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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NU 교양 100선 10.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세상을 뒤바꾼 위대한 심리실험 10장면
인간의 본성을 엿본 위대한 실험 이야기
[1478호] 2018년 04월 04일 (수) 13:03:27 전북대신문 press@jbnu.ac.kr

   

▲실험과 이론을 스스로 증명하기 위해 노력한 책
이 책에는 20세기를 요동치게 했던 10가지 심리실험이 전개된다. 보상과 행동, 복종과 저항, 군중심리, 사랑, 중독, 기억 등에 대한 충격적 실험과 학자의 어린 시절부터 결혼, 이혼,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함께 담아내고 있다. 마치 한편의 단편집을 읽는 것 같다가도 인간의 본성을 엿보는 곳곳과 마주할 때면 숨이 턱턱 막히기도 하다.


헤르만헤세의 「데미안」을 읽으면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은 삼라만상만큼이나 어렵고 복잡해 헤아릴 수 없기에 그 마저도 모두를 이해하기에는 무리다. 마음을 아무리 다 잡고자 노력해도 몇 백 년을 견디는 나무, 수 천 년을 굽이져 흐르는 강물처럼 한결 같을 수는 없다. 이를 알고 정신과 몸이 만들어낸 부산물과 같은 인간의 고통을 해결하고 싶었던 심리학자들과 정신의학자들의 시도는 참으로 위대하다.


저자 로렌 슬레이터는 심리학자로 미국 최고의 수필 상을 두 번이나 받은 작가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실제로 발로 뛰며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약물 중독을 체험하기 위해 자신이 마약을 복용하기도 했다. 그를 통해 약물 중독은 약의 문제가 아닌 환경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 한다는 이론을 얻어낸 심리학자 제임스 올드와 피터 밀너 실험을 더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었다.


▲보상은 인간의 행동을 강화하고, 처벌은 행동을 소멸 한다
책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것은 바로 보상과 처벌에 관한 행동주의 이론에 관한 실험이다. 러시아 과학자 파블로프는 개들에게 종소리만 들려줘도 침샘이 분비될 만큼 반응이 조건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 어떻게 인간의 정신이 ‘생리’라는 단어와 연관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험이었다. 당시 이 실험은 핵융합이나 지동설만큼 엄청난 사건이었다.


그 후 스키너는 침샘이 아닌 유기체 전체를 조건화시키고자 실험장치인 네모난 상자를 고안했다. 상자 안 쥐들에게 지렛대를 누르는 것에 따라 음식을 주거나, 전혀 주지 않거나, 어쩌다 주거나 하는 세 가지 유형의 실험을 했다. 실험결과 스키너는 보상을 전혀 주지 않는 것보다 간헐적으로 주었을 때 쥐들이 계속 지렛대를 누르는 행동을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즉, 보상이 비정기적으로 이루어질 때 행동이 소멸되기가 가장 어렵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어쩌면 복권을 사는 사람의 행동이 계속되는 이유도 가끔씩 찾아오는 소소한 당첨이라는 보상이 주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스키너는 딸 데보라가 아기였을 때 실험을 위해 상자 안에 넣어 키웠고 이렇게 성장한 딸은 정신이상으로 권총자살을 했다는 이야기가 떠돌았다. 하지만 작가가 수소문해 만나본 스키너의 큰 딸에게서 아버지는 누구보다 자상한 사람이었고 자녀들을 매우 사랑했으며 데보라는 잘 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데보라와 관련된 풍문이 잘못된 소문이었음을 밝힌다.


작가 로렌 슬레이터는 간질발작으로 뇌절제수술을 받았으며 그 후유증으로 도벽까지 가지게 됐다. 그러나 독자들은 어려운 이론과 실험에 자신이 알아낸 정보들을 버무려 내용을 구성해낸 작가의 필력에 우선 감탄하게 된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말이 있듯이 로렌 슬레이터의 생동감 있는 문체는 독자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권위적 상황 앞에 복종하지 않은 사람은 35%였다
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의 실험은 권위에 대한 복종과 저항에 관한 것이었다. 실제처럼 보이지만 작동하지 않는 가짜 ‘충격기계’를 만들고 고용된 배우에게 기계 위에서 가짜 전기 충격이 가해질 때마다 고통스러워하는 연기를 펼치도록 했다. 그리고 고용된 배우가 기계 위에 앉아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수백 명의 지원자들에게 치명적인 전기충격을 가하라고 명령했다. 연기자들이 고통스러운 듯 비명을 지르며 금방 죽을 것 같은 상황을 연출하는데도 실험 참가자 가운데 65%에 달하는 사람들이 명령에 복종했다. 밀그램은 인간의 행동은 성격보다는 기후나 바람과 같은 외적 영향력 즉, ‘상황’에 따라 달라 질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하지만 당시는 나치 대학살이 게르만식 교육을 받은 권위주의로 자행됐다는 가설이 일반화된 시대였기에 반론을 사기도 했다.


작가가 실험에 참여했던 피 실험자들을 찾아 인터뷰한 결과, 명령에 복종했던 사람 중에서도 권위에 저항하는 효과를 가져와 숨어 살던 인생을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한 경우도 있었음을 알게 됐다. 우리 역시 복종하거나 저항해야만 하는 기로에 선다면 결국 무엇이든 선택을 할 수밖에 없으며 어쩌면 그 선택은 본능적이거나 순간적일 수 있기 때문에 마음과 몸의 순서와는 상관없이 이루어질지 모른다.


