠나자 산업단지 내 상권도 무너졌다. 중심가에서도 문 닫은 식당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물건을 나르던 식당 종업원은 요즘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다 떠나서 아무도 없다“며 ”주변만 봐도 알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인근의 편의점 직원도 “끼니 때우러 오던 사람들 수가 확 줄었다”며 “근처에 짓던 건물도 모두 공사가 중단됐다”고 말했다.


산업단지의 서쪽에 군산조선소가 있다면 동쪽에는 GM 공장이 있다. 동쪽의 분위기는 서쪽이나 주거지역과는 사뭇 달랐다. 이곳에도 잡초가 무성한 도보와 굳게 잠긴 공장 문이 황량한 분위기를 자아냈지만 가동 중인 몇몇 공장의 기계소리가 이따금씩 들려왔다. 도보에는 “군산조선소 떠나고 군산공장 떠나면 군산시민 다 죽는다”, “우리가족 생명의 터 한국GM 군산공장을 지켜내자!” 등 공장 폐쇄 반대의 목소리가 적힌 현수막이 가득했다. 모두가 군산을 떠나는 가운데 이곳만큼은 투쟁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한국 GM 군산공장 폐쇄를 놓고 정부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아무 지원도 받지 못했던 조선소 폐쇄 악몽 재현에 대한 우려가 빗발쳤다. 한국 GM 노조 군산지부뿐만 아니라 군산시 전체가 공장 폐쇄 반대 투쟁에 돌입했다. ㄱ 씨처럼 공장의 설립부터 함께해온 ㄴ 씨는 GM에 대한 억울함과 분노를 뿜어냈다.


   

“대우가 부도나서 GM이 인수하려고 할 때 노동조합은 반대투쟁을 했어요. 정부지원금만 먹고 철수하는, 소위 ‘먹튀’를 해도 해외자본을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그때는 IMF시기였기 때문에 대우 같이 덩치 큰 회사를 인수할 곳이 없었어요. 거기다 정부는 해외매각 원칙을 내세워 대우는 결국 GM에 인수됐죠. 그리고 지금 이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국내기업이 세운 공장을 해외자본이 인수하더니 미국 내수시장에 집중한다고 우리나라 공장을 폐쇄해 버리잖아요. 폐쇄도 설 연휴 바로 전날 갑자기 발표해서 집안 분위기가 암울해졌어요.”


폐쇄 취소가 불가능한 한국 GM 군산공장을 붙잡고 있는 것은 울분 때문만은 아니다. GM 공장은 한국 GM이 생기기 전부터 군산의 핵심동력이었다. 20여년의 세월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군산에 삶의 터를 잡았다.

 그 터를 옮기는 것은 감정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일이다. 군산을 떠나겠다고 말했던 ㄱ 씨 조차 팔리지 않는 아파트로 군산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김도원 기자 albert972@jbnu.ac.kr
장경식 기자 guri53942@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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