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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6호. 2018.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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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을 묻는 너에게 토크콘서트 현장스케치]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될, 제주 4•3을 노래하다
제주 보컬앙상블 공연과 대담 형식으로 구성
민요 너영나영과 성산일출 시 노래로 재구성
“4•3 사건, 제대로 알고 알리기 위해 노력해야”
[1478호] 2018년 04월 04일 (수) 11:18:06 전북대신문 press@jbnu.ac.kr

   
▲ 토크콘서트 2부에서 대담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아직은 밝은 4시, 토크콘서트 현장인 학술문화관은 어둠이 잔잔하게 깔려있었다. 제주 4•3 사건을 다룬 영상만이 홀로 흘러나올 뿐이었다. 영상이 끝나자 제주 보컬앙상블 단원들이 하나 둘 무대로 등장했다. 지난달 29일 우리학교 학술문화관에서 열린 토크콘서트 ‘제주 4•3을 묻는 너에게’의 풍경이다.


이번 토크콘서트는 4•3 사건 70주년을 맞아 제주보컬앙상블과 우리학교 코어사업추진단의 주최로 개최됐다. 제주 4•3은 1947년 3월 1일 권덕정에 모여 3•1운동 기념식과 남한 단독선거 반대운동을 진행한 제주 민간인을 경찰이 발포, 살해한 것에서 시작됐다. 그 후 1954년 9월까지 7년 7개월간 공식적으로 2만 5000명, 비공식적으로는 3만 명 이상의 도민이 학살당했다.


20여 년 전 광주 민주화 항쟁이 그랬듯이 보수 정권들은 이 사건 역시 철저히 왜곡하고 감춰왔다. 일방적인 교육을 받아온 시민들은 오랜 기간 제주 4•3 사건을 진영 노리나 폭동쯤으로 알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사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이들이 많아 주최 측은 제주 민요와 제주의 예술을 담은 대담과 음악회를 함께 진행하는 토크 콘서트를 기획하게 됐다.


토크 콘서트는 1부와 2부로 나눠 진행했다. 1부는 이야기 콘서트를 주제로 제주 보컬앙상블이 제주의 민요, 시, 역사가 투영된 연주곡을 간단한 설명과 함께 공연을 펼쳤다. 2부는 제주 4•3을 묻는 너에게라는 이름의 대담이 진행됐다. 이종민(인문대‧영어영문) 교수가 진행을 맡고, 4•3 피해자와 유가족의 심리 상담치료를 했던 장경식 상담 심리 분석가와 다큐멘터리 ‘오사카에서 온 편지’의 기획 및 연출을 한 양정환 프로듀서, 김승환 전라북도교육감이 대담을 이어갔다. 이들은 4•3 사건 당시 제주의 상황, 이후 지난 70여 년 간의 역사적 현실, 사건이 갖는 역사적 의미와 그를 통해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방향 등을 이야기했다.


1부 앙상블에서는 각각이 내는 목소리가 하나의 악기가 돼 노래를 만들어냈다. ‘해야 해야 희망의 나라를 찾아 새벽안개 모두 모두 걷어내라 해야’로 시작되는 이청리 시인의 성산일출이라는 시를 노래로 부르며 막을 열었다. 이어 비바리, 다랑쉬의 노래, 너영나영 등을 불렀다. 조지웅 지휘자는 “역사에 남을 의미 있는 일을 하고자 단원들과 이 자리에 서게 됐다”며 “약 두 달의 준비기간을 거쳐 오른 무대인만큼 작품과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가짐으로 공연을 했다”고 전했다.


2부는 이종민 교수의 시 낭독으로 시작됐다. 마틴 니묄러의 나치가 그들을 덮쳤을 때라는 시였다.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그들이 사회민주당원들을 가두었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회민주당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그들이 노동조합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나에게 닥쳤을 때는
나를 위해 말해 줄 이들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는 정치적 무관심과 침묵하는 다수를 비판하는 시다. 이 교수는 “기억하지 않으면 같은 일이 되풀이 된다”며 4•3 사건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며 대담을 시작했다.


김승환 전라북도교육감은 박근혜 정권의 국정교과서가 역사왜곡의 끝을 보여줬다며 더 이상 진실을 외면하지 말아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역사를 몰랐다면 역사를 공부해라, 그래야 세상을 볼 수 있다”며 4•3 사건뿐만 아니라 역사적인 사건들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장경식 상담 심리 분석가는 4•3 사건이 제주도에서조차 사건 발생 이후 40여년이라는 시간동안 금기어로 여겨졌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건에 대한 사회적 인식 수준이 낮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장 분석가는 제주 4•3 사건 피해자의 심리 상담을 진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전했다. 직접적인 피해자의 상당수가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게 그 이유였다.


피해자 유가족들의 상담을 주로 진행한 장경식 분석가는 이들의 트라우마 양상이 일반 사건의 피해자들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4•3 사건 피해자와 유가족은 보통 국가권력에 의한 트라우마를 겪는데 이는 완치가 불가능하며 완화하는 수준으로 상담을 진행한다고 전했다. 장 분석가는 “국가라는 신뢰했던 존재에 대한 배신감으로 그 어떤 트라우마보다 극복하기 힘들다”며 “상담은 문화적, 사회적 등 다양한 방향으로 접근해야한다”고 전했다.


대담에서는 다큐멘터리 오사카에서 온 편지와 독립영화 4월 이야기 등을 연출하며 4•3 사건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양정환 프로듀서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양 PD는 “영화를 제작하면서 4•3 사건을 왜 공부해야하는지 알게 됐다”며 “4•3 사건은 여수•순천 10•19 사건 등이 연쇄적으로 이어져 있어 중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4•3 사건에 대해 공부하고 알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토크 콘서트는 오후 6시가 다 돼서야 끝을 맺었다. 지난 3월 28일부터 3일간 제주, 전주, 광주에서 토크 콘서트가 진행됐고, 오는 5월에는 서울, 대전, 부산에서 열릴 예정이다.


임다연 기자 imdayeon@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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