▲집단의 규모가 클수록 개인의 책임감은 분산되고 구조 받을 확률은 적다
끔찍한 살인현장을 목격했던 이들에 관한 실험. 바로 내 집 앞 도로에서 한 여자가 칼로 찔려 죽어가고 있는데도 38명의 목격자들은 하나같이 도움은커녕 경찰에 신고조차하지 않았다. 그날 밤 그들은 닫힌 창문 안에서 수많은 갈등과 불안 속을 오갔으면서도 경찰 조사에서는 역시 아무도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지 않았다.


인간의 본성 일부에는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범죄가 나와는 무관한 일이기를 바라며 괜히 끼어들었다가 연루되기를 꺼려하는 지극히 이기적인 면이 존재한다. 집단의 규모가 클수록 개인이 느끼는 책임감은 분산된다. 심리학자 달리와 라타네는 간질발작을 일으키는 학생이 다른 학생들에게 절박하게 구조요청 하는 상황을 만들어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도움을 줄 것인가를 실험했다. 실험결과 31%만 행동을 취했다. 작가는 훌륭한 시민의식을 기르기 위해 응급처치 교육을 시키듯이 남을 돕는 행위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과연 교육이 인간의 본성을 바꿀 수는 있을까? 나라면 누군가 절실한 도움을 요청하는 현장에서 방관자가 아닌 의로운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책은 독자에게 끊임없이 질문한다.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힘들 때 인간은 놀라운 정신적 활동을 한다
이교도들은 거대한 대홍수로 지구가 잠길 것이라는 예언을 굳게 믿었다. 그러다 그 예언이 이뤄지지 않자 그들의 집단행동은 극적으로 변했다. 심리학자 페스팅거는 종교집단이 필사적인 방어 기제로 변절하기 시작할 때는 믿음이 확실하지 않아질 때라는 것을 알았다. 그들은 예언내용을 단 한번만 홍보했던 초기와 달리 예언대로 되지 않은 상황과 직면했을 때는 “다시 한 번 신이 인간을 구원한 것”이라고 적극적인 언론홍보를 시작했다.


믿음과 실질적 증거 사이에서 반응을 보이는 인지부조화이론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에게 거짓말을 하는 대가로 1달러와 20달러를 주었다. 실험결과 1달러 받은 사람이 20달러 받은 사람보다 거짓말을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경향이 훨씬 강했다. 이유는 고작 1달러를 받은 사람은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시키기 힘들기 때문이었다. 페스팅거는 인간의 행동이 보상이론에 의해서만 설명될 수 없으며 스스로 위선을 정당화하기 위해 대단히 놀라운 정신적 활동을 한다고 주장했다. 더 많은 보상을 받은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설명할 것처럼 생각되지만 실험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이를 통해 우리는 자신이 고작 1달러에 움직여지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려는 심리가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쩌면 부족함을 감추고 부끄러운 치부가 들어 날까 두렵기 때문에 더 완벽하고 정교하게 보이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다양한 심리 메커니즘이 실험대에 올랐지만 아직도 인간의 뇌는 신비하다
“스코빌 박사가 해마를 끄집어 낼 때 헨리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어쨌든 그는 눈을 크게 부릅뜬 채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당시는 아무도 몰랐지만 해마는 기억의 많은 부분을 관장하고 있었다. 헨리는 그 한 번의 흡입으로 자신의 과거가 몽땅 날아가리라는 것을 느꼈을까? 차가운 무엇인가가 들어오듯 망각이 자신의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꼈을까? 아니면 무엇인가 미끄러져 나가는 느낌에 더 가까웠을까? 자신의 연인이, 불안이, 한여름 날 현관 밑에서 울고 있는 고양이가, 그 모든 것이 흔적도 없이 느닷없이 날아가는 것을 느꼈을까?”P274

뇌 속으로 빨대 같은 노구가 들어가 기억의 어디까지를 잡고 있는지도 모를 해마를 끄집어낸 뇌수술, 이 책에서는 그에 대한 묘사가 무척 처절하다. 아무리 이 실험이 정신의학 속에 한 획을 긋는 것이라 해도 잃어버린 개인의 존엄과 소중한 기억은 무엇으로 보상받을 수 있겠는가? 고통스럽던 발작치료를 위한 것이었다 해도 사랑이 있던 어린 시절, 따뜻한 대화, 머리카락을 스치며 지나갔던 부드러운 봄날의 바람을 간직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지만 그들이 당한 고통을 직접 체험하지 않았다면 이 또한 섣불리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칸델이 개발하고 있는 기억력 감퇴 극복약과 기억제거제가 실제로 대중화된다면 우리 중 어떤 사람들이 복용할 수 있을까? 인간의 기억은 소중하고 추억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망각 역시 진화를 위해 꼭 필요하다. 화학적인 약을 투입함으로서 기억을 유지하거나 제거한다면, 그것을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데 진정으로 기여한 방법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인간의 심리와 두뇌는 매우 복잡해 실험이나 논문으로 뚜렷하게 정의될 수 없다.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는 인간 본성이 가지고 있는 기억과 망각, 사랑과 좌절 등의 다양한 메커니즘에 대해 깊은 성찰의 시간을 부여한다. 이는 모두 인간이 인간을 얼마나 알 수 있고 알고 있는 가를 밝혀보고자 했던 실험들이었으나 그 결론은, 여전히 우리는 인간에 대해 모른 것이 너무도 많다는 사실이었다.


늘 타인의 평가에 익숙한 현대인. 그렇다면 진짜 나는 누구일까? 지금의 내 감정과 이 기분은 무엇일까?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이 많지 않은 우리들에게 이 책은 나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책을 통해 많은 이들이 나와 만나길 바라본다.

장환석 전북대직원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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